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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예산 늘었다는데 예술인 전멸…통제되지 않는게 예술"

2017.01.16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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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작가는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권력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예술인들의 숙명이자 의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이하

신문의 문화면보다 사회면에서 이름을 더 자주 발견할 수 있는 작가, '대통령 모욕 전단 살포 건'으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예술인,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2번 이름을 올린 미술가.

팝아티스트 이하(본명 이병하)를 설명하는 수식어다. 그가 등장하는 기사는 주로 '기소', '재판', '법정', '선고' 등의 단어로 채워져 있다. 전두환·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등 정치인들을 풍자한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왔다는 이유다.

이씨는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열리는 시국비판 풍자전시회 '곧, 바이(Soon, bye)'전(展)에 참여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세대도, 장르도 다양한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뭉쳤다. 만화, 일러스트레이션, 판화, 조각, 사진, 회화,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현 시국을 비틀고 꼬집는다.

이씨가 제출하는 작품은 2개, '샤먼 코리아'와 '퇴진'이다. 박 대통령의 머리 안에 국정농단의 핵심 최순실씨가 그려져 있는 작품 '샤먼 코리아'에는 '골룸'으로 표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포함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우병우 전 민정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등이 그려져 있다. 우측 상단엔 최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를 후원한 삼성그룹도 추가됐다.

"이명박, 박근혜 시대의 슈퍼스타들이죠. 나쁘게 말하면 부역자고. (웃음) "

또 다른 작품은 그가 전단지로 만들어 뿌렸던 '퇴진'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머리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뒤 닭의 깃털로 만든 옷을 입힌 그림이다.

이씨는 "투표는 이데올로기와 정서, (국민) 수준의 집합체"라며 "박근혜란 인물은 한 개인이 아니고 결국 우리 국민의 의식과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재자의 자제들이 (남과 북을) 통치하고 있다는 게 한반도의 비극"이라며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권위주의 시대의 못된 의식까지 이제 그만 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머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이하 작가의 작품 '퇴진'/ 사진제공=이하

6번, 이씨가 이번 정부에서 기소당한 횟수다. 몇몇 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권력의 핵심을 정면으로 겨눴던 그의 삶이 순탄했을 리 없다. 자신의 예술인생을 담아 펴낸 책 '개발새발 예술인생'은 서점에서 받아주지 않아 온라인으로만 판매해야 했다.

집 앞에 새까만 봉고차가 와 서 있던 적도 있다. 교포인 부인이 사는 미국 집에 양복 입은 남자 1명, 여자 2명이 "전도하겠다"고 찾아와 "여기 이병하란 사람이 사는데 맞냐", "이 사람은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 쫓아낸 적도 있다고 했다.

"보수 정부는 세상을 본인들이 통제하려고 하는 습성 같은 게 있거든요. 지금 (박근혜) 정부는 사실 보수 정부를 뛰어넘었죠. 좋은 정부는 자신의 권력을 예술이든 경제든 사회의 각 분야로 나눠주는 게 있는데 (보수 정권은) 모든 권력을 다 자신들이 가지려고 하다 보니까 이런 비극이 생기는 거죠."

그는 "문화 예산은 (박근혜 정부에서) 더 늘었는데 지금 예술가들은 완전히 전멸 수준"이라면서도 "대통령이 누가 될 지, 사회가 어떻게 될 지는 예술이 선택할 수 없다"고 했다.

"예술가들이 해야 할 몫은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하고 당대 시민들과 호흡하는 거예요. 새로운 문화와 정치, 사회에 대해 풍자하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예술가들의 숙명이죠"

'곧, 바이' 전시회 첫날인 20일 저녁에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참여하는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사진제공=표창원의원실

이번 전시회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풍자 작품을 전시한다는 이유로 당초 국회에서 대관을 불허하려 했던 것. 참여 작가들이 '표현의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임을 주장하며 얻은 성과다. 전시 첫날인 20일 저녁에는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고경일 만화가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하 작가, 위안부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성 작가 등이 함께 토크 콘서트를 연다.

이번 전시회는 시민 참여 후원으로 이뤄진다. 후원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가능하다. 후원금은 전액 전시공간 조성과 작품 설치·철거 비용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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