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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요세프 쿠델카 "'집시'의 현실 아닌 삶의 보편적 가치 담았다"

2016.12.17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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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세프 쿠델카 ⓒAntoine d’Agata/Magnum Photos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초기작 '집시' 전작으로 국내 첫 개인전.

"수갑을 차고 있는 남자가 보이지요. 이 사진에 대한 이야기가 다섯 개가 넘게 만들어졌죠. 보는 사람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다르게 해석하는 거에요. 좋은 사진이란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968년 구소련의 프라하 침공을 전세계에 알리고 이듬해 '로버트 카파 골드 메달'을 수상했던 '익명의 프라하 사진가', 미국·유럽 자유 보도사진 작가그룹인 '매그넘포토스' 회원인 체코 출신의 프랑스 사진작가 요세프 쿠델카(78)가 한국 첫 개인전을 앞두고 1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쿠델카는 1960년대부터 찍었던 '집시' 전 시리즈 111점으로 17일부터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한국 관객들과 만난다. 한미사진미술관은 전시와 함께 '집시' 사진집 개정 증보판도 독점으로 발간한다.

'집시' 시리즈는 쿠델카의 초기작이다. 한미사진미술관 측은 "국내 작가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이고, 작가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감성이 담긴 작품이어서 '집시' 시리즈로 전시할 것을 작가에게 직접 제안했다"고 말했다.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 모라비아에서 태어난 쿠델카는 제빵사인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처음으로 사진을 접했다. 프라하 공업대학교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고 항공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연극무대 사진을 찍던 그는 1967년 체코 등 동유럽 집시들을 찍은 '집시'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전업 사진가의 길로 접어 들었다.

1968년 구소련의 프라하 침공 현장을 찍은 사진을 당시 '매그넘포토스' 대표였던 엘리엇 어윗에게 비밀리에 전달했고, 이 사진들이 미국 CBS 뉴스를 통해 보도되며 '익명'으로 그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

1970년 서유럽 집시들을 촬영하기 위해 체코를 떠난 그는 비자 만기일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무국적자'를 자처했다. 이후 1980년까지 집시를 포함한 유럽인들의 일상을 촬영했고,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등과 교우하며 1974년 '매그넘포토스' 정회원이 됐다.

요셀프 쿠델카 '집시'(이하 한미사진미술관 제공) © News1

쿠델카는 "왜 집시를 찍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사랑하는 여자에 대해 그 여자를 왜 사랑하느냐고 묻는 것과 같은 것"이라면서 "무언가를 즐기거나 누군가를 사랑하려면 그 이유를 모를 때 더 즐길 수 있고 더 잘 사랑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인간의 삶과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데 집시는 매우 강렬한 피사체였다"고 말했다.

그의 사진 속 집시들은 현실 속 집시들과는 사뭇 달라 보인다. 가난하고 피폐한 집시들의 삶은 그의 렌즈를 통해 걸러지며 삶을 유희하는 또 다른 모습으로 느껴질 정도다. 쿠델카 역시 "사진 속 집시는 현실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집시의 현실 그 자체를 기록하는 게 아니라 그 현실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가"라는 질문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시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도, 혹은 집시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나의 사진을 호의적으로 본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그 이유 역시 "집시의 현실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가치관을 최대한 배제하고 관객들의 해석의 여지만 남겼어요. 제 사진을 보는 이들은 모두 각자의 경험에 비춰서 해석하게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해요."

1987년까지 무국적자로 유럽을 떠돌던 그는 1987년 프랑스에 귀화, 프랑스 문화부에서 주최한 '국립 사진 그랑프리상'을 수상했다. 2014년 미국 시카고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그는 이번 한미사진미술관 전시에 이어, 내년에는 '망명' 시리즈로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1988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된 '망명' 시리즈 전작을 퐁피두센터에 기증할 예정이라는 그는 "무국적자로 떠돌던 나에게 국적을 부여한 프랑스에 대해 보답"이라고 말했다.

사진작가가 보는 피사체로서의 집시가 아닌, 프랑스인으로서 보는 집시의 정치사회적 현실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은 동등한 가치를 갖고 있다. 집시 역시 같은 사람이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말"이라며 짧고 명료한 메시지를 던졌다.

전시는 2017년 4월15일까지. 관람료는 성인 6000원. 문의 (02)418-1315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요세프 쿠델카 '집시'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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