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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런 낭패가 있나'…백현주 "보지만 말고 같이 만들어요"

2017.02.0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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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쪽 내부에는 헬멧과 테잎, 공구 등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다. 중간에는 4m 높이의 구조물이 버티고 있다.

나무와 스티로폼, 천 등으로 만들어진 구성물들은 모두 다리가 하나 내지는 둘, 혹은 셋이 모자란 형태를 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채 세워진 모습이다.

이 설치 작품은 전시 첫날 갑자기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관객은 현장에서 '낭패'를 보게 된다. 겪는게 아니라 보게 되는 것이다.

이런 낭패가 있나. 무너진 작품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시장에 온 관객이 '낭과 패'가 되는 현장을 목격하고, 다시 함께 쌓아나갈 수 있게 한 이색 전시가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그냥 서서 조용히 보고 있지만 말고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 보라는 취지다.전시장 한쪽에 있는 헬멧과 보조장비를 착용해 무너져 내린 구조물들을 마음대로 다시 쌓아볼수 있다.

9일부터 펼치는 영상 사진 설치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백현주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개인의 존재, 단체와 개인의 관계, 사회를 움직이는 힘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간적인 흐름과 사회적 맥락을 특유의 감각으로 해석하며 주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작품 속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낭패 Wolf and Wolf'를 주제로 10여점의 신작 영상 및 설치 작품으로 선보인다.

'낭패'(狼狽) 는 중국 고사에 나오는 상상의 동물로, 뒷다리가 없는 낭狼 이라는 이리와 앞다리가 없는 패狽 라는 이리, 두마리가 서로의 다른 성질을 이용하며 각자에게 공생 혹은 기생하며 지내는 이야기다. 행여 이 둘의 마음이 맞지 않아 떨어진 순간을 보고 우리는 낭패를 보았다고 한다.

작가는 낭과 패의 온전한 모습을 위해 개인의 합의점을 연결짓는 상황과 더 나아가 집단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낭패'에 이어 ‘측량’ 작업도 나왔다. 기본적인 측량 도구로도 사용되는 사람의 보폭을 동일하거나 비슷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한 작업이다.

작가는 각기 다른 보폭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걸으며 서로의 간격을 맞추어 가고 구령을 외치며 개인이 단체로 엮이며즐거워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윗부분만 남겨둔 두 개의 영상이 설치되어 이들이 무엇엔가 끌려가거나 어색한 표정으로 걸어가는 상반신의 모습만 보여주며, 지하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형식으로 설치 되었다.

글 드로잉 작품 여러점은 사회화를 기본으로 한 의식공유를 바탕으로 써 내려간 작업이다. 오래된 아파트의 경비원,윤용기아저씨와 협업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 속 표어나 시구들은입간판 혹은 프로파간다 팻말처럼 전시장 한켠에 기대어 관객들이 넘겨가며 글을 읽어볼 수 있도록 했다. 마치 한문을 쓰듯 띄어 쓰기 없이 쓰여져 있는이 글귀속엔 너무나 당연한 것 같은 이야기들이 피상적으로 그리고 이상한 시제에서 도돌이 되는 형식이다.

백현주 작가는 로얄 멜버른 공과대학에서 미디어 아트를 전공하고 글라스고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를 졸업했다. 그동안 영국 런던 가스웍스(2016), 국립현대미술관 고양(2015) 등레지던시 프로그램과 부산 시립미술관(2017), 아라리오뮤지엄(2015). 아르코미술관(2015) 전시에 참여했다. 전시는 3월 26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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