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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동양화과 출신 디자이너 김백선의 통섭의 美…'생활 가구'展

2016.10.05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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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학고재갤러리, 김백선 개인전 16-10-04

"공간은 존재하는 것들이 뿜어내는 기의 흐름이 담겨있는 곳이다. 디자인을 하고 건축을 하고 아트 디렉팅을 하는 일의 근원은 결국 자연과 예술을 향한 경배와 그것을 탐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건축가 겸 디자이너 김백선(51)이 한국의 미감이 발현된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개인전을 연다.

5일부터 학고재갤러리에서 선보인 전시는 2007년 전주시의 공예 브랜드 ‘온’을 통해 무형문화재의 협력해 가구를 선보인 이후 10년만에 선보이는 생활 디자인전이다.

테이블, 소파, 의자, 조명 등 작가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 25점을 소개한다.

전시된 가구들은 사방이 막힘없는 전통 사방탁자와 짜맞춤이 극대화된 사각의 서랍장과, 조명, 소파들로 세련미와 단순미학이 돋보인다.

보는 순간 탐이 날 정도로 고급스러움과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유가 있다. 김백선의 디자인을 높이 평가한 이탈리아 대표 가구기업 프로메모리아와 뽀로, 판티니에서 협업, 제작을 도왔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김백선 디자이너가 조명을 켜면 한쪽 벽에 초의 형상이 드러나는 조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6-10-04

김백선 다자이너는 "이번 작품을 위해 이탈리아 프로메모리아와 뽀로, 판티니에서 1년여간 그곳의 장인과 협업하며 그들의 사명감, 열정, 헌신적인 노력을 보았다"며 "작업의 사무적, 기술적 진행을 넘어 그들이 지향하는 정신세계가 모든 과정과 결과물에 투영되게 하는 집중력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모서리가 가늘고, 단아하게 디자인된 인디고색 소파와 가죽 서랍장은 한땀한땀 장인들이 바느질이 그대로 전해진다. 쇼파와 가구는 모든 선과 면은 추구할 수 있는 가장 얇은 두께로 현실화했다. 소재가 구부러지고, 서로 얹혀있는 모양새는 브론즈에서 오는 육중함을 덜어준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직사각의 서랍장이 발길을 이끈다. '약방 서랍장'이 모티브가 됐다는 서랍장은 전통과 현대가 융합된 걸작으로, 김백선의 디자인 철학을 한눈에 보여준다. 선과 면이 만난 오브제 작품으로도 보인다. A4용지 크기가 들어갈수 있는 서랍장이 달렸다.

모서리를 만들어내는 선의 유려함, 수평재와 수직재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결구법, 부분 부분을 이루는 다른 소재가 어우러진 공존의 미덕을 추구한다.

"그동안 한국 무형문화재 장인과의 협업을 통해 ‘시간과 기다림에 대한 철학’, ‘보이지 않는 가치를 지켜내는 장인들의 강기(剛氣)’를 보았다"는 그는 "자연과 사람 중심인 한국 전통에서 의미를 찾아 현대적인 가구를 디자인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건축가 겸 디자이너 김백선 개인전 16-10-04

미디어 설치작품같은 조명도 눈길을 끈다. 조명을 켜면 한쪽 벽에 초의 형상이 드러난다. 초가 점점 녹아내리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 내부에 프로젝션 장치를 달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연꽃이 피어나는 듯한 형상으로 보이는 조명 또한 아름답다. 김백선은 "조명의 몸체를 보며 땅에 힘차게 뿌리 내린 나무를 떠올리고, 빛이 만들어내는 형체에서 이른 봄 활짝 핀 매화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며 "‘서로 사귀어 오감’이라는 통섭의 뜻이 전달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동양화과 출신이어서 다르다'는 평가다. 홍익대 미대 대학 4년 때인 198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화가로 촉망받는 데뷔를 했다.

동양화가로서 깊이 있는 작업을 시작할 즈음 그는 소재를 다양하게 써서 선배 동양화가들이 하지 못한 특별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자신만의 작업을 펼치겠다는 다짐을 했다. 건축처럼 규모가 큰 공간 작업에 대한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포트폴리오를 들고 무작정 인테리어 디자인 사무소에 찾아갔고, 허드렛일부터 시작해 결국 건축가가 되었다.

붓 대신 컴퍼스와 자를 잡았지만, 동양화의 감성을 버리지는 않았다. 한옥 창살 문양을 확대,복사해 공간 구성을 하기도 했고, 국수 가락을 차용한 건축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다. 김백선 건축은 한마디로 ‘한국적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 공간’이다. 그가 설계한 건물이나 디자인한 실내는 동양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수묵화 같은 공간으로 나타난다.

【서울=뉴시스】김백선 개인전, Anil_arm chair 16-10-04

대안공간 루프, 한남동 UN빌리지 빌라, 페럼타워 공용공간 등을 설계해 널리 알려졌다. 최근에는 롯데 월드타워의 레지던스와 커뮤니티 공간을 설계하여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2009년 디자인진흥원장상, 2010년 협회장상, 명가명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백선은 "전통적 원형 복원에만 치중하여 만든 가구들이 현대인의 삶의 공간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며 "우리의 전통이 그저 지키고 보존하는 대상이 아니라 누리며 그로부터 위로받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다시 자리매김 해야 한다"고 여긴다.

학고재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김백선의 작품은 한마디로 한국적 미감이 발현된 현대적 작업"이라며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그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자연과 사람의 본질을 담고 있는 가구들은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정서적 안정감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공간 디자인 문화와 한국적인 생활 디자인을 대중들에 선보인다는 취지지만'그림의 떡'같은 전시다. 모든 가구와 조명은 수천만원을 호가해 일반 대중이 엄두를 못낼 가격이다. 눈으로 클릭, 마음에만 품어볼 디자인전이다.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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