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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단색화 대안 '포스트 단색화' 부상…'가치주'일까 '테마주'일까

2016.12.0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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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국제아트페어 전시장 전경 (한국화랑협회 제공) © News1

아트페어, 경매 등 단색화 열기 급랭 분위기, 포스트단색화 김용익, 김태호 등 컬렉터 쏠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랐어요. 단색화가 이렇게 싸늘한 건 처음이었어요."

지난 10월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한국국제아트페어에 부스를 내고 참여했던 화랑주 A씨의 말이다. 그는 "여느 때보다도 단색화에 대한 열기가 덜 한 것 같았다"며 현장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지난 2~3년 한국 미술계를 달궜던 '단색화'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등 1970년대 주류 미술사조를 이끈 1930년대생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값이 국내외 경매시장에서 주춤하고 있는데 비해, 이른바 '포스트 단색화'로 꼽히는 1940년대 생 김태호, 김용익 작가 등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김태호는 노화랑이, 김용익은 국제갤러리가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단색화 이 외에 다양한 한국 작가들의 선전을 환영하면서도, 반짝 상승에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고(故) 김환기(1913-1974) 화백의 1970년작 노란색 대형 전면점화 작품이 27일 오후 6시께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된 서울옥션(대표 이옥경)의 '제20회 홍콩경매'에서 약 63억2626만원(4150만홍콩달러)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 사상 작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서울옥션 제공) © News1

◇김환기 독주 속 단색화 답보…'포스트 단색화가' 급부상

지난 27일 제20회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김환기의 1970년작 노란색 전면점화가 63억2626만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그러나 김환기를 제외한 기존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 경매는 어느 때보다도 냉랭했다. 서울옥션은 이번 홍콩경매에서 한국 미술 신고가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낙찰률은 올해 홍콩경매 최저치인 69.2%를 기록했다. 5월 제19회 홍콩경매 낙찰률은 82.19%, 4월 제18회 홍콩경매는 76.3%였다.

이날 경매에서 단색화 거장 이우환 화백의 작품은 6점 중 3점이 유찰됐고, 박서보 화백의 작품 중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1975년 작 '묘법' 시리즈는 낮은 추정가를 밑도는 2억4000만원 선에 낙찰되는 데 그쳤다.

특히 박서보 화백의 경우 1년 전인 지난해 11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같은 1975년 작 '묘법'이 약 11억6300만원에 낙찰되며 이우환, 정상화에 이은 '10억 클럽' 단색화 작가가 됐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반면 김태호 작가의 1996년작 '내재율'은 높은 추정가를 웃도는 약 1억500만원에 낙찰됐다. 시장에서는 김태호 작가의 작품 가격이 최근 2~3년 사이 20~30% 가량 오른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김태호 작가 작품은 이미 2~3년 전부터 찾는 이들이 많았고, 지금은 거의 절정으로 가고 있는 중"이라면서 "국내 미술 애호가들의 안목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국제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지난 11월22일부터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김용익 작가 역시 포스트 단색화가로 주목받으며 선전하고 있다. 올해 런던, 상하이 등 국제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완판시키다시피 했다.

전민경 국제갤러리 디렉터는 "단색화에 대한 국내외 미술시장의 이해도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후에 등장하는 김용익 작가 같은 개념 기반의 포스트 단색화가도 잘 읽힐 수 있는 분위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색화' 열풍의 시초로 꼽히는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전을 기획했던 윤진섭 평론가는 "시장의 논리로 보면 전기 단색화의 작품 가격이 오를만큼 올랐다고 판단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부담이 덜한 '포스트 단색화' 작품이 뜨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젊은 단색화 작가들이 향후 미술시장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가치주'? '테마주'?…"단기 투자위해 무작정 따라가는 건 위험"

미술계에서는 단색화에 이어 포스트 단색화가 주목받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과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유력 화랑주가 아트펀드 청산 위기를 벗기 위해 개인회생을 신청하는가 하면, 27년 가까이 운영돼 왔던 청와대 인근 화랑이 폐업 수순을 밟는 등, 화랑 경기가 점점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단색화나 포스트 단색화를 취급하는 일부 극소수 화랑들로만 쏠림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다.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화랑으로 여러 컬렉터로부터 '김태호 작품 있느냐'며 문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 키아프에서도 '이 다음은 김태호라며?'라고 수근대는 컬렉터들을 보니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좋아해서라기보다 투자 목적이 커 보였다"고 했다.

단색화나 포스트 단색화가 일부 대형 화랑 주도의 반짝 '테마주'라는 지적도 있다. 화랑주 B씨는 "한국 미술시장이 유독 단색화에 대한 쏠림이 심하다"면서 "한국 미술의 다양성이 실종되고 미술품을 단기 투자 목적으로만 보는 컬렉터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화랑주 C씨는 "단색화가 불과 2~3년새 주춤해진 걸 보면 포스트 단색화도 향후 투자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조심스레 전망했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은 "단색화라는 말 자체에 무리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단색화가 미술사적, 학술적 용어라기보다 미술시장 관점에서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고 했다.

그는 또 "포스트 단색화라는 말 이면에는 '지금까지 단색화를 잘 팔았는데, 이 다음에 잘 팔릴 작가는 누구냐'라는 게 깔려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표피적으로 단색화와 엇비슷한 풍의 작품들을 찾는 것"이라면서 "국제시장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작가를 찾기보다, 투자수익을 보장해줄만한 작가를 찾는 데 치중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김환기 그림 값이 뛰니까 미술시장이 호황이라고 생각하는 시각이 있는데, 사실 빈익빈 부익부가 매우 심하다"며 "단색화를 제외한 다른 모든 작가들의 작품 거래가 사실상 정지된 상태"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색화나 포스트 단색화에 대한 쏠림이 지속되다 보면 미술시장이 고갈될 수 밖에 없다"며 "시장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포스트 단색화보다 포스트 한국미술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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