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손혜경 작가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 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 전시

2019.10.29

[더 리더] 최정면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조형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 모순 탐색하고 표현

▲손혜경_untitled_서랍, 스테인리스스틸, 자동클램프, 전산볼트./사진제공=손혜경 작가

손혜경 작가의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 전시가 10월19일 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 M30에서 시작해 전시를 이틀 남겨두고 있다.

손 작가의 전시는 2015년 개인전’RE:’ 이후 4년 만에 하는 전시로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발전시킨 조형 언어를 총괄하는 전시. ‘RE:’는 영국 유학 시절 했던 작업들을 전시한 것으로, 일상 안에서 발견한 오브제를 해체하고 재조합하는 방법을 취한 작업이었다.

그것은 작가가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작가의 권위를 내려놓고 아마추어적인 태도로 작업에 임한 가운데 그 작업들은 즉흥적이고, 우연적이고, 일시적인 형태를 띠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작가에게는 그런 예술적 행위가 부유하고 유동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해방과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작가는 대안에 대한 믿음을 넘어 좀 더 적극적으로 세계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으로 나아간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그리고 예술에 대상화한 기존의 세계관이 달라졌음을 전시를 통해 보여준다.

그간 작가의 이론 연구과 조형 훈련은 우리 시대의 근간인 ‘자본주의’를 향했고, 이 체제의 모순이 절대적 법칙 안에서 어떻게 운동하는가를 조형 작업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자본주의의 어떤 현상을 직접적 형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미적 연구의 일환으로 개념적 조각을 구축하고 단일한 조각을 통해서도 실현한다. 작가는 일련의 연작을 만들어냄으로써 조형적 언어로서 자본주의의 법칙과 그 모순을 드러내고 또 지양하고자 하는 조각을 제시한다.

우선 그 시초에는 마르크스의’자본론’이 자리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의 운동을 밝히기 위해 상품의 분석으로부터 서술을 시작한다. 그는 상품에 내재한 ‘사용가치’와 ‘가치’라는 ‘상품의 이중성’을 끌어내고, 이로부터 ‘노동의 이중성’을 밝힌다. 작가가 동일한 두 상품을 작품의 최초 출발로 삼은 것에는 이러한 맥락, 즉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서 인간들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근간이 놓여 있다. 이 출발점은 작가의 조형이 구축되는 토대이자 조형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근거가 된다.

그가 취한 나무 카운터, 업소용 스텐 싱크대, 철제 서랍장, 전신거울 수납행거, 가죽소파, 유리 테이블, 아연도금 수납장 등은 각자의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상품으로 거래되는 물건들이다. 그는 특별히 꼭 두 개의 동일한 상품을 구한 후 이들을 의도적으로 대립적 구도로 놓는다. 그들이 간직한 재질과 크기, 색, 중량감, 형태 등 본연의 상태를 간파하여 변형을 가하는데, 특히 동일한 두 사물의 바닥에는 바퀴, 나무, 시멘트 등으로 만든 지지물을 달리 배치함으로써 높낮이의 변화를 유도한다.

이로 인해 동일한 두 사물은 다른 위치를 점하게 되고, 즉 다른 토대를 가짐으로써 대립적 상황이 연출도기도 하는데 그러나 작가는 이 둘을 대립된 상태로만 두지는 않는다. 실은 그 둘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서 그 조각을 이루는 주체임을 드러내기 위해 그들을 감싸는 구조물을 짜 맞춤으로써 통일을 이루도록 한다.

그럼에도 이 통일의 길은 순탄하지 않다. 왜냐하면 각각의 요소들은 자체의 본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립과 투쟁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끝내 이 대립과 투쟁을 넘어 진리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통일된 조각물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작가는 이러한 조형의 방법론을 통해 변증법적 유물론을 구현하고자 한다.

이러한 조각들을 전시로 제시하면서 작가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의 총체이다’라는 전시 명을 붙여 둔다. 이는 마르크스가 진술한 “인간의 의식이 그들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그들의 사회적 존재가 그들의 의식을 규정하는 것이다”라는 관점으로부터 그의 말을 차용한 것이다.

작가는 인간을 현실과 동떨어진 단순한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법칙과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 보고 또 그런 인간들이 맺는 관계에 우리 사회가 투영되었다고 보고있다. 즉 인간의 모습이 사회 그 자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회를 이해함으로써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이 단일하고 완결된 구조의 조각품은 현실을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작가는 현실로부터 또 현재의 모순된 사회로부터 인간이 나아갈 바가 무엇인지를 조형적 언어로 현실화하고자 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지양하고 발전된 모색을 통해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한다는 바람을 조각에 담아내고, 또 동시대 미술에서 거의 간과되고 있는 진리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손혜경 작가는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런던대 슬레이드 미술학교(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RE》, (쿤스트독갤러리, 2015), 《Two wheels》 (Barbican Art trust, 2013), 《숨겨진 공간》(갤러리 쿤스트독, 2006) 등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사회적 조각을 위한 방법 연구》(아마도예술공간, 2019)《옥토버》 (아르코미술관, 2017), 《천변만화-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태화강생태공원, 2017), 《쿨라바자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16), 《저항예술제》 (인천아트플랫폼, 2014), 《Summer Show》 (Patrick Heide Contemporary Art, 2012), 《Land Art Biennial Mongolia LAM360》 (고비사막&몽골국립현대미술관, 2012), 《바깥, 자라섬》 (자라섬 내, 2007), 《금강국제 자연미술비엔날레》 (장군봉, 2004) 전시를 한 바 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