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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예술인,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 반발…"최순실 '벌금' 무는 격"

2017.06.13

[뉴스1] 박창욱,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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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예술가와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만든 박근혜 퇴진 광화문캠핑촌. © News1 구윤성 기자

"집행한 예술위 등 산하기관에 징계 요구 없이 '주의 조치' 부당"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이 '벌금'만 무는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문화예술인들은 13일 감사원이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기관에 대한 '블랙리스트' 감사 결과에 대해 "문화예술인은 감사원에 감사하지 않는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징계 수위가 검열이라는 '반헌법적' 사건에 합당한 철저한 조사였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날 '블랙리스트'를 실행을 지시한 문체부 고위 공무원 등에게 징계 요구를 하면서 실제 집행한 박명진 문화예술위원장,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이기성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등 산하 기관장에게는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문화·예술 417건, 영화 5건, 출판 22건 등 총 444건의 지원 배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문화창조융합벨트' '동계스포츠영재센터' 등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 벌어진 최근 3개년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함께 내놓으면서 문체부에만 무려 19명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작 예술위 등 산하기관에는 "앞으로 외부의 부당한 지시나 간섭에 따라 지원에서 배제하여 문화적 표현과 문화예술활동의 지원이나 참여에 있어 특정 문화예술인·단체를 차별하고, 직무상 독립성이 훼손되거나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면서 기관장을 비롯해 단 한 건의 징계 요구도 없이 '주의 요구'만 처분했다.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구속된 정치인들. (왼쪽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 News1

블랙리스트에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송경동 시인은 "감사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조윤선·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등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에도 못 미치는 감사 결과를 내놨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블랙리스트 문제가 2014년부터 논의됐으나 감사원이 계속 방관해오다가 '촛불 정국'이 돼서야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다"며 "감사원도 감사 대상"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여러 채널을 통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 감사가 '박근혜 정부 내부고발자 입막음용'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며 "결국 실망스러운 감사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산하 기관장에 대해서도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열백서위원장인 김미도 서울과기대 교수는 "권영빈·박명진 전 예술위원장은 심의위원들과 공모하고, 문예위 직원들에게 블랙리스트 실행을 적극적으로 지시한 범죄자라고 본다"며 "저지른 짓에 합당하게 무겁게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블랙리스트에 항의하기 위해 광화문에 만들어진 '블랙텐트' 극장장을 지냈던 이해성 극단 고래 예술감독은 "주의로 그칠 사안이 아니며 감사가 아닌 수사를 거쳐 엄격히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홍예원 배우는 "기관장이 주의 조치를 받으면 그 밑으로는 '양심의 가책을 절절히 느껴라' 정도의 권고에 불과한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동안 블랙리스트가 어떻게 작동됐는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이번 감사를 통해 실행 과정의 일단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은 의미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울러 현장 예술인 출신인 심사위원들이 블랙리스트에 함께 참여했다는 점이 감사 결과 밝혀져 "충격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이양구 연출가는 "심의위원들은 예술 현장을 대표해 심의에 참여한 사람들"이라며 "현장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 명단을 사전 공유하고 배제 방법까지 협의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임인자 독립기획자도 "친정부 성향의 심사위원이 사전에 지원배제 명단을 공유하였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김소연 비평가는 "비단 블랙리스트에 따른 검열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이 법도 원칙도 없이 운영되는 조직이었다는 점에서 참담하다"고 꼬집었다.


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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