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죽음은 누구나 만나는 거다" 102세 '최고령 화가' 한묵 별세

2016.11.03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그저 현재 살고 있는 나이하고, 현재 살고는 있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죽은 사람이다. 죽을 사람이거든. 모든 사람은 죽음가운데 있고, 그래서 살고 있지않는가. 살고 있다는 것, 죽고 있다는 것 신경쓰지 않는다. 죽음은 누구나 만나는거다. 결국 죽음으로 가는 것 심각하지 않다."

지난 2012년 백수(白壽.99세)때 한국에서 10년만에 개인전을 연 한 묵 화백은 나이에 대해 초연했었다. 화가로서 100세의 느낌은 어떠냐는 호기심 질문에 "나이는 잊고 산다"고 했다. 당시 개인전을 위해 파리에서 날아온 한 화백은 귀가 어두워 말귀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지만 목소리가 우렁찼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컸다. 전시장에 걸린 그림을 보고 "내 그림이다. 좋다"며 즐거워했었다.

미술인들은 그를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화가"라고 했다. 당시에도 고령의 화가는 웃어달라고 주문하자 "내가 웃고 싶지 않은데 왜 가짜웃음을 지으라고 하느냐"며 인상을 썼다.

102세 현존 최고령 한국 예술가로 알려진 재불 작가 한묵(본명 한백유) 화백이 지난 1일 파리에서 별세했다.

한 화백의 부인 이충석씨는 "1일 오전 10시 30분(현지 시각) 저 세상으로 가셨다"고 밝혔다. 한 화백은 숙환으로 지난 3주간 파리의 생 앙투안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운명했다.

생전 한 화백은 '4차원 화가'로 불렸다. 평생을 회화속 공간, 특히 우주공간에 대해 천착해온 화백은 '한국 기하추상의 대부'로 불린다. 그가 우주공간에 '미친'건 1969년 암스트롱의 달착륙 때문이었다.

인간이 달에 간다는 것. 충격은 3년이나 이어졌고 붓도 들지 못했다고 했다. 이후 2차원의 화면이 갖는 평면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4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는데 집중해냈다. 지그재그 방사선이 도입되면서 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공간의 쏘노리테'(sonorite) 시리즈가 나왔다. '아뜨리에 17' 판화연구소에서 수학한 것을 계기로 우주적 공간으로서 4차원의 광활한 공간감을 화면에 담아내게 됐다.

2m 화면에 그려야할 원은 직접 제작한 콤파스로, 조수 한명없이 직접 그리고 칠해 우주를 암시하는 작품을 쏟아냈다. 파리에 살고 서양미술을 받아들였지만 한국인이었다. 우주공간의 리듬과 울림을 담고 4차원의 공간감을 추구했지만 작품은 동양의 전통적 세계에 맞닿아 있었다. 현란하면서 역동적인 파동이 느껴지는 작품엔 단청같은 '샤머니즘' 색채가 배어있다.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나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졸업했고, 6·25때 종군화가로 활동했다. 이후 1955년 홍익대 미대 교수로 임용됐지만 안정된 생활을 버리고 파리행을 택했다. 1961년 파리로 건너가 '가난한 환쟁이' 화가로 살았다.

국내에서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 작가로서 이중섭 김환기등과 함께 현대미술 태동기에 서구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개척한 한국 미술사의 산 증인이다. 부인은 한 화백이 60세까지 독신으로 살다 만났다.

고 한 묵 화백은 화가로서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상(미술 부문)과 2013년 제12회 한불문화상을 수상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