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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조영남"대작은 관행?"…미술계 "현대미술 관행 껍데기만 흉내"

2016.05.19

[뉴스1] 박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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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문가 "도제식 예술관 전수 위해 조수와 공동작업 겉모습만 따라해 보조작가 쓴 것"
"검찰 수사 대상 돼선 안 돼…미술계 자정과 반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 의견 많아

"조수와 함께 작업하는 게 미술계의 관행이라고요? 제대로 된 이해없이 관행을 그저 껍데기로만 받아들인 것입니다."

검찰이 가수 조영남의 화투 소재 그림을 무명 화가가 대신 그렸다는 이른바 '대작'(代作)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많은 미술 전문가들은 조수에게 자신의 그림 작업 일부를 맡긴 조영남의 행태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미술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없이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제자들에게 전수하기 위한 전문 작가의 겉모습을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라는 견해다. 다만 이번 논란이 검찰 수사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되며, 미술계의 자정과 반성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의견이 대체로 우세했다.

17일 미술계에 따르면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지난 16일 조영남의 사무실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무명 화가에게 조영남의 그림 300여점을 대신 그렸다는 제보를 받고 사기죄 혐의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조영남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 게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발언을 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미술계에선 이에 대해 조영남이 미술을 우습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양화가인 한 대학교수는 "그동안 방송이나 언론에 나온 조영남의 모습을 보면 자신이 미술에 천부적 재능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미술을 가볍게 대하는 태도를 보였다"며 "예술적 고민 없이 기술적인 작업보다 '작품의 개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현대미술의 겉모습만을 흉내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다른 미술대학의 교수는 또 "예전부터 루벤스 등 많은 거장도 도제식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전수하기 위해 조수나 제자를 두고 자기 그림의 일부 작업을 맡겼고, 제자들도 자신들의 경력을 위해 영광으로 여기며 기초 작업을 도왔다"며 "그러나 가수와 방송이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조영남은 그럴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품의 내용이 방대하거나, 대규모 인력의 협업이 필요한 설치미술의 경우는 조수나 제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조영남씨의 화투 그림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영남이 유명인이어서 화가로서 이름을 얻은 것이므로, 일부라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렸다면 분명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미술평론가는 "미술을 업으로 해도 빛을 못 보는 전문 작가들이 부지기수"라며 "구매자들도 가수인 조영남이 그림에 재능을 보여 그의 작품을 사는 것이지, 일반 화가의 손이 들어간 것을 알았다면 안 샀을 것"이라고 했다.

"조영남이 순수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화제가 된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프로 작가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며 "'팝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은 조수를 시켜 그렸다는 점을 밝혔지만, 조영남은 평소 조수를 썼다고 말한 적이 없으므로 분명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가수 조영남. © News1

물론 조영남의 대작 의혹이 철저하게 규명돼야 하지만, 법의 잣대가 아닌 예술계 내부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견해가 대체로 많았다. 또 다른 미대 교수는 "미학자 조지 디키의 '예술계'라는 표현처럼 이번 대작 의혹은 작가와 평론가, 수집가로 이뤄진 미술계의 자정과 반성을 통해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예술가의 양심과 상식 등 예술적 기준으로 바라봐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영남의 경우뿐만 아니라 조수를 쓴 모든 작가를 일률적인 법의 잣대로 처벌할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도 했다.

보조 작가의 완전한 대작이 아니라, 조영남이 작품의 콘셉트를 잡고 핵심 아이디어를 낸 것이라면 처벌하기 어렵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 전문가는 "불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저작권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먼저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개별 작품마다 기여도의 사실관계를 모두 따져봐야 한다"며 "조영남의 경우 명백하게 대작 사실이 판명되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창욱 기자(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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