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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알떼에고] 모래의 목소리, 바람의 몸짓 La voix du sable et les gestes du vent

2018.07.11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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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목소리, 바람의 몸짓 La voix du sable et les gestes du vent

박주영展 / PARKJUYOUNG / 朴宙英 / painting

 

2018_0711 ▶ 2018_0819 / 월요일 휴관

 

알떼에고

ALTER EGO

서울 마포구 희우정로16길 50

(망원동 399-44번지) 1층

alteregoseoul.com

www.instagram.com/alter.ego_seoul

 

 

그림은 캔버스의 표면에서 이루어지지만, 거기에 담기는 것은 표면 아래의 깊숙한 어딘가에서 길어 올려진 것이다. 우리는 아마도 그것이 스스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혹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종류의 진공상태처럼. 사실 어느 쪽이라도 괜찮다. 아무튼 일단 그것을 깊고 어두운 우물의 바닥에서 건져내어 밝은 곳에 두고 찬찬히 바라보기 전에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래도록 바라본다고 해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리는 사람도 그려진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도 결국 스스로의 내부에서 무언가를 길어 올리지 못한다면 언제까지나 표면에서만 미끄러질 뿐이다. 그런다고 해도 나쁠 것 하나 없는 일이지만.

 

내 그림이 무엇을 보여주는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나는 선호하는 소재, 형태, 색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결과물로서 완성된 그림에 표현된 것들이 반드시 그런 식의 '선호'와 충분히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고는 보기 어렵다. 의도와 결과는 높은 확률로 거의 늘 비껴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에 대해 말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끊임없이 내게 돌아오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다. 그것들에 대해 내가 좋아하고 열중해있는 주제들이라고 간단히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표현한다면 어쩐지 무척 의식적이고 능동적인 상태의 것만을 지칭하는 것 같아서 오류가 생기는 것 같다. 오히려 갑자기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내려 꼼짝없이 흠뻑 젖는 느낌에 가까운 상태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나는 갑오징어의 등뼈처럼 '딱딱하지만 부서지기 쉬운 것'에 대한 상념에 종종 빠지곤 하는데, 평소 그런 생각은 기척도 없이 내 머릿속 어딘가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을 뿐이다. 억지로 그것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거기에 들어맞는 촉감과 형태, 색채를 가진 어떤 대상을 마주치면 순식간에 강렬하게 사로잡히곤 한다. 물론 그 순간 내가 펄쩍 뛰거나, 풀썩 쓰러지는 것은 아니다. 그냥 그것을 오래도록 바라볼 뿐.

 

굉장히 추상적이고 무리가 있는 설명이라 더욱 헷갈리는 느낌이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런 것들이 내 그림의 축을 이룬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일상을 애써 유지하는 타입의 인간이며, 그러는 중에 마주치는 것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내 우물에 가라앉아 있는 것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보여준다. ■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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