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3
전시 참여 작가인 곽소진, 송세진, 안정윤은 불투명한 검정색 필터에 둘러싸여 사람의 정체성 또는 진실을 외면하는 사회적 단면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익숙하지만 낯선 이들의 시퀀스는 전시 공간에 모여 존재감을 드러내는 동시에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사회인식의 위계를 지적한다.
참여 작가들은 그늘 안에 있어서 소외됐던 것들에 대해 색채와 그 너머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까끌거리고 지글대는 단면들을 각기 다른 시각과 방식으로 주목한다. 곽소진은 인식과 이미지 간의 불완전한 관계를 탐구한다. 이번 전시에는 카메라가 담아내지 못하는 개인의 기억과 체험을 흑백의 빛, 그리고 필름이 유발하는 특유의 소리를 중심으로 형상화한다. 송세진은 타자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집단 간 차이와 다름을 충돌이 아닌 틈으로 은유한다. 작가는 이를 여러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경계 속 개인의 위치를 다시금 살펴보게 한다. 안정윤은 불안정한 관계성에 주목하며, 개인을 둘러싼 사회관계적 현상을 화면 위로 건져냄으로써 타자성에 대한 이슈를 건드린다.
디자인 스튜디오 파이카(pa-i-ka)는 멜팅포트와 협력하여 이번 전시에 중간색의 우화를 시각화한 타이포그래픽 디자인으로 참여한다. 이 우화는 세상에 의해 존재를 부정당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는 앞선 세 작가의 영상, 사운드의 곁에 설치되면서 일률적으로 검게 칠해지며 ‘다른 것’으로 명명된 검정에 대한 또 다른 이해의 기회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