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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프로젝트 살구이끼] 4: 닮은 그림 찾기

2018.07.27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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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살구이끼 4: 닮은 그림 찾기

박원주展 / PARKWONJOO / 朴嫄珠 / installation.sculpture

2018_0801 ▶ 2018_0831

 

 

스페이스 이끼

SPACE IKKI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www.spaceikki.com

 

 

 

북정마을에서 한 달을 보냈다. 성북동 성곽 아래 자리 잡은 조용한 마을이다. 한성대 입구역에서 성북03을 타고 동네 꼭대기 양씨 가게에 내리면 드로잉 스페이스 살구가 있다. 이 곳에서 열 번째 레지던스 작가를 했다. 첫 주에는 시간이 많아 여태껏 내가 만들어 온 작품을 다시 들여다 보고 있자니 낯이 익은 것이 있었다. 박살난 유리를 살릴 수 있는 것만 모아 조각 조각 겨우 짜맞춘 액자 「맥거핀」에 길쭉한 둥근 고리처럼 생긴 북정마을 모양이 들어 있는 것이었다. 무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일단 맥거핀(MacGuffin)이라 이름 지어 두었는데 이 마을에 와서야 맞아떨어지다니!

 

땅거미가 내리고 성곽이 군데 군데 불을 밝히면 창 밖으로 마을버스가 올라가는 지를 잘 보고 살구를 나선다. 큼지막히 세워진 마을지도를 마주 보며, 둥근 고리로 난 길을 돌아 내려오는 버스를 기다린다. 큰 나무와 정자 바로 뒤에는 매일 밤 동네를 환히 밝혀주는 미술 작품이 가득 든 커다란 유리창이 있다. 대수롭지 않은 종이 한 장을 생각하며 시작하게 된 '약간 구겨진 액자'에서 제목 「펴기」는 '사실, 원래는 더 구겨져 있었던 것'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말이다. ■ 박원주

 

 

박원주의 작업은 모순율과 아이러니를 통해서 실제와 개념의 차이에 주목하게 하며, 차이가 나는 의미들, 왜곡된 의미들, 새로운 의미를 파생시키는 의미들로 유도한다. 작가의 작업이 아이러니를 발생시키는 예로는 사물의 물성이나 본성을 변질시킴으로써 그 의미마저 변환시키는 경우를 들 수가 있다. 이를테면 일련의 「펴기 Smoothing」(2007) 작업 시리즈는 전면에 유리가 끼워진 보통의 나무액자를 종이처럼 접거나 구겼다가 다시 편 형태를 하고 있다. 나무와 유리의 물성은 그대로인데, 다만 그 모양이 종이처럼 변형된 이 기묘한 오브제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이 오브제들은 사물의 본성에 대한 상식과 선입견과 편견을 재고하게 만든다.

 

작가의 작업은 이처럼 상식으로 굳어진 물성과 의미의 대응관계를 비트는 것에서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며, 이러한 사실은 「고독공포를 완화하는 의자」(2004)에서 정점에 이른다. 흔한 사무용품 중 하나인 A4 용지를 일일이 자르고 붙여 만든 이 정교한 종이의자는 그러나 사실은 놀랍게도 전기의자를 재구성해놓은 것이다. 전기의자는 합법적으로 자행되는 공인된 살인도구란 점에서 폭력적이며, 그 살인행위가 사실상 공공연한 합의에 의해 추동된 것이란 점에서 사회적이고 존재론적인 폭력욕망을 반영한다.

 

이 이질적이고 낯선 물건들이나 기형의 오브제들이 경계 위의 불안정한 사유와 삶의 방식을 예시해준다. 확고부동한 진리에 가변적이고 가역적인 사유를 대질시키고, 도구적인 사유가 작동을 멈춘 지점으로부터 허약하고 깨어지기 쉬운 만큼 섬세한 사유를 파생시킨다. (『100.art.kr: Korean Contemporary Art Scene』. 열린 책들, 2012, p.478) ■ 고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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