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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발작’하듯 전인권 노래 부르며 작업…“이제야 미술의 화음 찾은 듯”

2019.05.29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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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0번째 개인전 여는 아라리오 씨킴(김창일) 회장…커피, 수세미 등 생활용품 적극 활용 ‘생명’ 주제 응시

작가 씨 킴(김창일) 아라리오 회장이 10번째 개인전 '보이스 오브 하모니'에서 일상 용품을 카펫에 작업한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안=김고금평 기자

스티브 잡스처럼 옷차림을 한 김창일(68) 아라리오 회장이 전시 설명을 하다 갑자기 전인권이 번안한 노래 ‘사랑한 후에’ 한 소절을 우렁차게 뽑았다.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나서야, “제가 가끔 이렇게 발작한다”며 농을 건넸다.

작가 ‘씨 킴’(CI KIM)으로 20년째 활동하는 김 회장은 노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에너지 넘쳤고 예측 불가한 상황을 곧잘 만들어냈다.

“한 10여 년 간 미술의 ‘선’(線)이 음악의 박자처럼 느껴지는데, 화음이 잘 안 맞더라고요. 어떤 땐 너무 힘들어서 캔버스를 부수거나 식당에서 느닷없이 큰 목소리로 노래 한 소절 뽑는데, 그게 열정 뒤에 숨은 발작 같았어요. 이제 선들이 엮는 화음에 대해 익숙해졌어요.”

작가 씨 킴(왼쪽)이 자신의 설치 작품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천안=김고금평 기자

오는 10월 13일까지 충남 천안시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10번째 개인전을 여는 씨 킴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그 웃음의 배경엔 전시명 ‘보이스 오브 하모니’(Voice of harmony)가 의미하듯 비로소 작품과 상생하는 법에 대한 나름의 이해가 숨어있었다.

전시는 그의 주변 소품들이 총동원됐다. 온갖 물감으로 채색하고 각종 생활용품들을 얹은 카펫 작업에선 5년간 애지중지(?) 사용한 아내의 설거지 수세미까지 활용했다. 커피 원두의 농도를 조절해 물감처럼 쓴 ‘커피 캔버스’에선 색의 제왕인 검은색을 투시하며 짙은 향을 맡을 수 있는 오묘한 감각을 제공한다.

전시의 메인으로 놓인 설치 작품은 제주 바다에 떠밀려온 냉장고와 스티로품으로 엮었다. 실체의 스티로폼과 이와 똑같이 재현한 브론즈 스티로품의 대비를 통해 ‘살아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환기시킨다.

“제 작품의 주제는 늘 생명과 영혼이에요. 제주에서 건진 스티로품과 냉장고는 세월만큼 변한 색깔에서 생명을, 캔버스 위에 녹인 커피 역시 보는 이에게 따뜻함을 주는 영혼의 위로 같은 의식인 셈이죠.”

Untitled, 2018, acrylic and mixed media on carpet, 220x441cm (detail).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알루미늄 패널에 도끼로 찍어낸 형상, 화면 떨리는 TV 속 인물의 일그러진 장면을 담은 사진 등 때론 의아하면서 때론 과감한 작품 100여점(회화, 조각, 설치, 드로잉, 사진, 비디오)이 빼곡히 줄지어 서 있다.

씨 킴은 1999년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그의 명성은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백화점을 보기 좋게 성공시킨 사업가이자, 세계 100대 미술품 컬렉터로 자자했다.

작가로 데뷔할 때 주변의 비아냥도 많았지만, 취미로 그치지 않고 2년에 한 번꼴로 개인전을 열며 자신의 숨겨진 끼를 발산했다.

그는 “학창시절 나무, 잠자리 등과 얘기하면서 정학까지 받을 뻔했을 정도로 특이했다”며 “사물을 좀 남다르게 보는 내면의 시각이 작가의 길로 이끈 것 같다”고 했다.

작가 씨 킴은 10여년간 미술의 불협화음과 싸운 뒤 비로소 '선의 화음'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의 10번째 전시는 오는 10월 13일까지 천안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열린다. /천안=김고금평 기자

“저는 사업을 할 때도 논리적이기보다 직관에 의지하는 편이에요. 이익 산출 다 따지지 않고 이거 하면 좋겠다 하면 바로 결정하는 식이죠. 경영과 미술은 ‘단순해야 한다’는 게 제 철학입니다.”

1989년 천안시외버스종합터미널을 지금의 신부동으로 이전하기 위해 지주 23명 전원을 설득시키고 ‘원하는 만큼’ 웃돈을 챙겨준 것도 직관이 ‘시켜서’ 한 일들이었다.

“이제야 화음을 제대로 맞춘 것 같아요. 전엔 면이 거친 작업들이 많았는데, 요즘 ‘왜 이렇게 부드러워졌느냐’는 얘기가 많거든요. 새로운 작업을 통해 제 속의 병들도 함께 치유되는 것 같아 기분 좋습니다. 하하.”

Untitled, 2018, coffee on paper, 200x250cm. /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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