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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문자산수' 유승호 작가 "'쌈마이' 같은 느낌이 좋아요"

2017.10.26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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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호 작가. /2017.10.26/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펜·붓 이용한 '문자산수'…박여숙화랑·P21서 동시 개인전

"글씨는 왼손으로 썼어요. 원래 악필이지만 일부러 더 못 쓰려고 했죠. 형광색이요? 촉각적이면서 초감각적인 게 다른 차원의 색 같잖아요. 그런 '쌈마이' 같은 느낌이 왠지 좋아요."

한글과 한자를 뒤섞은 글자를 이용해 현대적인 산수화 혹은 풍경화를 그리는 유승호 작가(43)가 2년만에 개인전을 열고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박여숙화랑'과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 차녀인 최수연 대표가 최근 용산구 이태원동에 새롭게 문을 연 P21에서 동시에 여는 개인전이다. 작가는 갤러리 두 곳에서 총 4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깨알같은 글씨들을 무수히 새겨 하나의 큰 풍경을 그리는 이른바 '문자산수'가 유 작가의 대표작인데, 종이에 먹으로 작업해 좀 더 전통적인 산수화에 가까운 작품들은 박여숙화랑에, 과감한 필선과 톡톡 튀는 색감으로 팝적인 느낌이 더해진 작품들은 P21에 걸었다.

작가는 신생공간 P21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해 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작가들에게 '허파'와 같은 공간이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유승호 개인전 전경. 화면 왼쪽 작품은 '흥이난다'라는 작품으로, 왕희지의 초서를 뒤집어놓은 형태다. 2017.10.26/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박여숙 대표에 따르면, 유승호 작가는 국내보다 아시아 쪽에서 더 주가를 올리고 있다. 박 대표와 유 작가는 2000년 쯤부터 첫 인연을 맺었다. 박 대표의 끈질긴 '프로포즈' 덕에 2~3년 전부터 전속계약을 맺고 아부다비아트페어, 아트바젤홍콩 등에 유 작가의 출품을 했는데, 작품 대부분이 '솔드아웃' 됐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 국내 대표 국·공립미술관들을 비롯해 일본 모리미술관, 미국 휴트니미술관 등 해외 기관에도 작품이 소장되며 꾸준히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들에는 작가만의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형광톤의 주황색을 칠한 캔버스에 한글인지 한자인지 모를 글씨로 추상적 형태를 완성한 작품의 한글 제목은 '초'(草)이고 영어 제목은 'Fool'이다. 유 작가는 호리병을 생각하며 그렸다고 했지만, 언뜻 달마대사의 늘어진 수염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딱히 정해진 형상이 있다기보다 보는 이의 자유로운 감상에 따라 해석하면 된다"고 했다.

그런가 하면, 노란색을 칠한 캔버스에 검은색 아크릴로 작업한 '흥이난다'라는 제목의 작품은 중국 동진의 서예가 왕희지(307-365)의 초서(草書) 중 '흥'(興)이라는 글자를 뒤집어 놓은 것이다. 작가는 "겉늙어서인지 왕희지나 추사 김정희를 좋아한다"고 했다.

P21에서 열린 유승호 개인전 전경. 2017.10.26/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P21 전시에서는 작가의 자작시를 말그대로 '괴발개발' 써놓은 작품들도 벽에 걸려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내추럴'(Natural)이라는 제목의 작품을 보면 "청산에 살어리랏다. 야~호. 앞산에서 야~하면 뒷산에서 호~하고. 온 힘을 다해 소리를 지르지만 되돌아 오는 건 허공속에 똑같이 복제된 메아리 울림뿐. (중략)" 같은 내용이 써 있다. 마치 초등학생이 쓴 것처럼 순수하고 발랄한 표현들이 가득하다.

또 박여숙화랑에 내놓은 먹으로 작업한 '점잖은' 풍경화들에 '야-호' '유-후' '슈' 같은 감탄사 내지는 의성어를 제목으로 붙인 작품들도 이채롭다. 무수한 손글씨 '야-호'나 '슈'가 모여 중국 송대의 산수 명화나 한국 전통의 진경 산수가 유머러스하게 변주된다.

Yoo Seungho, Eoheung~Once Upon a Time, 2017, ink on paper, 110.1 x 54 (박여숙화랑 제공) © News1

"시나 글자에 담긴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가는 "시인들이 내 시를 본다면 '막걸리를 먹고 쓴 건가'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시나 글자는 의미가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는 표현을 반복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것은 (글씨를) 쓴 것도 아니고 (그림을) 그린 것도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웃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펜이 아닌 붓을 이용한 작업들을 새롭게 시도했다. 작가는 "그동안 붓이 아닌 펜으로 산수화를 한다는 것이 큰 의미였는데, 이번에는 다시 붓으로 신작 작업을 했다"며 "산수화 본연의 자리로 가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11월25일까지 이어진다.

유승호 개인전 전경. 2017.10.26/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유승호 개인전 작품. 2016.10.26/뉴스1 © News1 김아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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