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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예술인들의 놀이터, '아트1'에서 꿈 펼치는 젊은 작가들

2015.09.18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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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아트플랫폼 아트1의 갤러리 '스페이스 아트1' 개막전에 참여하는 작가들. 왼쪽부터 지호준, 김보민, 슈가미트(이찬행·지원재).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온·오프라인 아트플랫폼 아트1의 갤러리 '스페이스 아트1' 개막전 참여작가 인터뷰.

마이크로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동전 속 세상은 어떨까. 기억 속에 남은 어두운 기억은 캔버스 위에서 어떻게 형상화될까.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자리 잡은 아트플랫폼 아트1의 갤러리 ‘스페이스 아트1’.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계단 천정부터 심상치 않은 모양의 조형물을 만났다. “이 공간부터 전시가 시작되는 겁니다.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복도에도 일부 작품을 전시했어요.” 안내를 맡은 강필웅 아트1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손종준(38) 작가의 ‘Defensive Measure 2014-02' 란 제목의 이 작품은 흰색 메탈 소재로 날개 한쪽를 형상화했다. 평소 현대인의 상처를 다수 퍼포먼스 하는 작가의 작품관이 담겼다. 이 날개를 착용한 인물을 촬영하기도 한 작품도 만들었다고 한다.

17일 공식 개원과 더불어 첫 전시회를 여는 스페이스 아트1 전시장에는 아트1 소속 젊은 작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가 다양한 모습으로 형상화돼 벽면을 가득 채웠다. 군데 군데 조형물도 있고, 소파와 책상까지 갖추고 관람객을 맞을 준비를 마쳤다.

“소파도 작품인가요? 앉아도 되나요?” “하하, 그럼요, 앉아서 그림도 감상하고 휴식도 취하라고 만든 공간인걸요.”

푹신한 쿠션까지 갖춘 소파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주인공 도민준이 앉았던 소파라고 한다. 도민준처럼 앉으니 오른쪽으로 ‘소 우주’가 담긴 작품이 보인다. 그림을 감상하다 보면 내가 떠나온 별이 떠오를까.

짧은 상상은 작품을 만든 작가들의 즐거운 표정 앞에서 그만 접어야 했다. 지호준, 김보민, 슈가미트 3팀이 아트1 첫 전시를 앞두고 14일 전시장을 찾았다. 이들은 개인전과 그룹전, 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 온 실력 있는 신예들이다. 모두 30대 초반의 젊은이들.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이들의 표정엔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현미경이라는 과학적 장치를 통해 역사를 읽어내는 시도를 하는 공대 출신 지호준 작가(35)가 자신의 작품 'Washington and 911'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 작가는 "확대한 동전의 단면을 통해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현미경 세상의 동전에서 벽화 거리 예술까지…상상을 뛰어넘는 창조의 세계

“미국의 흑인 노예해방을 한 대통령인 링컨과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만나면 어떨까요. 그런 생각에서 작품 속에 링컨과 오바마가 나온 신문기사 사진들을 배치했어요. 이 만남에서 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감상자가 상상해 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지호준 작가의 작품은 과학과 역사의 이중주다. 현미경이라는 과학 장치를 통해 역사의 현장을 미세하게 읽어낸다. 기법은 추상적 형태지만, 전체 메시지는 인문학적이다. 지 작가(35)는 공대 출신 사진작가다. 대학에선 사진을 전공했으나 공대 대학원에서 만난 현미경을 통해 새로운 작품 세계를 모색했다. 10원짜리 같은 동전을 확대해 그 안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방식이 지 작가의 특징이다.

지 작가는 “사람의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동전 속 ‘기스’(상처) 같은 균열을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엿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렇게 우리가 너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일들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끌어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찬행(32)·지원재(31) 두 작가는 ‘슈가미트’라는 팀 명으로 함께 거리 예술을 벽면이나 캔버스에 담는 작업을 한다. 팀명은 이 작가가 육류를, 지 작가가 설탕을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붙였다. 대학 졸업 동기인 두 사람은 함께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틈틈이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만화 같은 팝 아트적인 요소들을 실크스크린과 벽화 등의 작품에 담았다”고 했다. 뉴욕의 경험에서 상상력을 극대화한 이 작가는 포스터위의 포스터 같이 덧붙이고 찢는 과정의 미학을 작품에 온전히 담았다. 이 작가는 “층이 겹겹이 쌓이는 모습이 하나의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현재 홍익대서 회화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김보민 작가(30)는 사람이라는 실체와 건축물의 선을 앞세운 추상으로 ‘기억’이란 주제에 다가간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내 주변의 지인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기도 하고, 흐릿해 먼 기억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김 작가는 “좋은 기억보다는 부정적인 기억이 좀 더 오래 남고 계속 상기되는 것 같다”며 “이런 기억을 모티브로 삼아 산발적으로 떠오르는 것들을 채집한다는 느낌으로 배치했다”고 말했다.

뉴욕 길거리에서 본 포스터와 그래피티 작업 속에서 발견한 팝아트적 요소를 실크스크린과 벽화에 담는 팀 '슈가미트'의 이찬행(왼쪽·32), 지원재 작가(31).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기법보다 스토리가 중요해진 시대”…뛰어난 신진 작가들의 창작 터전

참여 작가 3팀의 작품에는 기발하고 도전적인 색깔이 농밀하게 스며있다. 이 개성은 이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 작품 수십 편에서도 만날 수 있는 진풍경이다. 아트1 갤러리의 작은 공간은 무한 상상력의 보고인 듯했다. 형식은 팝아트, 추상주의, 설치미술 등 기존의 장르를 배어문 것 같지만, 내용은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을까’를 읽을 수 있을 만큼 호기심 천국의 세계로 안내한다.

하지만 그 세계로의 접근은 어렵지 않다. 추상 표현에서도 쉽게 이해하기 쉬운 지침의 언어들이 그림 속에 살아 꿈틀거린다. 지원재 작가는 “과거에는 기법이 미술의 핵심이지만, 지금은 스토리라는 내용적 미학이 중요해진 것 같다”며 “공감과 소통으로서의 미술은 이를 감상하는 대중과 스토리를 나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트1이 지향하는 목표도 비슷하다.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현재의 세대와 수시로 공감하고 소통해 확장하는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오프라인 갤러리에선 그 진가를 재확인하며 가치를 인정받는 창구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슈가미트는 “SNS 등의 발달로 기존 인사동에서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가는 예술의 동향을 고려하면 국내 처음 시도하는 아트1의 서비스는 의미가 크다”며 “특히 제대로 정비된 아트1의 온라인 서비스는 기존의 이벤트성과는 질적으로 달라 신진 작가들에게 소중한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호준 작가는 “젊은 작가들의 접근법이 달라지고 작품이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기회는 여전히 유명 작가에게만 돌아가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 기회가 숨은 작품들이 더 많이 알려지고, 작가 역시 수준있는 작품을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과 면으로 표현된 건축물과 그 안에서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기억'의 실체에 다가가고자 하는 회화 작업을 하는 김보민 작가(30). 김 작가는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자신의 기억들을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 '모두의 미술' 지향하는 아트1, 작가-대중-기업 '상생 구조' 확립

아트1은 ‘모두의 미술’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한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해 쉽고 빠르게 제공하고 국내외 미술 뉴스를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또 작가 발굴과 지원을 위한 ‘올해의 작가상’을 만들어 역량있는 작가들을 적극 지원한다. 작품의 주체인 작가를 우선 순위로 두고 기업과 대중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이 아트1의 특별한 전략인 셈이다.

소속 작가 100여 명 중 이번 개관전에 참여하는 작가는 모두 40여 명. 회화부터 조각, 설치, 미디어 분야에서 90여 점이 전시된다.

음정수 작가(41)의 조형물도 독특하다. ‘인생건축-남자1’·‘인생건축-여자1’이란 작품명에도 드러나듯 나무 조각 등의 소재를 쌓아 올려 ‘건축’의 의미를 보탰다.

전시작품 중 가장 비싼 작품은 이길래 작가(나이미공개) '소나무 2015-1'다.

이날 개원식에는 부대행사로 인디밴드 세컨 세션의 공연도 열린다. 전시는 10월 1일까지. (문의 02-6325-9271/art1.com)

yoo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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