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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당신이 눈으로 보는 게 다가 아니다…레안드로 에를리치 展

2019.12.18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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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그림자를 드리우고' 전…내년 3월31일까지

레안드로 에를리치, 구름(남한, 북한).© 뉴스1 이기림 기자

아름다운 땅 한반도가 남북으로 갈라진지 74년이 흘렀다. 수십 년간 일제에 의해 고통을 받으면서도 참아낸 한민족은 1945년 8월15일 광복을 이뤘다.

그러나 이 행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분단'이라는 고통으로 뒤바뀌었다. 가족, 친척, 친구였던 이들은 원수보다도 못한 관계가 됐고, 남과 북은 분단된 채로 긴 시간을 보냈다.

'제3세계'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설치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6)는 이 지점에 주목했다. 한반도와 전혀 관계없는 그가 본 남북은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에 대해 서로 비교하면서 각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나라였다.

세계적인 설치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 뉴스1 이기림 기자

17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난 레안드로는 "국제적인,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역학관계가 변하고, 상반된 시스템을 갖게 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는 남북을 은유적으로 드러낸 조각작품 '구름(남한, 북한)'을 제작했다. 남북이 갈라진 채 옆으로 기울어져있는 모습을 각각 11개의 프린트된 유리판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레안드로는 이를 통해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본성이나 실체는 없으며,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연결돼 있고 경계가 희미하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작품을 통해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 것이다. 또한 그는 허구와 실재의 공간이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철학적인 주제까지 아우르고자 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탑의 그림자'. 수면 위에서 본 작품과 수면 아래에서 본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이런 레안드로의 생각은 오는 2020년 3월31일까지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그림자를 드리우고'에 고스란히 담겼다. 관련한 주제들의 작품이 총 8점 전시된다.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은 석가탑의 또 다른 이름인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신작 설치 '탑의 그림자'이다.

수면 위로 탑이 세워져 있으면서 수면 밑으로는 탑이 거꾸로 세워진 작품으로, 그림자를 단순한 반영이미지로 여기면서 작품을 보는 사람에게 그 또한 실제 사물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사람이 어떤 사물에 대해 주체와 객체를 나누는 게 가능한 일인지, 인간의 불완전한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 '더 뷰'. 블라인드 너머로 다른 사람들의 집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레안드로는 이외에도 탈의실, 정원, 엘리베이터 등 친숙한 공간과 건축적 요소를 활용해 작업을 진행했다. 관객들은 이를 통해 관습적인 지각과 인식에 대한 동요를 경험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굳이 이런 의미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재미있는 전시이다.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통해 더 직접적으로 작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휘트니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아르헨티나 대표작가, 아트 바젤 마이애미 등에 작품을 출품해온 세계적인 설치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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