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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역대급 만담꾼 작가' 양정욱의 키네틱아트조각설치

2019.03.04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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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신작 '단체 사진'등 10여점 전시
신혼생활 밀당 담은 대표작 '대화의 풍경'도 공개

【서울=뉴시스】 양정욱 〈대화의 풍경 #2: 저녁이 되면 오는 것들〉, 2018

10년을 사귀고 결혼했다. 취향도 같아 죽이 척척 맞았다. 그런데 웬걸, 결혼을 하니 딴사람 같았다. 신혼집이 생기면서 밀당이 시작됐다. 20년된 아파트를 꾸며야했다. 옛날 몰딩과 손잡이는 레트로풍으로 멋있었지만 집을 수리하기도 했다. 일단 문 색깔을 바꾸기로 했다.

처음엔 신났다. "핑크로 하자. 나도 핑크..." 의견이 맞았다. 페인트 가게에 갔다. 짠~도색표가 100개가 넘었다. 둘은 고르는 지점이 달랐다. 대판 싸웠다. "나는 조금 야한 느낌의 핑크가 있었으면 좋겠어. 왜냐하면 몰딩이 짙은 고동색이고 화분을 큰걸 놓을 거잖아." 와이프가 말했다. "아니야 난 무거운 느낌의 핑크색이면 좋겠어."

겨우 핑크색을 정했다. 밤이 됐다. 조명을 켰는데, 하얀색이다. 노란색 할까? 조명때문에 또 실랑이가 시작됐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 지하전시장에 시소 같기도, 거대한 배 같기도 한 작품앞에서 설명을 하는 작가는 만담꾼 같았다.

"연애할 땐 밀어붙였지만, 같이 사니 달랐다. 요건 이렇게, 요건 저렇게,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좌우로 시소처럼 밀고당기기 일쑤다. 그래서 이 '대화' 연작이 탄생했다."

대개 작가들은 자신의 품을 떠난 작품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며 말을 아낀다. 그런데 이 작가, 손짓은 기본이고 온 몸을 움직이며 옛날 이야기처럼 작품 배경을 곰살맞게 들려줬다.

'키네틱아트 조각설치'가 혼융된 작품이어서일까. 역대급 말 많은, 아니 '이야기 많은 작가', 양정욱(38)이다.

【서울=뉴시스】 양정욱, 대화의 풍경, 2018, 혼합재료, 144(h)x115x115cm

시멘트가 발라져 형태가 일그러진 큰 덩어리도 이야기를 쏟아냈다. 작품 '대화' 연작중 하나다.

신혼인 그는 온통 부인에 신경이 닿아있다. "최근 덩어리 욕심이 생겼다. 덩어리에서 갈래가 나와서 움직이는데 결국은 한덩어리다. 예전에 와이프랑 동그란 형태안에 들어있는 걸 생각했다. 이런 제안이 오간다. 저축에 대한 이야기. 나는 한창 늦게 따라간다. 며칠 지나고 근데 니 말이 맞는 것 같애. 그랬는데 이미 와이프는 다른 것을 향해 있다. 동그란 형태안에서 우장장창 움직이는 결혼생활의 모습을 표현했다."

그래서 튀어나오고 형태가 변형된 덩어리를 시멘트로 칠했다. 결혼 생활은 울그락 불그락 굳어져 가는 과정으로 봤다. 그 위에 붙인 움직이는 거울도 의미가 있다. "잘되기 위해서 말을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겉돈다고 생각했다. 대화할때 그런적 있지 않나. 자존심 때문에 시비걸고 우기고...그런 느낌을 보여주는 거다."

'대화의 풍경' 연작은 결혼하면서 생긴 일상의 변화가 탄생시켰다. 아내와 대화하다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지만 곧 현대인의 풍경이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울=뉴시스】 키네틱아트 설치작가 양정욱이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을 연다

하지만 작품만 보고서는 전혀 가늠이 안될 정도로 형태가 독특하다. 바위 덩어리들에 플라스틱 호스가 연결되고 수많은 실이 엮어져 움직인다. '키네틱 아트'지만 기계의 디테일로 폭발하는 세련 되게 구사한 것도 아니다. 수작업의 흔적과 빈티지 물건들의 결합으로 정감있는 분위기가 감돈다.

‘이야기’가 많은 작품에 대해 작가는 “자기 자신한테 들려줄 만한 이야기” 또는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마음가짐에서 탄생한 가상의 이야기”라고 했다.

관찰력이 뛰어나다. 초등학교 가기전 생선장수가 꿈이었다. "그때 보니 짧은 시간에 정리를 탁탁했다, 머리 자르고 등지느러미 다듬고 비늘 벗겨내고, 손놀림이 깔끔하고 완벽했다. 저것이 어른이라는 생각했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바둑을 좋아했다. 하교하면 항상 기원에 가서 바둑을 뒀다. 그 기억이 지금 작업할때 생각난다. 공간과 구조, 바둑의 미학이 표출된다.

경원대 조소과 출신으로 처음 제작한 작품은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워 그 마음을 담아냈다. 갤러리현대는 2011년 작가의 졸업전에서 작품을 보고 눈여겨봤다. 2011년 신진 작가 발굴을 위해 기획한 'Class of 2011' 전시와 2016년 역량 있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 선보인 3인전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서서'에 소개했고, 10여년만에 이번 개인전에 초대했다.

최근에는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협업을 통해 젠틀몬스터 로스앤젤레스 매장에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업계에서 러브콜을 하고 있다. 2년전부터 전업작가로 생활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같은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부인(김남희)이 뮤즈라고 했다. 작품의 기본 모티브는 기본, 제작까지 힘을 보태며 일심동체인 부인은 작가에 대해 "남편은 디테일에 미쳐 있다"면서 "꼼꼼하고 섬세해서 일상생활에서는 피곤한 타입"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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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아트도 하고 빛도 쓰지만 점점 복잡한 걸 단순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 밀도가 낮아진다는 얘기가 아니라, 전시를 하면 항상 창피하다. 지금 전시에도 요사스럽게 오브제 쓴 것도 보인다. 다음엔 정제된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서울=뉴시스】 양정욱이 2019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연작 ‘단체 사진’.

낯선 형태로 탄생한 '단체 사진'과 '임산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은 '마리오네트 인형극' 같다. 사람을 형상화한 덩어리들에 수많은 실들이 연결되어 자극하고 움직이는 그의 작품은 결국 '자기 확장'이다.

어려워 보이지만 작품 제목이 힌트다. 말이 많은 작가답게 개인전 타이틀도 길다.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다. 혼족 시대지만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유대감을 자극한다.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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