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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한국화가 이정은 "매일 매일 늘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2019.10.31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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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F 인기작가 부상...이화익갤러리서 11월6일부터 개인전
날마다 쌓아나간 붓질의 흔적 담백하고 차분 충만함 선사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30일 오전 서울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화가 이정은 작가가 전시된 '책가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쌀 씻 듯 밥을 짓듯 늘, 날마다 그린다."

작품을 보면 이 말이 느껴진다. 한땀 한땀 수놓는 장인처럼 한칠 한칠 차분하고 세심하게 담아냈다.

책더미, 석류, 딸기, 화병, 꽃들이 얌전하게 들어앉았다. 해바라기 5송이가 꽂힌 서가 풍경은 고양이들의 천진한 모습과 함께 그야말로 평화롭다. 투명한 눈망울이 그대로 전달되는 고양이는 반려묘를 키우는 작가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3년전부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인기 작가로 급부상한 한국화가 이정은 작가다. 2016년 이화익갤러리가 발굴, 미술시장에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다. 현대적인 '책가도' 작가로 알려졌다.

동양화의 전통기법을 계승, 현대적인 미감을 발휘하는 작품이 특징. 작가의 감정선을 따라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담백하게 나왔다.

【서울=뉴시스】이정은, 열매 맺는 계절, 105x75cm, 장지에 채색, 2017

이화익갤러리 이화익 대표는 "이정은 작품은 소박하고 편안하지만 그 속에 꽉 찬 충만함을 넘어서 단단한 힘이 느껴진다"며 이는 "아마도 원하는 색의 진하기와 묘사가 나올 때까지 끈기 있게 색과 선의 층을 무수히도 많이 쌓아올린 이정은 작가의 노력의 결실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30일 오전, 서울 이화익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앞두고 만난 이정은 작가는 "나는 무엇을 그릴까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고 했다. "제 유일한 장점은 항상 그리고 싶다는 것. 매일 매일 그리고 싶다는 것입니다."

반찬거리를 사는 길에 만나는 햇과일, 꽃시장에서 마주치는 제철의 꽃들, 산책 중 발끝에 채이는 솔방울, 여러 빛깔과 모양의 화병, 많은 이들의 생각과 삶이 담긴 크고 작은 책을 보면 "늘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작가는 "일상 속 내 손과 눈이 닿는 곳마다 존재하고 이를 그려보고 싶은 마음도 늘 충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어떻게 그릴까도 고민하지 않는다."

아침에 출근하 듯 작업실로 나와 그저 붓질을 쌓아 나간다

"알맞은 농도의 아교포수와 물감을 겹칠해 나가고 대상에 맞는 붓을 골라 그 모양새를 찬찬히 좇다보면 화려한 문양의 화병, 나른한 고양이, 흐드러진 여름철 화훼, 여러 서적의 다양한 표정 등이 조금씩 모습을 갖춰나가요. 특별히 정해 놓은 방식은 없어요. 대상이 잘 드러나도록 붓질을 계속 이어갈 뿐이죠."

그림에 흠뻑 빠져있다가 퇴근하듯 작업실의 문을 닫고 나오면 뭔가 차 있는 충만한 느낌에 "몸도 마음도 개운해진다."

작가는 ‘꽃의 화가’로 알려진 동양화가 노숙자 화백의 딸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는 대단하셨어요. 삼남매를 키우고, 시부모님까지 모시는데 늘 그림을 그리셨어요."

작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고2가 되면서 좀 자유로워졌다. 그때부터 짬 시간을 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붓질을 놓지 않았다.

딱 딱 그 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퇴근했더니 지인들이 "약국을 하면 맞을 것 같다"고 할 정도였다.

"저는 창의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반복하는 일이 더 맞아요. 싫증을 내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시절, 기쁨보다는 좌절이 컸다. 당시는 교수들의 영향으로 발묵해서 인체를 추상화로 그리는 분위기였다. 추상보다 구상을 하는 작가에게 교수의 말은 상처가 됐다. "자넨 손가락이 5개라고 다섯개 다 그리는 건가?"

예중과 예고 출신으로 "보이는걸 닮게 그리는게 장기였는데, 손을 묶어놓고 그림을 그리는 것 같이 한숨만 나오고 작업실에 들어가는게 무거웠던 때였어요. 그림이 답이 있는 건데 내가 답을 못 맞추나...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울했죠."

하지만 지금은 자유로워짐을 스스로도 느낀다. "예중 예고 입시생도 맡아 정물도 가르치기도 하고, 주변 물건들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몰입할수 있었어요. 아마 여행을 많이 다니면 지금의 그림이 또 바뀔수도 있겠죠? 하하"

【서울=뉴시스】이정은, with gratitude, 126x97cm, 장지에 채색, 2018

그렇게 이어진 붓질이, 작가로서 로망이었던 KIAF에서 선보였을때 부끄러웠다. "작가들 그림 사이에 학생 그림이 끼어있는 것 같아 작품을 못보고 고개를 돌려 슥 지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 작품들은 첫 선을 보이지마자 팔려 나갔다.

작가는 "작품이 팔렸을때 정말 감사하고, 에너지가 생겼다"면서 "물 안나오는 땅을 파다가 물이 나온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소통을 한 느낌이었어요. 일기쓰듯 그린 이전 작품과 달리 소장가와 화랑주들까지 생각하며 책임감도 생겼죠. 그래서 더욱 더 깊은 밀도감과 완성도에 몰입합니다."

차곡 차곡 모아 놓은 일상의 흔적들을 꺼내 펼친 작가는 ‘그림’은 내게 가장 정직하고 반듯한 친구'라고 했다.

아트페어의 수많은 그림속에서도 튀어나온 한국화가 이정은의 진면목을 만나 볼수 있는 전시가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린다.

'열매 맺는 계절'을 타이틀로 오는 11월 6일부터 26일까지 선보인다. 시간을 투자한 만큼 작품은 잘익은 홍시처럼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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