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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현미경 사진작가' 지호준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2017.01.09

[박현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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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지호준, Before-Sunset Cinema(ParanormalDrawing),145x210cm_PigmentPrint_WoodFrame_2016

■통의동 진화랑서 '나노그라피' 주제 사진전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분명 나무로 보였는데, 그것은 나무가 아니었다. 흑백 식물 도감같던 이미지는 화학물질이었다.

"충격을 받았죠. 보는 것에 대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구나…. 이후 내가 봤던 한계점을 표현하기위해 이 작업을 시작했어요."

사진작가 지호준(36)은 '현미경 작가'로 알려져있다. 종이, 동전등을 현미경으로 보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보이지 않았던 세계를 드러내준다.

사진을 전공하고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석사과정을 입학한 덕분이다. 2009년부터 전자 현미경으로 촬영한 나노이미지를 현실의 공간에 투사하고, 그 장면을 사진 촬영한 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뉴시스】지호준, Birth of Tornado,75x80cm_PigmentPrint_WoodFrame_2016

마그리트(René Magritte)가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텍스트를 첨부했듯, 지호준도 "우리가 보는 대상이 당연히 무엇이라고 정의하는 인식의 틀을 깨보겠다"는 의도다.

나노그라피 개념을 우선 접목한 건 '동전'이다. (미술시장에서 '동전 작가'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동전을 마이크로 단위의 광학 현미경과 나노단위의 전자 현미경이라는 서로 다른 스케일에서 촬영해, 그 영상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작업인데, 거대해진 동전은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까지 전개됐다. 미국 흑인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주화 1센트에 새겨진 링컨 대통령이 만난다면, 몽골 화폐 1투 그릭의 주인공 칼막스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사건을 목격한다면 어떨까 하는 이야기가 연출되어 뉴욕에서 더 화제가 됐다. 뉴욕 갤러리, 뉴욕은행, 뉴욕 주미스위스 영사관, 뉴욕 911메모리얼센터까지 작품이 소장됐다.

그는 이번에 '한지'를 재발견했다. '천년만년' 질기다는 우리의 종이 한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자 놀라운 세계가 펼쳐져있었다. 시간의 누적에 따라 대자연이 오롯이 녹아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곰팡이가 있고, 흙이 있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대자연의 시간적 섭리가 종이에서 오롯이 있더군요."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지호준 작가가 피아니스트 김선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황제'속 무대에 투사한 이미지를 설명하고 있다.

'산속의 풍경과 닮았다'는 생각에 '한지의 내면'을 들고 대자연으로 향했다. "내친김에 성분까지 분석하니 산소 수소 규소 탄소로 이뤄졌더군요.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물질들이잖아요."

시간대별, 계절별로 전국을 돌며 촬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우연한 장소와의 만남을 통해 수확한 그림들은 극렬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곰팡이들은 더이상 곰팡이가 아니었다.

"1년간 사계절 산을 헤맸어요. 그 이미지에 맞는 스팟을 선택하려고. 하지만 모든게 억지로는 안되는 것 같아요. 우연히 빛날때가 있고, 또 사진이 잘 못 인화된 것인데 오히려 신비함이 전해질때가 있더라고요."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고 있는 개인전' Invisible Spot'은 '나노그라피'의 세 번째 전개다.

【서울=뉴시스】 지호준, Invisible Village_45x80cm_PigmentPrint_WoodFrame_2016.

곰팡이 핀 '한지의 내면'은 우거진 숲속에서 '아름다운 혼란'을 선사한다. 빔 프로젝트로 자연에 가설 극장이 세워진 것 같은 분위기로 숲속에 영화가 상영되는 것 같은 장면을 사진으로 뽑아냈다.

'마법사'거나 '사기꾼'같은 작업이지만 그는 "사진도 과학"이라고 강조한다. 현미경으로 바라본 세상, 그 초미세 장면, 눈으로 볼수 없는 것들을 끄집어낸 그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는 것을 알려준다.

전시장은 사람의 눈을 확대한 영상 작업으로 시작한다. 꿈벅거리는 눈이 묻는다. '당신은 무얼 보고 있는가.' 전시는 2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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