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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성공한 컬렉터 되려거든 A급을 사라"

2016.10.31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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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령 리안갤러리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리안갤러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의 아트파워 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

20여년 전만 해도 '그림이 돈이 된다'는 식의 얘기는 매우 불온한 것이었다. 예술가들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자신의 작품을 놓고 가격을 왈가왈부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그림값이 경매장에서 공개적으로 호가되고, 누구의 작품이 몇 배가 올랐다는 게 뉴스가 되는 세상이 됐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이미 20여년 전 그림의 '환금성'에 눈을 떴다. 물론 시작은 그림이 좋아서였지만, 언제부터인가 자신이 산 그림이 굉장히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고, 그림도 투자의 대상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1984년 서양화가 한운성의 20만원짜리 판화로 시작해 10억원이 넘는 데미안 허스트 그림까지 사 모으게 됐다. 화랑을 열기 전까지 그가 사들인 그림은 100억원 어치가 넘는다. 딜러들은 대구 지역의 이름난 컬렉터인 안 대표의 집으로 찾아와 '그림 좀 팔아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성공한 컬렉터'는 화랑주가 되기로 했다. 2007년 3월 대구에 화랑을 열며 '앤디 워홀'전을 개관전으로 선보였고, 같은 해 5월 '한국 현대미술의 단상'(A table of Korean contemporary art)이라는 주제로 이우환, 정상화, 윤형근 등 한국 '단색화' 대표 작가들의 전시를 열었다. 오늘날 '단색화' 열풍의 발화로 꼽히는 국립현대미술관의 2012년 '단색화전'보다도 앞선 전시였다.

이후 알렉스 카츠(2007), 베르나르 브네(2007), 쿠사마 야요이(2008), 데미안 허스트(2009), 짐 다인(2011), 이미 크뇌벨(2015), 프랭크 스텔라(2016)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를 잇달아 열었다. "왜 좋은 전시를 지방에서만 하느냐"는 '민원'이 쇄도했고, 결국 안 대표는 2013년 3월 서울에도 분점을 내기에 이르렀다.

지난 26일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를 만났다. 한국의 '뉴 아트파워'로 급부상하고 있는 그에게서 누구나 궁금해 하는 것, '어떤 그림을 어떻게 사야 하는지'를 물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리안갤러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하고 있다. 2016.10.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신용이 가장 중요…어려울수록 좋은 전시로 승부"

"박서보의 '묘법' 구작을 1억원에 팔았어요. 지금은 14억원에 팔리더라고요."

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등 현재 최고 주가를 구가하는 한국 작가들의 구작과 신작들을 쓸어 모았던 안 대표는 화랑을 열면서 소장품들을 팔았다. 컬렉터로 이름을 날리던 안 대표가 화랑을 내게 된 건 '그림을 사기 위해서'였다.

"대구에서 가장 큰 갤러리였던 시공갤러리의 이태 사장님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2년 동안 주인이 없는 상태였어요. 주변에서 제게 엄청 권유하더라고요. 어차피 그림을 살 거면 화랑을 하면서 사야 싸게 살 수 있을 것 아니냐면서요. 이 말에 혹했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컬렉터 때보다도 돈을 더 못 버네요."(웃음)

2007년 국내 미술시장이 최대 호황일 때 화랑을 열었지만 1년만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시작으로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다. 곧 미술시장도 고꾸라졌다.

"시장은 불황이고, 모두들 납작 엎드리고 있었죠. 저희는 데미안 허스트 전시를 준비하고 있었고요. 고민했어요.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이럴 때 더 잘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죠."

전시 약속을 단 한번도 어기지 않은 덕분에 리안갤러리의 해외 신용도는 급속도로 올라갔다. 10년도 채 안 된 신생화랑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아트바젤'의 문턱을 넘은 국내 몇 안 되는 화랑 중 하나가 됐다. 스위스, 마이애미 바젤 문도 계속해서 두드리는 중이다. 오는 11월 10일에는 영국 명문갤러리 '벤 브라운'의 전속 작가인 토니 베번의 국내 첫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안혜령 리안갤러리대표가 26일 서울 종로구 송현동 리안갤러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작품성과 상업성 두루 갖춘 작가 찾는 게 중요"

안 대표는 화랑주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컬렉터이기도 하다. 침실에 루돌프 스팅겔의 50호짜리 그림을 걸어뒀다는 그는 최근에도 트레이시 에민, 우르스 피셔의 조각 작품을 소장품 리스트에 올렸다. 그림을 팔기만 하면 마음이 피폐해진다는 이유에서다.

그의 컬렉션 제1원칙은 '절대 시장을 급하게 보지 않는다'이다. "좋은 그림일수록 오래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예가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다. 10년째 그대로이던 게 어느 날 한번 오르기 시작하니 10배가 올랐다고 했다.

"주가가 떨어지면 주식을 팔잖아요. 그런데 그림은 안 팔면 그만이에요. 오를 때까지 길게 보고 기다리는 거죠. 주가는 우리가 콘트롤하기 어렵지만, 그림은 그냥 내 눈 앞에 걸어놓고 보면 되는거니 얼마나 좋은 투자예요."

'성공한 컬렉터의 요건이 뭔가'라는 질문에 안 대표는 "작품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가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은 좋은데 작품 가격이 안 오른다면 컬렉터로서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자신이 '성공한 컬렉터'로 꼽히는 것을 굳이 부인하지 않았다. "그렇게 많은 그림을 샀는데도 팔 수 없는 그림이 단 한 점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컬렉터도 해 보고 화랑주도 해 봐서 컬렉터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고 했다.

"컬렉터는 언젠가는 그림을 팔고 싶어해요. 그렇기 때문에 화랑주는 그림을 팔면서도 나중에 저 작품이 시장에서 다시 소화될 수 있을까 생각해야 하죠. 결국 제가 좋아하는 작품들을 팔게 되더라고요. 제게 감흥을 주지 못하는 그림을 팔아야 할 땐 목소리에 힘이 안 실리니까요."

◇"성공한 컬렉터가 되려거든 A급을 사라"

"6600만원에 산 김창열의 1970년대 '물방울' 작품 120호짜리를 8000만원에 팔았어요. 여기에 돈을 더 보태 1억2000만원짜리 백남준 작품을 샀죠. 그런데 제가 판 물방울이 2~3년 전 서울옥션에서 3억5000만원에 나오더라고요."

안 대표는 "좋은 작품이 나오면 이전 소장품을 팔고 돈을 더 얹어 그 작품을 샀다"며 "소장품의 퀄리티를 계속해서 높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자동차 가격보다 비싼 그림을 샀다"는 그는 컬렉터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그림을 사라"고 조언했다.

"A급을 사야 해요. B급, C급은 가격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거든요. 가격이 싸니까 사고, 우리 집 인테리어에 어울린다고 사고, 그렇게 아무 콘셉트 없이 사 모은 그림들은 개수가 아무리 많아도 나중에 팔 수가 없어요."

안 대표는 그림에 입문하는 초보 컬렉터들에게 '좋은 갤러리'의 조언을 받을 것을 강조했다. 좋은 전시를 여는 좋은 갤러리를 찾아가라는 것이다. "어느 이름없는 갤러리가 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더라고요. 30만원 짜리 그림을 두고 언젠가는 오를 거라면서요. 제가 볼 때는 정말 아니었거든요. 무책임한 거죠."

컬렉션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작은 작품이라도 유명한 작가의 그림을 사는 게 좋고요. 정 어렵다면 유명한 작가의 판화부터 출발해도 좋아요. 그림 10개 살 돈으로 좋은 작품 1~2개를 사세요. 그렇게 5년만 하면 내 집이 미술관이 된 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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