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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김선정 "아트파워 1위? 그런 거 잘 몰라요"

2016.10.19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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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사진취재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의 아트파워 ③]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

지난 3월 국내 미술계를 놀라게 한 일종의 '사건'이 있었다.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뮌'이 공개한 '아트솔라리스'라는 작품이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된 전시 가운데 기획자, 작가, 평론가 등 미술계 인사들의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구성한 건데, 그 정점에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있었다. 김 관장이 국내 최고 '아트파워' 중 한 사람이라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사실 그를 '아트파워'로 꼽은 건 뮌이 처음은 아니었다. 세계적 권위의 미술 매체 '아트리뷰'가 2014년 발표한 '세계 미술계 파워 100인'에도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그의 이름이 올랐다. 이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이라는 명함보다는 세계 미술계가 인정하는 전시 기획자라는 명함이 더 어울린다.

지난 18일 오전 아트선재센터에서 김 관장을 만났다. 그는 1998년 미술관 정식 개관 전인 1995년 개관전 '싹'을 시작으로 기획자로 일하다가 2004년 말 아트선재를 떠났다. 이후 미술기획사 '사무소'(SAMUSO)를 차려 독립 큐레이터로 일했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예술감독도 역임했다.

올해 초 어머니 정희자 여사로부터 관장 자리를 물려 받기까지 지난 10년 넘게 선재를 떠나 있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관장님' 혹은 '부관장님'이라고 부르고 싶은대로 부른다"며 웃었다.

'아트파워'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거 잘 모른다"며 부끄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또 "전시를 해도 관람객이 오질 않는데 무슨 파워인지 모르겠다"며 "저를 아트파워에 뽑았다는 작가 분들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했다.

아트선재는 지난해 말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갔지만, 그 와중에 미술관 전관에서 전시를 진행 중이다. 개관 20주년을 앞두고 개관전에서 소개했던 이불, 정영주, 김소라 3명의 작가 작품을 다시 소환한 것이다. '재개관'은 2019년 쯤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시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과거 선보였던 작품들을 또 다른 형태로 다시 보여준 것이기에, 일반 관람객들이 '맥락'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서도호, 최정화, 김성환, 윤석남, 양혜규, 이동기, 고낙범, 공성훈 등 시장에서의 상업성과 미술사적 의의를 두루 갖춘 소위 '좋은 작가'들을 숱하게 발굴해 낸 김 관장이지만, 그 역시 "대중과의 접점을 찾는 게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지난 주말 전시장을 찾은 가족이 있었는데, 작품을 보고 당황해 하기에 따라다니며 작품 설명을 해 줬다"는 그는 "그런 관람객들을 볼 때마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미술계를 움직이는 손, 그러나 관람객이 당황할 땐 기꺼이 '도슨트'가 돼 일일이 작품 설명에 나서는, 50대를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미소년 같은 외모의 웃음 많은 김선정 관장과 일문일답을 나눴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올해 초 관장직을 물려받았다. 소감은.

▶부담감도 크고 괴롭다. 밖에서 기획만 할 때는 행정 같은 걸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시 하려니까 정신이 없다.

-아트선재의 전시도 그렇고, 최근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과거 작가들의 전시를 다시 선보이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아트선재가 20주년이 되기도 했고, 나름대로 우리나라 미술계가 그런 걸 할 때가 된 거 아닌가 싶다. 그동안 한국 미술계가 기획전 위주로만 운영이 된 측면이 있다.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온거다. 이젠 돌아보고 정리도 하는 게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숨 고르기를 하는 거다.

-1990년대 아트선재는 미술 전시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했다.

▶다들 선재에 대한 경험이 다르더라. 처음부터 미술관이 아닌 아트센터라고 이름을 지은 게 여러가지를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영화는 해외에서 수입해서 배급하는 방식이었다. 왜 영화는 큐레이팅이 안 되는걸까 생각했다. 독립영화협회, 필름포럼 등 여러 단체에서 시네마테크를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고 그래서 함께 했던 거다. 사실 독립영화도 있었지만, 클래식 평론가 장일범씨와 함께 하는 음악회도 있었다. 또 지하 주차장에서 하는 프로젝트도 있었다. 거기서 '황신혜 밴드'가 공연을 하기도 하고. 시기마다 다른 프로그램들을 보여주는 것이 선재의 정체성이다.

-아티스트그룹 '뮌'이 김 관장을 최고의 아트파워로 꼽았던 사실을 알고 있나.

▶그런데 작가분들을 한 번도 못 만나봤다. 함께 작업해 본 적도 없고. 올케가 전시를 보러 갔다가 뮌이 제 조각을 만들어서 전시했다며 사진을 보내주더라. 그래서 알았다. 사실 아트파워 기준이 뭔지 잘 모르겠다. 다른 사람들이 훨씬 파워가 있지 않나. 선재는 전시하면 사람들도 안 오고 파워가 없는 거 같은데(웃음).

-그래도 김 관장의 네트워크는 정평이 나 있지 않나.

▶잘 모르겠다. 해외 작가들이 한국에 왔다가 선재 전시를 보고 좋다고 해 그들과 친구가 됐고, 2012년에 나와 광주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했던 일본 모리미술관 학예실장도 2000년 선재의 '코리아 아메리카' 전시를 계기로 나와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 케이스다. 네트워크라는 게 다 그런 식이다.

-좋은 작가들을 많이 발굴하고 좋은 전시를 열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들과 오래 일하는 편이다. 개인전도 2~3년 전에 미리 잡는다. 지금도 2019년 전시까지 다 예정돼 있다. 기다리는 편이다. 양혜규 작가의 경우 2008년 선재 전시가 예정돼 있었는데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나간다고 해서 2년을 미뤘다. 김성환 작가도 영국 테이트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 전시를 미룬 적이 있다. 선재에서 전시를 잡고 나면 다른 큐레이터들도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작가들과 소통하는 거다. 작가들과 오랜 시간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전시로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시가 아닌 프로덕션을 지원하는 형태로 구현하기도 한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좋은 작가들을 발굴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립미술관을 운영하는 게 재정적으로 어렵지 않나.

▶아직까지는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으로 힘들어지면서 외부 전시 기획들을 많이 하기 시작했다. 관 주도 전시도 많이 하고. 그런데 내가 맡았던 전시가 대개 '공무원스럽지 않은' 것들이어서 힘들 때 일자리를 주신 게 감사하면서도 아직까지도 그분들께는 죄송한 마음이다.

-지금은 재정적인 면에 큰 문제는 없는지.

▶건물이 크다 보니 운영비가 많이 나간다. 그런데 이젠 돈을 많이 안 들이고도 돈이 많이 들어간 것처럼 하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사실 해외 작가 전시 프로덕션 같은 경우는 해외 기금 지원도 받고 해서 훨씬 수월하다. 반면 한국 작가 전시는 조금 어렵다. 명색이 선배 큐레이터인데 전시할 때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기금 신청을 할 수도 없고. 결국 예산이 있어서 전시를 하는 게 아니라, 전시를 준비하면서 예산을 찾는다(웃음). 전시를 한다는 건 어쨌든 힘든 일이다.

-리모델링을 마치기 전까지 계속 전시를 열 생각인가.

▶보통 미술관들이 공사할 때 문을 닫고 하는데, 선재는 전시를 열며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부부 아티스트 그룹 '장영혜중공업'의 전시가 예정돼 있고, 노순택, 구정아 작가 전시도 열릴 거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향후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20~30대 작가들과 많이 소통하고 있고, 그들과 나눈 작업 이야기를 전시나 프로그램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또 1세대 큐레이터로서 한국의 젊은 큐레이터들과 '경험을 나누는 일'을 하고 싶다. 날더러 자꾸만 네트워크가 좋다고 하는데, 젊은 큐레이터들 입장에서도 그게 궁금할 것 아닌가. 그런 부분들을 함께 리서치하고, 또 내가 가진 방법론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경력 3~5년 정도 되는 큐레이터 6명을 뽑아 올해부터 1년 반 코스로 진행하려고 한다. 책도 쓰고 있다. 정연심 홍익대학교 교수와 함께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사를 정리하는 책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관 관장으로서 한국 미술계 현주소에 대한 생각은.

▶시장은 잘 모르겠지만, 한국 작가들은 원래 항상 좋았다. 지금 갤러리현대 회고전을 하는 이건용 작가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고 있는 김구림 작가나 1970~1980년대 어떻게 그런 작품을 할 수 있었나 생각이 든다. 단색화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동안 우리 미술계가 '포장'을 잘 못했던 것 같다. 좋은 작가들이 숨겨져 있었는데 이제 조금씩 드러나는 거다.

-단색화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로 부각되고 있는데.

▶어제도 어느 신문에서 단색화 작품이 경매에서 비싸게 팔렸다는 뉴스를 봤다. 사실 그 전부터 그 가격대였어야 했다. 여태까지 너무 저평가된 거다. 그동안 시장에서 잘못했기 때문에 가격 형성이 안됐던 건데, 이제 제대로 받을까말까 하는 수준에 온 거다.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얘기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관장이 아닌 전시 기획자로서 미술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뭔가.

▶'가능성'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내가 '이 전시는 뭐다'하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 방법이 맞는건지, 내 얘기가 충분히 남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건지 늘 생각한다. 지금 하고 있는 전시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관람객들이 작가를 모르는 채 전시실을 들어간다. 그리고는 당황해한다. 벽이라도 하나 세워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써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도 고민한다. 우리는 책자를 만들고 나름대로 보여준다고 열심히 하는 데 그게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사람들이 그 책을 다 읽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고민도 많고, 반성도 많이 한다. 좀 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은 바람이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사진취재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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