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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brief절세의 미학 '미술 작품', 거장 뜨자 '줍줍 모드'

2021.10.27

[더벨] 양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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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 이우환 석판화 '무제' 하루만에 판매 종료…투자자 관점, 절세 극대화 초점

이우환 East Winds, oil and mineral pigment on canvas. 출처:서울옥션

[편집자주] 고액자산가들의 자산관리와 문화 생활에도 트렌드가 있다. 이들은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 투자 상품 뿐 아니라 문화 생활에도 차별화를 추구한다. PB 비즈니스에 적극적인 금융회사들은 이들만을 위한 채널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사, 그리고 투자동향과 문화생활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 본다.

거장 이우환의 그림이 미술품 거래 시장에 오르자 판매 개시 하루만에 새 주인이 등장했다. 이 화백은 'Winds' 시리즈로 국내 생존작가 중 경매 최고가 기록을 가진 추상화의 대가다.

미술품을 예술이자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자산가가 늘면서 절세 극대화가 가능한 생존작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투자 단위와 보유 개수가 다른 거부에게는 생존작가의 그림이 모두 비과세라는 게 매력적인 투자 포인트다.

20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술품 중개 플랫폼(엔젤리그)에서 이우환 화백의 2012년작 석판화 '무제'의 판매가 개시됐다. 거래는 가판대에 오른 지 하루만에 마무리됐다. 매매가는 2100만원이었고 매매 대금은 일시불로 결제됐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이우환 화백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생존작가"라며 "미술품에 투자하는 자산가를 중심으로 이 화백은 물론 박서보, 이건용, 김종학 등 생존작가를 전략적으로 찾는 고객이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품 투자엔 다양한 절세 전략이 있으나 가장 확실한 접근법"이라고 덧붙였다.

미술품을 판매해 거둔 소득은 양도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소득세법상 '기타소득' 계정으로 과세된다. 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은 22% 정도다. 20%를 웃도는 수치에 마치 부동산처럼 과세 부담이 과중할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물론 현행 상장주식 거래처럼 양도소득이 비과세는 아니지만 세제 혜택이 즐비하다.

우선 필요경비율이 80%에 달한다. 만일 미술품을 1억원에 사서 2억원에 판 투자자를 가정해보자. 이 때 2억원의 80%가 필요경비로 공제되고 나머지 20%인 4000만원이 과세표준으로 확정된다. 이 4000만원의 약 22%인 880만원이 세금(기타소득 명목)으로 부과되는 셈이다. 880만원은 양도차익의 8.8%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절세의 하이라이트는 생존작가 비과세 규정이다. 만일 투자자가 아직 생존한 화백의 미술품을 매매한다면 양도차익의 규모와 무관하게 세금은 '0원'이다. 이 때문에 미술품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자산가는 저명 생존작가의 경매를 기다리고 이름값이 뛰어오를 젊은 아티스트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다른 소득세 감면 혜택도 있다. 보유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필요경비율은 90%로 높아지고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인 경우도 비과세로 처리된다. 하지만 미술품을 투자 타깃으로 삼은 초고액자산가(VVIP) 입장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절세 혜택은 아니다.

이우환 무제, lithograph. 출처:서울옥션

보유 기간이 10년을 넘어서는 건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화폐의 시간가치를 반영한 내부수익률(IRR) 기준 수익성이 큰 폭으로 떨어진다. 여기에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회수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리스크까지 부담해야 한다. 다만 상속을 염두에 둔 투자라면 혜택을 누릴 여지가 있다.

양도가액이 6000만원 미만일 때 비과세인 제도는 일반 개인 투자자가 재테크를 벌일 때 유용하다. 소득세법상 미술품 과세 체계에서 과세표준은 어디까지나 양도가액이다. 매매를 통한 차익이 아니라 매도 가격 그 자체다. 미술품의 매매가 내지 경매가가 1억원을 훨씬 밑돌아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우환은 국내 생존 작가 중 가장 높은 낙찰가인 31억원(1984년작 East Winds)를 기록한 세계적 거장이다. East Winds는 자유로운 운율과 리듬에 따라 일률적 질서를 해체한 Winds 시리즈에서 수작으로 손꼽힌다. 이 화백은 나무와 돌, 종이 등을 있는 그대로 전시하고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모노하(物派)' 운동의 이론적 토대를 정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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