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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거대한 숫자에 잠식당한 사비나미술관…유현미'數수의 시선'

2017.03.0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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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현미, Drawing for 433, 190x126cm, inkjet-print, 2017

숫자와 드로잉 선이 해체되고 그어지는 움직임에 압도당한다.

영상드로잉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전시장인데 마치 거대한 드로잉북 속으로 들어온 듯하다. 거인같은 숫자들의 모습과 흐름으로 초현실적인 착시감과 기시감까지 전한다.

마술사 같은 사진작가 유현미(50)의 서늘하면서도 화려한 쇼가 열린다. 지난 10여 년간 공간과 사물을 회화로 전환시켜 사람의 인식의 혼돈을 불러일으키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수학자의 시선_퍼포먼스

이번엔 숫자의 위대함을 전한다. 그녀는 "숫자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언어 중 가장 육체적이고 동시에 정신적"이라며 "이번 전시에서 이런 수의 두 가지 요소를 통해 예술 혹은 철학의 속성과도 일치하는 부분을 보여준다"고 자신했다.

8일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관장 이명옥)에서 개막한 유현미 작가의 개인전 '數수의 시선'전은 숫자를 입체적이고 철학적으로 조명한다.

【서울=뉴시스】유현미 작가, 수학자의 시선

'그냥 숫자'였던 숫자들은 인간의 지배자처럼 숫자의 위대함을 전한다.

작가는 오가와 요코의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미술관을 흰 종이로 보고 그 안을 검은 선이 어우러진 거대한 드로잉 공간으로 만들어 버렸다. 수학자의 눈으로 사물과 공간과 사람조차도 그만의 수식으로 바라본다는 상상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1984,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전시장 1층에 선보인 '1984'는 아름답지만 웬지 섬뜩하다. 숫자에, 빅데이터로 시시각각 감시당하는 현대인의 생활을 보여준다. 빅 브라더에 의해 지배당하는 미래세계에 대한 소설인 조지오웰의 '1984'를 상기시킨다.

“나의 작품 속 숫자는 조각되어지고 설치되어진다. 회화처럼 그려지고 사진으로 순간을 잡는 다큐를 통해 숫자가 가지고 있는 육체와 정신에 대해 말하고 있다. 흔히 언어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오역도 숫자는 허락하지 않는다. 0.0001 이라도 오차 없는 완역은 오직 숫자만이 가능하다."

【서울=뉴시스】유현미,Drawing for physical numerics,(making shot) mixmedia, 가변사이즈, 2017.

디지털세계를 지배하는 우리 현실 속의 숫자에 집중해 숫자가 가지는 다층적인 상징과 의미를 되새긴다. 형식적인 측면으로는 그동안 색(빛)을 입혀 그림처럼 현실을 재현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검은색과 흰색을 사용해 사물과 공간을 숫자의 세계로 끌어들여 보다 초현실적이고 유기적인 형태로의 변화를 보여준다. 일상적인 공간을 3차원적이면서도 2차원적이고 4차원적이란 느낌을 갖도록 연출하는 것이 작업 과정의 핵심적인 요소다.

총 12점이 전시되는 지하 전시장에는 공간 드로잉 과정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담아 상영한다. 면과 선, 백과 흑이라는 형과 색이 즉흥적으로 그어(붙여)진다. 예측할 수 없는 선과 선의 만남이 하나의 형상이 되어가고 흐트러지는 과정이 숫자와 어우러지면서 세상의 우연한 질서와 이치를 발견하게 한다.

전시장은 사진과 그림,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헛갈리게 한다. 검은 선과 숫자로 가득한 전시장은 공간과 시간, 입체와 평면 사이를 오가는 듯한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한다. 미술관에서 금지였던 사진촬영을 이번 전시에서는 할수 있다. 4월7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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