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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슈퍼컬렉터' 홍라희 관장 퇴진…미술계 '후폭풍' 예고

2017.03.0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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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6일 관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리움 측은 이날 "홍라희 관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 관장은 2004년 리움이 개관한 이래 관장직을 맡아 왔다. 홍 관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결정에 대해 미술계에서는 최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데 이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그룹 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 2017.3.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내 최고 '슈퍼컬렉터'로 꼽히는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호암미술관 관장이 6일 전격 사퇴함에 따라 미술계 '후폭풍'이 예고됐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날 오전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내고 홍라희 관장이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공식 발표했다. 재단 측은 "급작스럽게 결정된 거라 사퇴 배경에 대해 확실한 내용은 모른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나 미술계 안팎에서는 남편인 이건희 회장이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3년 가까이 와병 중인데다, 최근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라는 경영 공백 상황에 직면해 있고, 여기에 삼성그룹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던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는 등 그룹 위기가 그의 거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출신으로 미술에 대한 재능이 남달랐던 홍 전 관장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회장의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결혼한 후 1995년부터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맡았다. 국내 대표 고미술 컬렉터였던 이 선대회장은 며느리의 재능과 안목을 일찌감치 알아보고 자신이 평생 수집한 컬렉션을 그에게 맡겼다.

이후 홍 전 관장은 2004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을 이끌며 20년 넘게 한국 미술계 최고의 '큰손 컬렉터'로 자리매김해 왔다. 특히 제프 쿤스, 루이스 부르주아,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애호가로 알려진 홍 전 관장은 선대회장의 한국 고미술 컬렉션에 더해 리움을 근·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1만8000여 점의 컬렉션을 보유한 국내 굴지의 사립미술관으로 키웠다.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적십자 본사에서 열린 대한적십자사 고액 기부자 모임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 출범식에서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감사패를 받은 후 소감을 말하고 있다. 레드크로스 아너스 클럽(RCHC)은 대한적십자사에 1억 이상을 기부했거나 기부를 약속한 고액 기부자들로 각계각층의 27명이 이름을 올렸다. 2016.9.20/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미술계 일각에서는 홍 전 관장의 퇴진을 예견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2008년 홍 전 관장이 미술품 비자금 의혹에 연루돼 특별검사팀 조사를 받은 이후 미술관 관장직을 한 차례 내려 놓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홍 전 관장은 2008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로 출범한 특검에 소환돼 비자금을 이용해 수백억원대 고가 미술품을 구입한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 '행복한 눈물' 등을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를 통해 구입하게 된 경위와 자금 출처 등을 추궁받았으나 무혐의 처분됐다.

미술품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특검 조사의 여파로 홍 전 관장은 그 해 4월 관장직을 사퇴했고, 5월에는 '플라토미술관'(구 로댕갤러리)의 문을 닫았다. 3년 뒤인 2011년 홍 전 관장이 복귀하면서 플라토미술관은 '플라토'로 이름을 바꾸고 재개관했지만, 지난해 3월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건물이 부영에 매각되면서 8월31일 중국 작가 리우웨이의 개인전을 마지막으로 폐관했다.

플라토 폐관에 이어 올해 초 리움의 연간 전시 계획이 발표되면서 미술계에서는 삼성이 미술 관련 사업을 본격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매년 4개 이상 굵직한 전시를 열어오던 리움이 올해에는 4월 김환기 회고전과 9월 서예전 등 단 2건의 전시 계획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리움은 2004년 개관 이후 지난 10여 년동안 매튜 바니(2005), 마크 로스코(2006), 크리스찬 마클레이(2010), 아니시 카푸어(2012), 올라퍼 엘리아슨(2016)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개인전을 열어 국내에 소개했고, '한국미술 : 여백의 발견'전(2007), '코리안 랩소디'전(2011), 서도호 작가의 '집속의 집'전(2012), '세밀가귀'전(2015) 등 고미술과 근·현대미술을 아우르는 의미있는 기획 전시를 선보여 왔다.

미술계에서는 홍 전 관장의 사퇴를 삼성의 미술 관련 사업 축소 일환으로 보는 가운데, 앞으로 그의 퇴진이 어떠한 방식으로는 국내 미술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내 최고 컬렉터인 홍 전 관장이 삼성의 미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남에 따라 그의 '아트파워'에 기대는 국내 화랑가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오는 10일 개막하는 미술계 빅 이벤트인 '화랑미술제'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국내 한 화랑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내 미술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 '큰손'인 홍 전 관장이 미술품 컬렉션을 중단할 경우 시장 분위기는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삼성문화재단 측은 "아직 후임 관장은 결정된 바가 없고, 당분간 홍라영 총괄부관장과 이준 부관장이 협의해서 미술관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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