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30년 전 떠난 남편과 함께 하는 애틋한 아내의 전시회

2019.10.03

[뉴스1] 이기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하인두 작고 30주년 기념: 류민자 개인전'…4~27일 가나아트센터

류민자, 청화예원, 2018, Acrylic on canvas, 200x400㎝.© 뉴스1 이기림 기자

"동양화 서양화가 어디 있나. 그저 민자, 너의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너만의 그림. 예술보다 인생이 더 소중한 거지. 영글고 참된 인생이 가득하면 그림도 그 속에서 스스로 익어가는 것이다."

한국 추상화 1세대 작가인 하인두(1930~1989)가 아내인 류민자 작가(77, 양평군립미술관장)에게 한 말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류 작가는 1970년대 초 첫 개인전 이후 한 대선배에게 '이게 동양화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하 작가는 "그 사람이 잘 모르는 것"이라며 아내의 편이 돼줬다.

원래 둘은 스승과 제자의 관계였다. 대학에서는 연인이 아니었지만 사회생활을 하던 도중 다시 만나 1967년 결혼까지 하게 됐다. 그렇게 12살 차이의 둘은 영원한 친구이자 버팀목이 됐고, 서로의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1989년 하인두 작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다. 류민자 작가는 여전히 남편을 가슴에 품고 붓칠을 하고 있다.

4일부터 개인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류민자 작가(77, 양평군립미술관장).©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4일부터 27일까지 열리는 '하인두 작고 30주년 기념: 류민자 개인전'에 가면 이런 두 부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개인전으로 열리는 전시긴 하지만, 남편의 30주기에 열리는 전시에 혼자서만 작품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고 류 작가는 말했다.

2일 만난 그는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이 이제는 하인두의 그늘에서 벗어나라고, 류민자가 우뚝 서야 한다고 했지만 어떻게 그러겠나"라며 "배려해줘서 (남편과 전시를) 같이 하게 됐고, 사실 굳이 벗어난다고 벗어지겠나, 자연스럽게 언젠가는 뭐(그리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그렇게 서로 공유한 예술관을 품고 있으면서도 각자의 독자적인 조형성을 가진 작품 30여점이 전시돼있다. 서양화를 전공한 하인두는 1950년대 앵포르멜이 처음 한국에 들어올 때 영향을 받아 1980년대까지 쭉 그 경향을 가진 추상화를 그려왔다. 다만 그는 한국적 주제에 열망이 있어서 만다라 등 불교적 이미지나 단청에 대한 이미지를 작업에 반영했다.

4일부터 개인전이 열리는 가나아트센터에 전시된 류민자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류민자 작가는 하인두의 영향을 받아 동양과 서양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매체와 표현 방식을 실행했다. 그도 전통적인 이미지나 불교작업을 많이 했지만 하인두와 달리 보다 자연으로 확장된 이미지, 예를 들어 나무나 자연에서 느껴지는 리듬감을 색채로 많이 드러냈다.

둘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닮았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다르게 살아왔지만 결국 하나가 된 부부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도 느껴진다. 특히 자신의 생각과 개성이 강한 예술가들의 결합이 이리 조화로울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서로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가면서 결국 합일했다는 게 이런 것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는 전시다.

류민자 작가의 날이어야만 하는 이날도 그는 자신의 이야기나 꿈보다 남편을 위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는 "살면서 한 번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국에 퍼져있는 남편의 작품을 모아 전시를 하는 게 내 꿈"이라며 "고생만 하다 간 남편인데,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보란 듯이 전시를 열어주고 싶다, (남편의 작품들은) 참 좋은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하인두 작가의 작품들.© 뉴스1 이기림 기자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