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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복합문화공간에무 기획초대전《시작의 불》안종현 2019. 03. 05 04. 03

2019.02.15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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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론

 

황의 전투 전야처럼 긴장되어 있다. 폐기 직전의 탄약들이 가진 마지막 가능성은 그래서 더더욱 무서웠다. 그런가 하면 ‘붉은 방’(2011)은 100년간 주인이 계속 바뀌며 병참기지 노릇을 해온 서울의 노른자 땅 용산의 가장 음습한 치부의 붕 떠버린 시공을 마주하고 있다. 매일 밤 불장난 같은 욕망과 불쏘시개로 전락한 여인들의 기운마저 사라진 채 또 다른 개발을 기다리고 있던 잿더미 위에서 안종현은 그것을 할퀴고 간 흔적들에 우리를 서성이게 했다. 또한 화석 연료 중심의 근현대가 보여준 자본주의의 속성을 보여준 ‘미래의 땅’(2013) 역시 이제는 식어버려 무관심 속에 고체화된 영월 상동을 조명함으로써 불 한 번 지피지 않고 과거로부터 미래였던 현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그 시간의 무상함은 다시 전통의 중심인 종로를 향한다. ‘통로’(2014)는 과거의 영광이 우리의 일상에 할 말을 잃고 서 있는 낯선 풍경으로서 잡아낸 것이며, ‘풍경’(2017)은 말 그대로 풍경이라는, 그래서 가장 가치중립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자연으로 풀어낸 일종의 도전이었다. 인류의 역사와 반대편에 표백된 채 서 있을 것 같으면서도 계속해서 생성과 소멸을 해온 자연의 이중성은 안종현에게 있어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고자 한 무엇이었다. 그리고 이제 전작들이 가지고 있는 반어법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산이 가진 생명력으로 우리 앞에 서 있다. 여기서도 역시 안종현은 불을 그대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뜨겁게 결합하고 태워버린 이후에 주목함으로써 그 경계의 모호함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안종현이 말하고자 하는 불이란 진화인가, 아니면 퇴행인가. 양립하기 어려울 것 같은 두 기제를 모두 수행하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불은 여러 의미와 형태의 시각적인 것이 되었다.

 

따라서 그가 주목해온 소멸은 이미 ‘현재’라는 시점을 ‘보통’이라고 고체화했던 태도와도 닮아 있다고할 수 있다. 안종현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생명 있는 피사체는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하는데, 그것을 굳이 윤리와 도덕의 법정으로 회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그의 카메라가 우리를 그 고체화된 현장 앞에 세우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보며 굳이 소멸이 문드러지고 있는 무언가로, 또는 기억의 저편으로 넘어가고 있는 슬픔으로 보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물론 현대인들에게 있어 죽음을 극히 자연스러우며 거역할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끔찍하고 부당한 재앙이라고만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수전 손택이 「사진에 관하여」를 통해 제기한 바 있는 문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그의 사진에서는 어쩐지 슬픔의 끝에 서 있는 시작의 새로움도 한 송이 꽃 따위의 작위 없이 느껴진다. 오히려 불에 탄 무덤 몇 기가 말없이 그 생명의 역설에 말을 보탠다.

 

안종현은 ‘미래의 땅’ 작업에서 보여준 테크니션으로서의 정점으로부터 힘을 빼고 자연의 일부로서의 불이 현재 어디에 와 있는가를 탐구함으로써 자신이 다루고 있는 카메라의 속성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그 분명할 듯 하면서도 결코 분명할 수 없는 시각의 본성을 보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멍청한 뜨거움 위를 달려왔는지, 그래서 그 끝에 부서져 있는 차갑고 숙연한 오늘은 어떤 진화 혹은 퇴행을 이성이라는 이름으로 말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을 보자마자 느끼게 되는 우리의 직관은 무엇인가. 감성인가? 아니면 이 역시 분석할 수 있는 이성의 것인가. 불은 꺼져 재가 되었지만, 아직 꺼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새로운 논의를 시작해보자.

 

글 / 배민영 (갤러리서울 대표, 취향관 편집장)

 

 

|  전시정보

 

 

전 시   기 간      2019년 3월 5일(화 - 2019년 4월 3일(수) *매주 월요일 정기휴관

관 람   시 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전 시   장 소      복합문화공간에무 B2 갤러리

 

오프닝리셉션      2019년 03월 05일(화) 5pm

작가와의대화      2019년 03월 15일 (금) 4pm

 

* 작가와의 대화 참가신청은 이메일 [[email protected]]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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