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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기업·경찰서에 출근하는 예술인? "조직문화는 우리 손에"

2016.01.26

[머니투데이] 박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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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패션사업부(제일모직)는 지난해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을 통해 만난 작가 강민정씨와 함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나무 옷 길'을 조성하는 CSR(사회적책임)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진제공=한국예술인복지재단

문체부·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올 파견 예술인 1천명으로 확대키로…'지역편중 극복' 숙제.

#삼성물산 패션사업부(제일모직)는 지난해 강민정 작가와 함께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나무 옷 길'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쓰고 남은 자투리 원단을 모아 '나무 옷'을 만들어 삼성물산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전용 매장인 '하티스트' 인근 가로수에게 입혀준 것. 그동안 '쇼핑을 통해 기부한다'는 일률적인 'CSR'개념에서 벗어나 예술과 융합한 시도였다. 또 신입사원 30여명과 함께 진행하며 CSR에 대한 직원들의 자발적임 참여를 독려하고 인식을 개선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4년 '예술인파견지원 사업'을 신청해 11명의 예술인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이들은 6개월 동안 아모레퍼시픽으로 '출근'하면서 △우수사원 판화 프로젝트 △사가(社歌) 편곡 프로젝트 △직원 참여형 연극 프로젝트 △북아트-죽은 공간 살리기 등 6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모든 프로젝트 과정에서 사원들이 직접 참여해 예술인들과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즐겁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임원들도 참여하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정해진 사업기간이 끝난 뒤 예술인들과 별도의 계약을 체결, 지난해에도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기업의 '필요성'(욕구)과 예술인들의 '재증'(탤런트)이 만나 시너지를 창조한다.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을 통해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지난해 한국예술인복지재단과 함께 190개 기관·기업에 515명의 예술인을 파견했다. 올해는 300개 기업에 1000명을 파견한다는 계획이다.

◇ 기업에 예술인 파견? 어떤 일 하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은 예술인들을 특정 단체에 파견해 6개월 동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기업의 조직문화, 경영전략, 상품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와 문화예술을 접목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2014년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생계가 어려운 예술인들에게 양질의 '부업'(sub-job)을 제공하겠다는 예술인 복지사업 차원에서 출발했다. 직접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게는 월 120만원씩, 기업과 예술가를 잇는 '멘토' 역할의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에겐 월 150만원씩 총 6개월을 지원해준다.

사업에 지원,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조직문화 개선 △인력개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공동체 문화 활성화 △자원재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지난해 파견지원사업 분야는 공동체 문화개선이 27%(70건)로 가장 많은 유형을 차지했다. 다음으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18%(46건), 주민역량강화 14%(35건), 지역 특성화 11% (29건), 지역 공간 개선 10%(26건), 조직문화 개선 9%(24건), 제품 및 서비스 개선 7%(18건), 인력개발 3%(7건), 자원 재생 1%(3건) 순으로 나타났다.

신청 단체도 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삼성물산, 샘표식품 등을 비롯해 국방부, 성남수정경찰서, 동대문종합사회복지관, 한울요양병원, 정읍시청, 서초구립반포도서관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가 참여했다. 190개 기관 가운데 일반기업이 37%(70개)로 가장 많았고 공공기관 24%(46개), 복지관 13%(25개), 법인 10%(18개), 조합․협회 9%(17개) 등으로 이어졌다.

◇ 기업도, 예술가도 만족도 높아…"예술인 스스로 생존하는 법 알려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대한 만족도는 기업과 예술인 양측 모두 높은 편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지난해 참여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관의 30%가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이 기존에 없었던 창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보나"란 질문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46%는 "그렇다"고 답해 긍정적인 답변이 76%를 차지했다.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예술인 역시 자신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2014년 해당 사업의 멘토로 참여한 독립문화기획자 류성효씨는 "기존의 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은 예술인의 희생을 일정 부분 계속 강요하고 결과도 기관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틀어놔 버렸다면 이 사업은 예술인을 복지의 대상으로 한정하지 않고 사업의 주체로 설정했다"고 평했다.

류씨는 또 "제가 생각하는 예술인 복지의 목표는 예술인이 스스로 생존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은) 진정한 의미의 인큐베이팅 사업인 것 같다. 예술인 스스로 생존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고도 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관계자 역시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예술인들이 다른 장르의 예술인이나 기관, 단체들하고도 교류하며 융합·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예술인들의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2016 예술인 파견지원사업 참가 예술인 분포 현황(왼쪽) 및 참가 단체 분포 현황(오른쪽) /그래픽=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참여 예술인 86%가 수도권…'지역편중' 극복 숙제도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의 장점은 무엇보다 예술인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면서도 안정적인 '부업'의 자리를 제공해준다는 데 있다. 그러나 국내 활동 중인 창작 예술인이 수십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다수의 참여 예술인과 단체가 수도권에 집중돼있어 지역 편중성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 따르면 해당 사업은 전국 단위의 사업임에도 지난해 전체 참여 예술인의 86%(376명)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참여기관 역시 전체 190개 중 76%에 해당하는 144개가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재단 측은 "아직 많은 예술인이 이 사업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는 않다. 심지어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존재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예술인도 있다"며 "앞으로의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에 대한 전방위적인 홍보와 이에 따른 지역 균형을 고려한 선발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예술인 파견지원 사업 계획은 다음 달 초에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전체 규모를 확대한다는 큰 틀 아래 세세한 부분을 조율하고 있다"며 "(2월에) 계획이 발표된 뒤 2달여 동안 참여를 희망하는 예술인 및 단체의 지원을 받고 1달여 동안 이들은 연결하는 '매칭'사업을 진행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각 예술인의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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