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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쓰레기에서도 보물이 발견된다…'쓰레기×사용설명서'특별전

2017.07.19

[뉴스1] 박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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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중 쓰레기를 생성하는 도시(영상맵핑) © News1

국립민속박물관, 7월19일부터 10월31일까지 개최
정약용 '하피첩' 등 쓰레기서 발견한 보물 등 전시

보물 제1683-2호 하피첩(霞帔帖). 조선 후기 대학자 정약용이 1810년 두 아들에게 전하고픈 당부의 말을 적은 서첩이다. 부인 홍씨가 강진 유배지로 부쳐온 빛바랜 혼례복인 붉은 치마를 활용해 만들었다. 2004년 경기도 수원에서 폐지 줍는 할머니의 수레에서 사라질 뻔했으나, 이를 발견한 사람이 유물 감정 프로그램에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2010년 보물로도 지정됐다.

보물 제1901-11호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英祖大王胎室石欄干造排儀軌) 역시 쓰레기 속에서 찾아낸 18세기 초 문화재다. 영조의 태실 돌난간을 조성하는 과정과 의식 절차 등을 적은 책으로, 영조의 태실 봉지기로 일했던 사람의 자손 살림집 다락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발견됐다. 발견자가 청원군청에 기증한 이후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다가 의궤임을 알아본 군청 직원의 노력으로 2016년 보물로 인정받았다.

1971년 미국의 학자인 윌리엄 랏제가 애리조나주 '투손' 쓰레기 매립지를 발굴한 이후로, 쓰레기 분석을 통해 생활사를 복원하는 '쓰레기 고고학'(garbage archaeology)이 학문의 한 분야로 자리 잡았다. 생활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쓰레기에 대한 탐구는 우리들의 삶에 대한 접근이기도 하다.

이에 국립민속박물관은 쉽게 얻고 버리는 현대 소비 풍조 속에서 쓰레기 문제를 통해 우리 사회를 살펴보고, 우리 이웃이 실천하는 대안을 공유함으로써 관람객 스스로 해법을 생각해 보는 특별전 '쓰레기×사용설명서'를 마련했다. 쓰레기는 프랑스 국립유럽지중해문명박물관과 공동으로 정한 주제다.

정약용의 하피첩. 이하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News1

오는 19일부터 10월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거름통’ ‘넝마 바구니’ ‘지승병’ ‘재활용 등잔’ ‘포탄피 재떨이’ 등 쓰레기 수집과 활용 관련 유물·사진 자료, 쓰레기로 사라질 뻔했던 문화재인 ‘하피첩'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고산 윤선도유물전시관 소장) 등 300여 점이 소개된다.

특히 고산 윤선도 집안에서 내려오는 그림 ‘미인도’는 문인화가 윤두서(1668~1715)의 손자 윤용(1708~1740)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인도’는 집안에서 못 쓰는 물건을 정리하던 중 책장 안 밑바닥에 깔린 새까만 종이를 쓰레기 더미에 던졌는데 그 종이 안에서 발견되었다. 하마터면 보기 드문 미인도 한 점을 잃어버릴 뻔했다.

윤용의 미인도© News1

전시장에는 인간이 남긴 쓰레기와 활용 모습, 쓰레기 문제에 대한 우리 이웃들의 대안이 소개된다. 전시는 크게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의 쓰레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1부-쓰레기를 만들다’와 ‘2부-쓰레기를 처리하다’, 그리고 전통 농경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재활용사(史)와 여러 대안과 해법을 소개하는 ‘3부-쓰레기를 활용하다’로 이루어져 있다.

1부에서는 1인이 하루와 1주일, 4인 가구가 1주일 동안 얼마나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지 보여주는 영상물과 함께 초기 ‘컵라면 용기’, ‘나무 도시락’ 등 일회용품 등이 전시된다. 2부에서는 ‘넝마 바구니’, ‘폐지 손수레’ 등 폐자원 수집 도구, 한양대 문화재연구소가 2009년 발굴한 ‘서울 성동구 행당동 출토 생활쓰레기 유물’ 등이 전시된다.

또 3부에서는 ‘지승병’, ‘피피선 바구니’, ‘재활용 등잔’, ‘철모 똥바가지’ 등 재활용사(史) 관련 유물 및 사진 자료와 함께 우리 이웃이 보여주는 대안을 자료, 인터뷰 영상을 통해 소개한다. 특히, 쓰레기로 오인되어 잃어버릴 뻔했던 ‘하피첩’, ‘영조대왕 태실 석난간 조배의궤’, ‘미인도’ 등의 문화재도 함께 전시된다.

3부 중 근현대 재활용과 현재의 새활용© News1

이와 함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대안도 소개한다. 장난감 재활용 사회적 기업 ‘금자동이’, 버려지는 청바지로 가방을 만드는 마을기업 ‘리폼맘스’, 양복을 기증받아 면접을 준비하는 구직 청년 등에게 값싸게 대여하는 ‘열린옷장’, 제주 바다의 쓰레기를 수집하여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재주도좋아’, 다양한 물건을 기증·판매하고 수익금을 사회에 환원하는 ‘아름다운 가게’, 폐품을 다듬어 새로운 물건으로 탄생시키는 수선(reform)의 달인들,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과 물건에 담긴 추억·의미에 교감하는 사람 등 버림받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개인과 단체, 기업의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시는 쓰레기가 생활과 놀이, 예술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전해준다. 박물관 야외와 실내에 최정화 설치미술가의 ‘만인보’ 등 작품과 버려진 물건을 예술품으로 탄생시킨 김종인서울여대 미술대학 교수의 ‘마니미니재미형(形)’ 등 '정크아트'(Junk Art)도 전시된다. 또, 환경 문제에 관심을 두는 학생 작품도 전시되는데, 에코퍼센트(E%)는 자연 분해가 어려운 스티로폼, 알루미늄캔, 유리 등의 합성소재를 활용하여 쓰레기가 전통적인 십장생을 대체해버린 현실을 풍자한 ‘신(新) 십장생’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재활용 놀이터가 꾸며지고, 싫증 난 장난감과 친환경 가방(에코백)을 교환하는 코너가 운영된다. 또, ‘우산 수리’와 ‘새활용업사이클 공예 제작 체험’도 22일부터 8월12일 사이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천진기 민속박물관장은 "인류의 공통 과제인 쓰레기가 개인과 공동체, 미래를 위해 풀어야 할 화두가 된 지금, 이번 전시가 우리 생활을 돌아보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시장의 모습이다.

© News1

© News1

© News1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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