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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세계적 '아트 파워' 정도련 "韓 큐레이터 해외 더 알려졌으면"

2016.10.18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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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련 m+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4/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단독인터뷰] 정도련 M+ 부관장,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
"홍콩 M+박물관, 단색화 등 한국 작가 작품도 수집"

정도련 홍콩 M+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큐레이터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아트 파워'로 꼽힌다. 한인 최초로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 큐레이터로 일하며 비서구권 작품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들을 컬렉션 리스트에 올려놓은 장본인이다.

지난 14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차 방한한 정도련 부관장을 만났다. 그는 과천관에서 '새로운 미술관'이라는 담론을 놓고 기관으로써 미술관의 역할과, 미술관의 내부적 역학관계, 대중, 사회, 국가 사이의 외부적 관계 등에 대해 강연했다.

정 부관장은 한국 미술관에 대해 "지난 10~15년 사이 일취월장했다"고 평가하면서도 "큐레이터로써 더 많은 한국의 큐레이터들이 해외에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큐레이터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함께 주는 MoMA처럼, 큐레이터를 신뢰하고 투자하는 기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단색화에 대해서는 "담론과 시장이 함께 형성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2019년 개관 예정인 M+박물관에도 몇 개의 단색화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한국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다음은 정 부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정도련 m+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4/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과천관 강연에서 "새로운 미술관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새로운 미술관의 역할이 전통적인 미술관의 역할이나 사명과 다르지는 않다. 미술관이라면 공공을 위한 작품의 수집, 보존, 연구, 전시 등 꼭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다만 현재의 미술관이 바로 잡히지 않고서는 21세기 미술관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이후(Post)가 있으려면 이전(Ex)이 있어야 한다.

-아직 한국의 국공립 미술관들은 '새로운 미술관'을 말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 현재의 미술관이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다.

▶그렇진 않다. 제가 한국에 자주 들어오는 건 아니지만, 한국의 미술관들이 지난 10~15년 사이 일취월장했다. 한국 사람들과 기관들은 학습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개선(Improvement)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기관의 경험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M+박물관이 들어설 홍콩 서구룡문화지구는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휑한 모습이었다. M+ 개관도 늦어지는 건가.

▶원래 2017년이었다가 2018년으로 미뤄졌던 게 다시 2019년 개관으로 늦춰졌다. 하지만 이미 '소프트웨어'는 돌아가고 있다. 한국에서는 '너희는 건물도 없으면서 컬렉션도 하고 전시도 해?'라며 놀라더라. 한국은 항상 하드웨어 위주로 돌아가니까. 그런데 어찌 보면 늦춰지는 게 당연한 것이다. 서구룡문화지구 관리국이 생긴 게 2007~2008년이고, 직원들이 들어온 게 2011년이다. 내가 합류한 건 2013년이고. 2~3년 안에 건축가를 선정하고, 1년 내 건축 디자인을 끝내고 반 년 안에 착공을 한 건데, 뮤지엄 프로젝트를 아시는 분들이 보기에는 스케줄이 아주 잘 돌아가는 상황이다. 다만 공금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감사도 많이 받고, 관료주의(Bureaucracy)적인 절차도 있어서 2019년 초에 건물이 완성되고 나면 최소 6개월은 더 지나야 하드웨어가 갖춰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

-하드웨어가 없는데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운영하고 있다는 건가.

▶제가 처음 왔을 때 직원이 30명이 안됐는데, 벌써 70명이 일을 하고 있다. 서구룡문화지구 관리국 전체 직원은 300명이 넘는다. 소장품은 대여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울리 지그로부터 받은 건 스위스에 있다. 홍콩은 워낙 땅값이 비싸서 가져올 수가 없다. 2018년 중 하반기 쯤 수장고가 완성되면 그 때 옮겨갈 예정이다.

정도련 m+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4/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작품 수집에 들어가는 예산은 얼마나 되나. 어느 정도 컬렉션을 갖고 있는지.

▶총 17억홍콩달러(약 2500억원)가 들어갔다. 이 중 10억홍콩달러는 수집, 나머지는 보존에 쓰여지고 있다. 전체 컬렉션은 현재 6000점 정도다. 컬렉션은 더 늘릴 예정이다.

-얼마나 더 수집할 계획인가.

▶사실 숫자는 의미가 없다. 미술 작품만 소장하는게 아니라 아카이브 자료들도 있으니까. 건축 아카이브 같은 경우 작품 한 점당 굉장히 많은 아카이브 자료가 따라온다. 하나하나 따질 수 없다.

-한국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한 해 미술품 구매 예산이 30억원 정도라고 한다. M+에 비하면 아주 작은 액수 아닌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작은 액수인 것도 아니다. 다른 나라에선 이 정도 예산도 못 갖고 있는 나라들이 많다. 그리고 또 이게 단순 비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MoMA의 경우 미술품 구매 예산은 다른 어느 곳과도 비교가 안 된다. 매년 정해진 게 아니라서 얼마라고 말을 할 수도 없다. 거긴 이사회(Board) 위원들이 굉장히 관대(Generous)하다. 미술관에서 엄청난 가격대의 중요한 작품이 필요하다고 하면 이사회 위원들이 다 모여서 여기에 기여를 한다. 그런 결정이 있는 해에는 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거다.

-국공립미술관이 대중과의 관계, 사회와의 외적 관계에 치중하다 보니 미술관으로써 제대로 된 기획을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게 사실이다.

▶미국 미술관 경우 위원회의 영향력 너무 큰 거 아니냐는 말이 있다. 그들이 수표를 주지 않으면 컬렉션을 못 하니까. 큐레이터가 작품 컬렉션을 하는 데 있어서도 위원회를 고려해야 한다. 그들은 컬렉터이면서도 갤러리와도 관련이 있다. 전체 생태계로 봤을 때 미술관, 갤러리, 컬렉터가 하는 일이 다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제 그게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영역이 융합되면서 개입도 많아졌다. 따라서 큐레이팅을 한다는 게 완벽하게 객관적일 수가 없다. 특히 전시 기획력이나 질적인 면에 대한 판단에 있어서도 당연히 주관성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아트바젤이 들어오면서 홍콩이 급격하게 아시아 미술시장의 패권을 잠식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것 같다. 아트페어의 '할아버지'격인 아트바젤이 홍콩에 들어왔다는 자체가 엄청난 영향력이다. 바젤 측이 상하이, 싱가포르 등 아시아 시장을 지켜보다가 홍콩을 낙점한 건데, 홍콩이 미술시장으로 알려져서도 아닌데 아마 저력을 본 것 같다.

-그에 비해 한국 미술시장은 발전이 더딘 편이다. 한국 미술계나 한국의 큐레이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에서 일해본 적도 없고 표면적으로만 아니까 한국 미술계가 어떻다는 얘기를 할 순 없지만, 한국 출신 큐레이터들이 외부적으로 훨씬 더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은 많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게 큐레이터들의 잘못은 아니다. 기관의 책임이기도 하다. MoMA는 큐레이터에게 엄청난 책임과 함께 권한을 준다. 큐레이터들을 신뢰하고 크게 투자한다. 내가 있을 때도 그랬고, 그게 MoMA의 색깔이다.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큐레이터들이 대외적으로 활동을 더 많이 하려면 기관의 지원이 필요한 건 분명하다.

-최근 '단색화'가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것처럼 국제시장에서 부각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갤러리 주도의 '반짝 테마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대표할 만 하다고 생각하다. 1970~1980년대 주류 미술운동이었고, 지금 이렇게 시장이 형성되기까지 담론도 만들어진 거다. 단색화가 소위 '뜨기' 전에 미술관, 갤러리 전시가 있었고 비엔날레에서도 재조명이 됐다. 갑자기 '빵' 터진 것처럼 회자되고 있는데 그렇게 보이는 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쉽게 되는 건 아니다. 담론이 형성되고,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고, 갤러리도 국제적 지위와 재정적으로 힘을 갖춰야 한다. 이 모든 게 축적되고 맞물린 다음에 시장이 형성되는 거다. 그렇다고 또 다른 미술운동이나 경향이 나중에 시장에서 부각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너무 흑백 논리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M+에서 소장하고 있는 한국 작가 작품은 어떤 게 있나.

▶백남준 작품도 있고, 단색화 작가들 작품도 들어와 있다. 젊은 작가로는 양혜규 작품도 있다. 아직까지 그렇게 많은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소장할 예정이다.

정도련 m+박물관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가 14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0.14/뉴스1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정도련은…
2013년 9월 M+ 개관 당시 수석 큐레이터로 임명됐고, 2016년 1월 부관장 겸 수석 큐레이터로 승진했다. 수집, 전시, 교육과 퍼블릭 프로그램을 비롯해, M+가 집중하는 디자인과 건축, 영상, 시각예술 등 모든 전시관련 업무와 프로그램을 감독하고 있다. M+에 합류하기 전에는 MoMA의 회화, 조각부서에서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로 재직하며 2012년 '도쿄 1955-1970 : 새로운 아방가르드' 등을 기획해 호평을 받았다. 2003~2009년에는 미국 미니아폴리스에 있는 워커미술관의 시각예술부 큐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M+박물관은…
아시아 현대미술을 집중 소개하는 M+박물관은 2019년 개관 예정이다. 건물이 완공되기도 전에 이미 6000점이 넘는 컬렉션을 갖추고 기획전을 열고 있다. 스위스 저명 컬렉터인 울리 지그(Uli Sigg)는 지난 40년간 수집한 중국 현대미술작품 1500점을 이 미술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M+박물관이 들어설 서구룡문화지구는 213억홍콩달러(약 3조원)가 투입된 정부 주도의 '문화허브'로 12만평 부지에 오페라극장, 미술관 등 17개의 문화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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