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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분노의 캔버스' 거실에 걸릴까…민중미술 30년 재조명 잇달아

2016.02.0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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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옥상의 유화 '땅 4'. 가나 인사아트센터에서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2: 리얼리즘의 복권' 출품작. /사진제공=가나아트

1970년대 단색화 작가에 대한 '분노'…"심미성·형식주의 선호 강한 콜렉터들에 '글쎄'"

1980년대 '분노의 캔버스'가 콜렉터의 거실에 걸릴 수 있을까. 최근 미술계에서 급부상한 '민중미술' 얘기다.

민중미술은 1980년대 진보적 미술인들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미술변혁 운동이자 사회변혁 운동이다. 시대와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진정한 면모에 천착한다는 의미에서 리얼리즘과도 접점을 맺는다. 1980년대 386세대의 대두와 맞물려 지나친 이념화 노선을 걸었다는 비판도 받는다.

◇ 올해 '민중미술' 복귀 원년…'민미협' 결성 31년·'그림마당 민' 개관 30년

민중미술 화가들은 30여년의 세월을 키워드로 올해를 복귀 원년으로 삼을 태세다. 올해는 1985년 민중미술 구심점이 된 한국민족미술인협의회(민미협) 결성 31년, 민미협이 만든 전시 공간인 '그림마당 민'의 개관 30년이 된 해다. 가나 인사아트센터, 학고재, 서울시립미술관 등에서도 민중미술에 대한 집중 조명에 나섰다.

가나 인사아트센터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에게 기획을 맡겨 지난 28일부터 오는 2월 28일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2 : 리얼리즘의 복권' 전을 진행 중이다.

임옥상 작가 외에도 권순철, 신학철, 민정기, 고영훈, 황재형, 이종구, 오치균 등 민중미술계열이 다수 포진한 작가진을 리얼리즘 계열로 한 데 묶었다.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은 "민중미술이 아닌 리얼리즘의 맥락에서 우리 미술의 예술적 가치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이번 전시가 기획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유 교수는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1980년대 후반, 386의 등장과 맞물려 민중미술의 이념화 노선이 강해졌다"며 "세월이 지나 생각해보면 1980년대 민주화 성공 과정에 있던 예술적 정신이었고 리얼리즘의 한 표현이었다"고 했다. 유 교수는 민미협의 공동대표, 그림마당 민의 운영위원장을 지낸 1980년대 '민중미술 투사'였다.

학고재 갤러리는 오는 3월 민중미술 1세대 서양화가인 주재환을 소개하는 데 이어 하반기 쯤 민중미술가인 신학철 전시를 열 계획이다. 서울시립미술관도 올 4월 서소문 본관 2층 천경자 전시실 옆에 가나아트 기증작품전시실을 열고 민중미술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이우환의 유화 '선으로부터'. /사진=머니투데이DB

◇'선배'인 단색화 세대가 시장 장악해…'굴종의 작가' 맹비판도

오늘날 미술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민중미술의 '주적'으로 비판 받은 단색화 작가들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1970년대 군사독재시절의 엄혹함을 피해 작업실에서 홀로 '자기부정'과 '비워냄'에 골몰했던 작가들이 오히려 권력이 된 측면이 있다"고 평했다.

지난해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1913~1974년)의 유화 '19-Ⅶ-71 #209'가 46억 7201만 원에 팔려 국내 작가 기준 역대 최고가 기록을 세우는 등 '단색화 열풍'은 거셌다.

다만 단색화 역시 하나의 저항 예술이었다는 반론도 있다. 단색화의 기수로 조명 받아온 이우환 작가는 "1960~1970년대 단색화 작가는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현실을 외면한 게 아니라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으로, 일종의 '침묵의 저항'이었다"고 했다.

민중미술은 조형언어에서도 단색화와 대척점에 서있다. 단색화는 ‘단색’이라는 수식에 걸 맞는 극히 적은 색조의 농담만을 간략히 표현한다. 반면 민중미술은 현실 인식이 짙고 표현은 더 강하다. 일례로 최근 서울 가나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2: 리얼리즘의 복권' 전에 출품된 임옥상 작가의 ‘땅 4’는 녹색 경작지를 파고든 적색 땅의 속살을 강렬한 대비로 표현한다.

◇민중미술 '재조명' 불구 시장의 반응은 '미지수'

신학철의 콜라주 '풍경'. 가나 인사아트센터에서 1월 28일부터 2월 28일까지 열리는 '한국 현대미술의 눈과 정신 2: 리얼리즘의 복권' 출품작. /사진제공=가나아트

서진수 강남대 교수 겸 미술시장 연구소장은 "현대 미술사에 나와 있었던 가치가 있는, 조명될 수 있는 범위에 대해 민중미술,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화) 등의 대안이 논의 됐었다"며 "단색화가 '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민중미술이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비즈니스맨'들은 무엇을 소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반론도 있다. 이미 미술 애호가들이 현실 문제와 거리를 둔 심미적·형식주의적 작품에 길들여진 콜렉터들이 적지 않아, 민중미술에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홍 평론가는 "민중미술 작가들은 이전 1970년대 이후 단색화 화가들에 대해 '무능력하다', '양반놀음이나 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떨치고 일어난 세대들"이라면서도 "많은 민중미술 작품에 '통일', '민족' , '민주' . '저항'과 같은 코드들이 서려 있어 콜렉터들은 아무래도 불편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석 한국 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민중미술은 ‘국민 정서’와 맞을지 안 맞을지 모르겠다"며 "파급력이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미술사적 재조명 움직임에도 정치적, 이념적 반감이 시장의 우호적 반응을 억누를 수 있어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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