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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 이정아 <생명> [갤러리시:작]

2017.02.23

Writer :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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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아 Solo Exhibition

 

■ 2017.2.22-2.28

 

시간의 흐름 속 기억의 켜들

 

우리 각자는 이름이라는 레이블 하나씩을 붙이고 다닌다. 더 나아가, 사람은 모름지기 이름값을 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름이 붙여지는 ‘나’라고 하는 것은 어디에 있는가? 전문가들은 말한다, 나 또는 자아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같지 않고, 확실한 것은 우리가 무수히 많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은 매일 수 없이 죽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세포들이 만들어진다고. 또 세포는 미토콘드리아 같은 긴 세월의 부스러기를 담고 있는 원형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그렇다면 죽음과 탄생의 교차는 단순히 사라짐과 나타남, 또는 존재와 비존재를 뜻하는 것 같지 않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 이정아는 ‘세월의 흐름’을 그런 중층적, 융합적인 방식으로 인식하면서 작업했다. 시간이나 세월은 순수 물질인 지층이나 화석으로 남기도 하지만, 세포의 원형질 속에 유기물로 결정화되면서, 앙리 베르그손이 말하는 물질로서의 기억, 또는 기억으로서의 물질이 되기도 한다. 이정아의 작업은 그렇듯 배경과 전경, 자연과 의식, 마티에르와 글레이즈 같은 기법들, 선과 면, 색과 빛, 서양적 형태와 동양적 여백 사이의 동기화(synchronization)이다. 

 

인류학적 관점을 빌린다면, 이정아의 조형적 건축술은 그레고리 베이트슨적인 의식의 생태학에 근접한다. 생태적 환경에서는 아무것도 실재성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캔버스 바탕에 씌워진 마천, 아교, 수성제도는 표면층 아래서 세월의 켜들을 증명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 위로 부유(浮游)하는 구형(球形)의 색채들, 그런가 하면 여백의 존재를 증명하듯이 전경을 기어가는 필라멘트 같은 먹(stone ink)의 가는 선들. 이들은 모두 이정아 작가에게 시간의 흐름을 채우고, 과거와 미래, 앞뒤로 리얼리티를 생성해가는 정신적 물질이고 매체이다.

 

이전 작품들이 작가의 재능을 산뜻하고 아름답게 드러내었다면, 이제부터 그의 작품은 방향을 선회하여 자신의 생의 시간 속을 들여다보며, 그가 경험한 배경(들)의 어둠과 빛의 힘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관람자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참을성 있게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 

 

김혜련    

 

 



 

 

 

갤러리시:작

 

인사동 대로변 스타벅스 2층

 

02-735-6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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