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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유럽 추상 거장 크뇌벨의 메시지들

2019.09.05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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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크뇌벨 개인전 'Big Girl and Friends'…10월31일까지

이미 크뇌벨(Imi Knoebel) 'Nach-Leucht-Farbe-Grün', 2012.© 뉴스1 이기림 기자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의 전문이다. 이 내용은 독일 작가 이미 크뇌벨(Imi Knoebel, 79)의 작품과 딱 맞아떨어진다. 크뇌벨은 '독일 추상회화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작가다.

그의 작품들은 특정한 이미지나 패턴이 그려지는 대신 단일 계열의 색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같은 작업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다는 느낌 때문에 단순한 작품으로 여겨지기 쉽다.

그러나 크뇌벨은 다른 작가들과 분명히 차별되는 작가다. 오는 10월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빅 걸 앤드 프렌즈(Big Girl and Friends)'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 크뇌벨(Imi Knoebel) 개인전 'Big Girl and Friends'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전시장에는 흰 캔버스가 아닌 알루미늄 위에 그려진 크뇌벨의 작품이 걸려있다. 그는 1980년대에는 생활공간에서 발견한 오브제나 섬유판에 회화작업을 했지만 1990년대부터는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캔버스와 달리 물감을 흡수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알루미늄의 물질성과 작가의 붓질이 작품 위에 그대로 드러난다.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거친 질감이 보이는데, 보다 생생하고 재미있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생동감은 알루미늄의 모양에서도 드러난다. 성신영 리안갤러리 전시디렉터는 4일 "불규칙적이고 기하학적인 형태의 알루미늄 형태는 '종이자르기' 기법이 적용됐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성 디렉터는 "이를 통해 우연적으로 나오는 불규칙한 형태가 살아있는 느낌을 준다"며 "전시명도 실제 인물을 묘사한 작품은 없지만 생동감 넘치는 생명력을 암시하는 느낌으로 지어졌다"고 말했다. 처음 보면 단순하기만 한 작품이 보고 있으면 보고 있을수록 매력에 빠질 수 있던 이유가 바로 여기, 생동감에 있는 듯 했다.

이미 크뇌벨(Imi Knoebel) 'Figura My', 2019.© 뉴스1 이기림 기자

크뇌벨의 특징은 또 있다. 미술사적으로 볼 때 그는 20세기 초반 추상화의 구축주의, 절대주의 등 모든 사상을 아우르면서 자기방식대로 표현해낸 작가다. 일례로 회화를 현실에서 분리한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이론에 심취했지만, 정작 그는 회화 그 자체의 사물성을 인정하며 현실을 그의 작품 배경으로 보고 작업을 진행했다.

특히 크뇌벨은 개념미술작가 요셉 보이스에게 사사했는데, 보이스는 회화 창조나 사용에 있어서 재료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크뇌벨이 생활에서 발견된 오브제나 알루미늄을 사용한 건 자연스러운 행위였던 것이다. 그 결과 회화뿐만 아니라 조각 등 다른 설치미술의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도 그의 특징이다.

안혜령 리안갤러리 대표는 "미국에 추상화가 엘즈워스 켈리가 있다면 독일엔 크뇌벨이 있다"며 "이번 전시에는 크뇌벨의 대표작 '애니마 문디(Anima Mundi)' 시리즈보다 자유로운 색과 형태를 갖추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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