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이언주의 숨은그림찾기]'색연필 작가' 서기원 "도깨비같은 그림 '웃음짓는 거미' 오마주"

2016.11.21

[뉴시스] 이언주 문화칼럼니스트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뉴시스】서기원, SNS STAR (72.7 x 60.6 cm) Mixed Media on paper 2015 2016-11-20

“에구머니! 사람이야? 도깨비야?”

누구라도 홀릴 기세로 엉금엉금 다가오는 듯한 모양새가 영락없는 도깨비다. 눈코입은 있지만 울긋불긋한 얼굴은 당장이라도 더 해괴한 모습으로 변할 것만 같다.

한 번 놀라고는 찬찬히 들여다보는데 자꾸만 웃음이 난다. 볼수록 귀엽고 익살스럽다. 거미 다리를 한 채 다가오는 얼굴은 “같이 놀자”고 말하는 표정이다.

색연필 작가 서기원(28)의 작품이다.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 오딜롱 르동의 ‘웃음짓는 거미’에 대한 오마주로 작업한 것이다.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암시를 통해 드러내는 표현 방식을 차용했다.

주로 초상화를 그리는 서 작가의 작업은 한눈에 강렬하고 그로테스크하다. 자세히 보면 섬세하고 치밀한데, 연필이 지나간 자리마다 이야기가 있고 때론 풍자가 섞여 있다. 과감하게 왜곡을 하기도 하고, 긴장감을 주고 집요하게 표현한다.

“저는 원래 만화/애니메이션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학과 특성상 수작업이 아닌 컴퓨터에 의존한 작업을 많이 해야 했죠. 그때 제가 손으로 직접 그림 그리고 표현하는 걸 훨씬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학년 때 회화과로 옮겼고 그때부터 그리고 싶은 걸 그리기 시작했어요.”

【서울=뉴시스】서기원, 오딜롱 르동, '웃음짓는 거미 오마주 (Odilon Redon, [L'Araignee souriante] hommage) (72.7 x 60.6 cm) Color Pencil on paper 2015 2016-11-20

색연필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 건 대학교 4학년때부터, 그러니까 이제 꼬박 3년을 이어가고 있는 작업이다. 한 번 자리에 앉으면 몇 시간씩 꼼짝 않고 작업에 몰두한다. 그야말로 색연필로 한 올 한 올 섬세하고 가냘픈 선을 모아 덩어리도 만들고 움직임도 만들어 낸다.

그는 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을까.

"언젠가부터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했던 거 같아요. 남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 않는 독특하고 불편한 이미지에 끌렸죠. 자극적이고 희한한 것들이요. 그러다가 동양적인 크로테스크가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도깨비였어요.”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는 도깨비를 닮은 요소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우리네 오랜 정서 속에 도깨비는 무섭기 보다 때론 어리숙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줄 것 같은 친숙한 대상이다. 지금껏 도깨비에 대한 표현은 각양각색이지만 서 작가는 장난끼 넘치는 도깨비의 성향을 끄집어 내고 싶었다고 한다.

【서울=뉴시스】서기원,Stranger,그라빈 올코트,2016 2016-11-20

“성향 자체가 저랑 많이 닮았어요. 저 역시 놀기 좋아하고 또 친구들 놀라게 하고 장난치는 거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막상 소극적이고 내향적이라 마음껏 하지 못하는 저의 속내를 반영한 거에요. 근육이나 색감도 역동적으로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가 생기가 없는 것 같아서요.”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서 작가는 도깨비의 성향을 꾸준히 그림에 녹이고자 했다. 그러는 동안 서 작가의 작품에는 해학과 풍자가 더욱 실리기 시작했다.

‘SNS 스타’라는 작품도 독특하다. 분명히 사람의 형상의 했지만 새 부리처럼 턱이 삐죽하게 튀어나온 모습이 어쩐지 예리한 메시지를 전하는 듯하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SNS에서 너무나 쉽게 말을 내뱉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어요. SNS 초창기엔 스타들도 많이 배출됐던 것 같아요. 그들의 주장이 꼭 정답은 아닌데, 마치 전부 맞는 얘기인 듯 말하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을 거라 생각했고, 그래서 트위터의 새모양을 떠올리며 부리로 콕콕 찌르는 듯한 형상을 그렸죠.”

자화상도 많이 그렸다. 그는 주로 자신의 외모 콤플렉스를 묘사하는데, 그만큼 솔직한 감정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뉴시스】서기원, 자화상,Color Pencil on paper, 2014 2016-11-20

“작고 찢어진 눈을 안경으로 가리거나 때론 크게 보이고 싶어서 캐리커처럼 눈망울을 큼지막하게 표현하기도 하죠. 내성적이고 소극적이지만 작업을 할 때는 과감하게 드러내려고 합니다. 이런 저의 그림을 통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소통의 여지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서작가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더 풍부한 감정을 이끌어 내고, 관계로 빚어지는 다양한 현상을 해학적인 초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색연필 작업은 저의 무기라고 생각한다”며 “평면작업에서 어떻게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까 끊임 없이 고민한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작업과 전시를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 그는 최근 '그라빈 올코트 슈즈'와 아트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서울 서초구 인더페이퍼 갤러리에서 11월 21일부터 12월2일까지 열리는 ‘일러스트레이션 페스타2016’에 참여한다.
​​
◆ 작가 서기원 = △서울미술고등학교 졸업(2008) △청주대학교 회화과 졸업(2015) △아트1(http://art1.com)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에서 더 볼 수 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