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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림 속 '글라스 하모니카' 소리 들리나요"

2016.12.05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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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화가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이 29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바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아일랜드 구상화가 데이비드 오케인 내한전시.

12장의 사진으로 된 2개의 작품 시리즈가 갤러리 양쪽 벽면에 나란히 배치됐다. 하나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그린 것이고, 다른 하나는 와인잔 테두리를 젖은 손가락으로 문지르며 소리를 내는 '글라스 하프'(Glass Harp) 동작을 그린 것이다.

각각은 피사체 혹은 행위를 기준으로 각도를 달리해 그려졌다. 마치 카메라의 위치를 달리해 사진을 찍어놓은 듯 하다. 12장의 사진을 이어서 빠르게 돌리면 1초 짜리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이 된다.

아일랜드 화가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이 29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바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유럽을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아일랜드 작가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31)의 작품이다. 영국 출신 사진가 에드워드 마이브리지(Eadweard Muybridge, 1830-1904)가 24대의 카메라로 달리는 말을 찍어 연속적으로 보여줬던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에서 영감을 얻었다.

데이비드 오케인의 개인전 '글라스 하모니카'(The Glass Harmonica)가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렸다. 2014년에 이어 이번이 국내 두 번째 개인전이다.

오케인은 구상회화에 기반을 둔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작가다. 마이브리지를 비롯해 19세기 예술 초상사진의 대가 펠릭스 나다르(Felix Nadar, 1820-1910) 등 사진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극사실주의 회화에 기반을 둔 그는 꿈의 잔상이나 머릿 속에서 뒤죽박죽 된 이야기, 영화에 관한 기억, 무의식 속 단편적으로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현상 등을 파고들며 이미지로 재구축한다.

아일랜드 화가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이 29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바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전시 개막에 앞서 지난 달 29일 전시장에서 만난 오케인에게 '사진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사진같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물었다.

"사진같은 그림은 내면의 진실을 더 잘 비춰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에서는 보여줄 수 없는 주관적인 요소를 그림에 담을 수 있죠."

그의 설명에 따르면 눈을 감고 군복을 입은 자신의 자화상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찍은 작품 '미숙한 모습들'(Larval Selves) 같은 경우, 사진에서는 버려야 될 'B컷'이지만, 그림에서는 또 다른 주제, 예를 들면 '나르시시즘' 같은 주제에 대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영화 같은 스토리텔링, 특정한 행위의 '정지된 시간'에 초점을 맞춘 내러티브가 있는 그림을 그려 온 그는 이번 신작에서는 특별한 내러티브를 생략했다. 특히 '글라스 하모니카' 연작은 글라스 하모니카, 또는 '글라스 하프'라고 불리는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를 '스토리의 최면상태'(Mesmerization)라고 표현했다.

"시퀀스(Sequence) 있는 연작이지만, 우리는 그림 속 이야기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없어요. 혼란스러우면서 생경한 느낌, 미학적인 요소들에 집중하면 되죠."

아일랜드 화가 데이비드 오케인(David O'Kane)이 29일 서울 강남구 갤러리바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11.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글라스 하모니카' 연작을 컴퓨터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빠르게 돌리자, 유리잔 입구를 문지르는 여성의 손이 불길에 사로잡힌 듯, 연기가 피어오르는 영상이 만들어졌다. 그는 이에 대해 아일랜드 출신의 유리 음악연주가 리처드 포크리치(Richard Pockrich)에 대한 일화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라스 하모니카를 만든 게 리처드 포크리치였어요. 그가 영국 런던에서 시연회를 가졌는데, 빌딩에서 불이 나면서 급작스럽게 사망하게 된 거에요."

작가는 "유리잔을 문지르면서 나는 소리가 심연으로부터 '멜랑꼴리'( melancholy )한 감성을 불러 일으킨다"고 표현했다.

화가인 아버지, 조각가인 어머니로부터 예술가적 기질을 이어받은 데이비드 오케인은 독일 라이프치히 비주얼아트 아카데미(Academy of Visual Arts)에서 독일 신구상주의 회화 운동인 '뉴라이프치히 화파'(New Leipzig School)를 주도적으로 이끈 네오 라우흐(Neo Rauch)로부터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사사했다.

추상 일색의 화단에서 새로운 구상회화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그에게 미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시는 2017년 1월7일까지. (02)597-5701.

Larval Selves I, 2016, oil on canvas, 50 x 70㎝ (갤러리바톤 제공) © News1

The Glass Harmonica I, 2016, oil on canvas, 70 x 50 (갤러리바톤 제공) © News1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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