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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따분함은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 제니 홀저의 경고? 경구!

2019.12.0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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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과천서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전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제니 홀저가 과천관 다리위 돌에 새긴 경구. [email protected]

1.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A STRONG SENSE OF DUTY IMPRISONS YOU)

2. YOU ARE GUILELESS IN YOUR DREAMS(사람은 꿈 속에서 솔직하다)

3. 따분함은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BOREDOM MAKES YOU DO CRAZY THINGS)

4. SOLITUDE IS ENRICHING(고독은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

5.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늘 기억하라(REMEMBER YOU ALWAYS HAVE FREEDOM OF CHOICE)

6. YOU ARE THE PAST PRESENT AND FUTURE(당신은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다)

7. 가질 수 없는 것은 언제나 매력적이다(THE UNATTAINABLE IS INVARIABLY ATTRACTIVE)

8. LISTEN WHEN YOUR BODY TALKS(자신의 몸이 하는 말을 들어라)

9. 모든 것은 미묘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ALL THINGS ARE DELICATELY INTERCONNECTED)

10. RAISE BOYS AND GIRLS THE SAME WAY(여자 아이와 남자 아이를 똑같이 양육하라)

11. 당신의 모든 행동이 당신을 결정한다(THE SUM OF YOUR ACTIONS DETERMINES WHAT YOU ARE)

“돌에 새겨진 글자는 만질 수 있고, 차갑고 단단한 촉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으며, 인쇄 매체로 구현된 텍스트와는 전혀 다른 감각을 전달할 수 있다.”

세계적인 개념미술가 제니홀저가 한국 관객들에게 11개의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을 남겼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석조 다리 돌위에 새겼다. '따분함은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 당신을 결정한다'등 경고 같은 경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어로 5개, 한글로 6개로 쓰여있다.

[서울=뉴시스] <경구들>, 1977-79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의 커미션으로 제작Detail of Selections from Truisms, 2019Engraved stone railingText: Truisms, 1977–79© 2019 Jenny Holzer, member Artists Rights Society (ARS), NY/ Society of artist copyright of Korea (SACK), SeoulMMCA Commissioned Project FOR YOU: Jenny Holzer,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9

홀저는 1986년부터 대리석, 화강암과 같은 자연석으로 제작된 석재 벤치와 석관에 글자를 조각하는 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도시의 공원이나 공동묘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구조물과 비슷한 석재에 새겨진 그녀의 작품은 부유하는 언어를 영구적인 조각의 형태로 변형시켜 일종의 근엄성과 영구성을 논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관객에게 글을 읽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와 더불어 예술의 일상화를 실천하는 작업 방식이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제니 홀저가 부상한 건 1970년대 후반. 격언, 속담 혹은 잠언과 같은 형식으로 역사 및 정치적 담론, 사회 문제를 텍스트로 보여준다. 자신이 쓴 경구들(Truisms)을 뉴욕 거리에 게시하면서 텍스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티셔츠, 모자, 명판 등과 같은 일상 사물에서부터 석조물, 전자기기, 건축물, 그리고 자연 풍경 등에 언어를 투사하는 초대형 프로젝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공공장소에서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1990년 제44회 베니스비엔날레 미국관을 대표하는 첫 여성 작가로 선정됐고, 같은 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이후 구겐하임 미술관(뉴욕, 빌바오), 휘트니 미술관, 루브르 아부다비, 뉴욕 7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공공장소에서 작업을 선보였다.

[서울=뉴시스] Exhibition view_MMCA Commissioned Project FOR YOU -Jenny Holzer, 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연 커미션 프로젝트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전은 2017년부터 약 3년간 진행된 전시다. 서울관 내 서울박스와 로비, 과천관 야외 공간을 새롭게 해석한 신작으로 제니 홀저 작품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을 위하여: 제니 홀저'는 포스터, LED 사인, 돌 조각 등 작가의 가장 잘 알려진 작품 3점을 미술관 실내·외 공간에서 함께 선보인다.

구조적이고 함축적인 작가의 언어를 적절하게 해석하고 담아내기 위해 한유주(소설가, 번역가)를 비롯한 전문 번역가들이 번역에 공동 참여했고, 안상수(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 PaTI, 날개)와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들의 협업을 통해 홀저의 '경구들' 포스터가 한글로 선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커미션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왕성한 활동 중인 제니 홀저가 최초로 한국어를 활용한 신작을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전시”라며 “미술관 공간에 맞추어 특별히 커미션 제작된 작품들은 국내외 관객들에게 현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고, 세계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FOR YOU, 2019_Exhibition view_The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Korea, 2019.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서울관 박스에는 이번 프로젝트와 동명의 신작이자 최초로 국문과 영문 텍스트를 함께 선보이는 기념비적인 로봇 LED 사인 '당신을 위하여(FOR YOU)'(2019)가 설치되었다. 길이 6.4m의 직사각형 기둥의 네 면을 둘러싼 LED 화면 위로 작가가 선정한 문학 작품들의 텍스트가 흘러간다. 김혜순, 한강,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 등 현대 문학가 5명의 작품이 함께 선보이며 이를 통해 여성 화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한다.

약 16m 높이 천장에 매달린 사각기둥은 서울박스 공간에 맞춰 구현된 로봇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속도로 위아래로 움직인다. '당신을 위하여'에 제시된 내러티브들은 역사적 비극, 재앙 혹은 사회적 참상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의 생각을 추적하며 미술관을 공감과 대립, 소통과 회복의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제니퍼 홀저 개인전

한편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에서는 '당신을 위하여', '경구들에서 선정된 문구들' 2점을 미술관에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발전을 위해 2011년 발족한 경영인 모임으로 매년 국립현대미술관의 뉴미디어 작품 수집을 지원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후원회는 2012년 문경원&전준호의 , 2018년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 에이샤-리사 아틸라(Eija-Liisa Ahtila)의 'horizontal-vaakasuora' 등을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다. .

전시기간 제니홀정 영화 상영을 비롯해 학예사, 미술비평가, 문학비평가 등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 행사가 전시 기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2020년 7월5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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