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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모래 자동차·무영탑·구름의 환영...레안드로 에를리치 개인전

2019.12.18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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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출신 설치 작가 대규모 개인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전시실 1,2관서 개막
관객 체험 가능한 조각-공간 설치 등 8점 전시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7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명 '자동차 극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9.12.17. [email protected]

전시장에 들어선 자동차들은 그야말로 '자동차 극장' 풍경을 연출한다. 13대의 자동차가 향한 곳은 거대한 화면. 실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들의 영상이 상영되고, 스피커를 통해 자동차의 소리가 들린다.

모래위에 세워진 자동차들은 모두 모래를 뒤집어썼다. 실제 모래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2018년 아트 바젤 마이애미에서 선보여 주목받은 바 있다. 만지면 부서지고 사라지고 말 것 같은 작품 제목은 '중요함의 순서'다.

당시 이 작품을 만든 아르헨티나 출신의 설치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45)는 "모래를 통해 생성과 소멸이 같은 것"이라는 메시지로 미술계를 사로잡았다.

주로 거울 등을 이용한 시각적 착시를 적용해 엘리베이터, 계단, 수영장 등 친숙한 공간을 소재로 한 설치 작품을 선보여 왔으며, 작품성과 동시에 대중성을 입증하며 세계 곳곳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대미술 작가다. 특히 눈으로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물리적 체험이 가능한 그의 작품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어 대중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설치미술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17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에서 작품명 '구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12.17. [email protected]

현란한 인생의 허무함을 상징하는 그 모래 자동차를 그대로 가져온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작업에 대한 욕구가 컸다"며 서울 전시에 대한 감회를 전했다.

17일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난 레안드로 에를리치는"‘예스터데이’와 같은 명곡도 매일 부르면 지루한 느낌이 들고 새로운 것을 하고 싶은 열망이 들지 않는가?"라며 이번 전시는 "지난 중국과 일본에서의 전시와는 달리 관객 참여의 폭이 넓은 전시를 보여주고 싶어 신작에서 그 접점을 찾았다"고 소개했다.

"동양철학(반야심경), 문학(보르헤스)의 명상적이고 시적인 것을 담고 싶었다"는 그는 '탑의 그림자'처럼 이중 시점을 가진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북서울미술관의 전시를 통해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갔다"고 자부했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 모두 만족스럽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7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명 '탑의 그림자'를 살펴보고 있다. 2019.12.17. [email protected]

'탑의 그림자'는 석가탑의 또 다른 이름인 ‘무영탑’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특별히 제작한 신작이다. 그림자는 가변적인, 곧 사라질 이미지이다. 때문에 그림자는 반영하는 대상의 실재를 온전히 드러낼 수 없다. 하지만 '무영탑'은 그림자가 탑의 완성의 증거라 믿고 기다리다 끝내 그림자가 보이지 않자 목숨을 끊은 석공 아사달의 아내 아사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레안드로 에를리치는 무영탑의 이야기 속 반영 이미지를 실제 물리적 공간으로 만들어내, 우리의 불완전한 인식의 투영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바깥에서 수면을 바라보았을 때와 작품 안에서 수면을 올려다볼 때 관람객이 경험하게 되는 시선의 교차를 통해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한다. 수면을 기준으로 상하 대칭을 이룬 두 개의 탑으로 이루어진 '탑의 그림자'는 무엇이 실재고 환영인지, 무엇이 주체고 객체인지 경계가 무의미하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7일 서울 노원구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레안드로 에를리치:그림자를 드리우고'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작품명 '구름'을 살펴보고 있다. 2019.12.17. [email protected]

북서울관은 '레안드로 에를리치: 그림자를 드리우고'를 타이틀로 지금까지 작가가 주로 다루었던 ‘인식’이라는 주제에서 나아가 ‘주체’와 ‘타자’의 관계성에 대한 질문을 관객과 공유한다.

허구와 실재의 공간이 공존하는 그의 설치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눈으로 보이는 것이 실재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하며 ‘인식의 문제’와 ‘헤테로토피아’ 등 철학적 주제까지 아우른다.

총 4개의 전시 공간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작품 이미지를 활용해 제작한 영화 포스터 13점으로 구성된 공간인 '커밍 순'으로 시작한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특별한 전시로, 동시대 핫한 현대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2020년 3월31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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