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지갤러리에서는 10월 2일부터 11월 24일까지 미샤 칸(Misha Kahn)의 《Blooming into Reality》전을 선보인다. 초현실적 작품 형식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라이징 스타(rising star)이다. 미샤 칸의 이번 전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개인전이다. 2015년에 제작된 작품부터 근작으로 이루어진다.
《Blooming into Reality》는 작품 안에서 인위적으로 규정되어 왔던 질료들이 우리의 현실 안으로 들어와 마치 자연적 형태처럼 피어날 익숙하고도 새로운 경험을 의미한다. 또한 매체의 속성에 집중하며 순수미술과 공예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미샤 칸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반영한다.
미샤 칸은 1989년 미국 미네소타주의 덜루스(Duluth)에서 태어났다. 그의 작품은 디자인과 조소 사이를 개념과 실천적으로 가로지르며, 작은 유기체에서 주거 공간, 외부 공간, 가상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와 규모로 탐구한다. 작업 과정은 주조, 조각, 용접 및 직물 제작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고유한 작업 방식의 혼합이다.
미샤 칸의 작품은 형태와 개념, 심미성과 실용성 등의 미학적 대립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전위적인 미적 형상을 추구한다. 그것은 미샤의 탁월한 유리 세공, 브론즈 캐스팅 실력과 이질적인 소재들의 조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작가는 해변에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에서 골라낸 고철 조각을 작품으로 변모시키거나, 실험을 통해 질료가 원하는 형태를 끌어낸다. 동시에 끊임없이 새롭게 도래하는 스타일을 탐구하며 본인만의 세계를 확장하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미샤의 접근 방식은 디자인과 예술 혹은 실존과 본질이라는 대립 관계를 넘어선 개방성을 엿보게 해준다.
미샤 칸의 초현실적인 작품 형태는 일찍이 전 세계를 다니며 몸소 받아들인 장인들의 영향력에 비롯한다. 미샤는 벨기에에서 청소년기를 보내며 중동을 여행했다. 미국의 학자와 각종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장학 프로그램 중 하나인 풀브라이트 프로그램(Fulbright Fellowship)에 선정되어, 이스라엘 베자렐 아카데미(Bezalel Academy)에서 베자렐 장인으로부터 패션, 소품, 디자인을 지도받았다. 또한, 전 모스키노(MOSCHINO)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뱅상 다레(Vincent Darre)의 초현실적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하며 영향을 받았고, 미국 유리산업의 발상지인 뉴저지의 CGCA(Creative Glass Center of America)에서 작업 전반을 지원받으며 매체를 확장, 심화하였다. 그의 작업은 즉흥적으로 보이는 한편, 고전 예술가와 같이 질료를 다루는 기술에 철저히 정통함으로 기존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미샤 칸의 작품은 개방성과 혁신성을 한데 아우르는데, 디자인과 제작과정에서 과감한 시도를 함으로써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이번 전시는 마영범 디자이너가 전시 공간 큐레이팅을 맡았다. 마영범은 과거 언급이 무색할 규모의 청담동, 압구정동 일대 상업 공간의 디자인부터 거주 공간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방식과 현재의 트렌드 모두를 넘어서는 독창성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독창성은 매 프로젝트의 본질적 요구에 소통함으로 화려함, 독특함에 치우치지 않는 그만의 자연적인 형식을 만드는 데 있다. 미샤 칸의 작품은 디자인의 보편성을 간과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의 요구에 휩쓸리지 않는 독창력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대의 한계를 허물며 한국의 디자인을 견인해온 마영범의 전위성과 다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