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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김환기 '100억원 신화'는 이뤄질까

2017.04.04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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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의 1973년 뉴욕시대 전면점화 작품 이 출품돼 다시 한 번 국내 미술품 최고가 경신에 도전한다. 추정가는 55억-70억원. (케이옥션 제공) © News1

케이옥션 경매에 70억원 출품…'사상최고가' 경신 기대
"학술지원 없는 로컬시장 위주 가격견인 위태" 신중론도


김환기 '100억원 신화'는 실현 가능할까.

지난 2년 간 서울옥션(대표 이옥경)과 케이옥션(대표 이상규)의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에서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 기록을 번갈아 갈아치우며 국내 미술시장 최대 '우량주'로 떠오른 고(故)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작품이 5개월여 간의 '숨고르기'를 끝내고 다시 최고가 경신에 도전한다. 오는 12일 케이옥션의 4월 미술품 경매에 김환기의 1973년 뉴욕시대 푸른색 전면 점화 한 점이 '높은 추정가' 70억원에 출품된다.

불황 장기화에 정치·사회 불안정까지 겹치며 지난해 급격히 경색된 국내 미술시장에서 유일한 우량주이자 '기대주'는 김환기였다.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서 김환기 작품이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세운 최고가 기록인 63억원을 넘어설지 미술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갤러리나 미술관의 연구·전시 등 체계적인 지원 없이 시장 위주의 가격 견인을 우려하는 신중론도 나온다.

5위. 2016년 5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000만홍콩달러(약 45억60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1971년작 '무제 3-V- 71 #203' (215× 152.2㎝) © News1

◇47억, 48억, 54억, 63억…2년여 간의 숨가쁜 질주

미술시장에서 김환기의 '질주'는 2015년부터 10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옥션은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19-Ⅶ-71 #209'를 3100만홍콩달러(약 47억2100만원)에 낙찰시키며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45억2000만원에 낙찰됐던 박수근의 '빨래터' 이후 8년만에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 작품은 국내 미술시장에 '단색화' 열풍의 시초가 됐던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전시에 출품됐던 것으로 작품 이력(provenance)이 확실한 김환기의 1970년대 뉴욕시대 전면점화에 대한 새로운 시장성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서울옥션에 따르면 이 작품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아시아 컬렉터가 구매했다. 김환기 작품 종전 최고가는 30억5000만원에 낙찰됐던 '꽃과 항아리'(80호)였다. 향토적 서정성이 짙은 반구상 작품이 아닌, 김환기 말년의 추상회화는 이 때부터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4위. 2015년 10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100만홍콩달러(약 47억210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1971년작 '19-Ⅶ-71 #209' (253×202㎝) © News1

이어 서울옥션은 2016년 4월과 5월 홍콩경매를 잇달아 열며 '김환기 신고가'에 도전했다. 4월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작이 3300만홍콩달러(약 48억6750만원)에 낙찰되며 이전 최고가 기록을 뒤집었고, 5월 열린 경매에서는 1971년작이 3000만홍콩달러(약 45억6000만원)에 낙찰돼 최고가에 다시 한번 바짝 다가섰다.

서울옥션이 세운 기록들은 이내 케이옥션에 의해 뒤집혔다. 2016년 6월 케이옥션은 김환기의 1972년작 '무제 27-Ⅶ-72 #228'을 54억원에 낙찰시키며 '김환기 100억원 신화'가 머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러나 다섯달 뒤인 11월 서울옥션은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작 '12-V-70 #172'를 4150만홍콩달러(약 63억2626만원)에 낙찰시키며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다시 썼다.

3위. 2016년 4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3300만홍콩달러(약 48억6750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1970년작 '무제' (222×170.5㎝) © News1

◇"김환기 곧 100억원 돌파" vs "체계적 연구없는 시장 위주의 가격견인"

2015년 김환기 작품이 8년 만에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쓸 당시, 미술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김환기 작품 가격에 조정은 없다"는 분위기가 컸다. 토속적인 정취가 짙은 이중섭·박수근의 작품과는 달리 김환기의 반복되는 색면추상은 동양적이면서도 서구 '미니멀리즘' 사조 안에서 읽히기 때문에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 컬렉터들에게도 쉽게 이해된다는 이유였다.

특히 김환기의 아내였던 고(故) 김향안 여사(1916-2004)가 '김환기 브랜드'를 철저하게 관리해 온 것도 김환기 작품 값이 계속 뛸 수 밖에 없는 이유로 꼽혔다. 김향안은 1974년 김환기 화백 타계 이후인 1989년 환기재단을 설립하고 이어 1992년 '환기미술관'을 세워 남편의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2위. 2016년 6월 케이옥션 경매에서 54억원에 낙찰된 김환기 1972년작 '무제 27-Ⅶ-72 #228' (264× 208㎝) © News1

그러나 시장에서의 가격 고공행진과는 별개로, 일각에서는 김환기에 대한 국내 주요 미술관이나 갤러리의 연구·전시 등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은 채, 시장 주도의 가격 견인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김환기는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블루칩' 작가가 확실하지만, 현재로써는 로컬(지역) 시장 위주의 가격 견인이라 위태로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환기 화백의 생전에 세계 유수 갤러리 전시나 미술관 후원이 없었다는 점 △아직까지는 해외경매에서 제대로 된 세일즈 기록이 없다는 점 등도 장기적인 가격 상승에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여기에 4월 개막 예정이었던 삼성미술관 리움의 '김환기 회고전'이 전격 취소된 탓에 시장이 가격견인의 동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술계에 따르면 리움 측은 이미 이 전시와 관련한 도록까지 다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홍라희 전 관장과 홍라영 전 총괄부관장의 잇단 사퇴와 함께 전시까지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1위. 2016년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4150만홍콩달러(약 63억2626만원)에 낙찰된 김환기 1970년작 '12-V-70 #172' (236x173cm) © News1

미술관의 체계적인 김환기 연구가 없다는 것과 국내에 이렇다 할 '김환기 전문가'가 없다는 것도 김환기 브랜드를 글로벌화하는데 있어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2일 케이옥션 주최로 유홍준 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좌교수의 김환기 관련 강연이 열렸지만, 미술사적으로 접근한 강연이라기 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김환기 소개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내 미술관 한 관계자는 "미술시장에서 '단색화' 열풍도 예년같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김환기가 시장에서의 '반짝상승'으로 그치지 않도록 전시와 연구를 통한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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