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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온라인 미술경매시장도 '위작' 주의보

2017.05.12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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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롯데미술관 '청전 이상범 삽화전' 도록에 실린 청전 이상범의 작품(왼쪽 위 아래)과 최근 국내 경매회사의 온라인 경매에 출품된 청전의 작품(오른쪽 위 아래). 하단에 '청전'의 인장이 서로 다른 곳에 찍혀 있는 것은 물론, 동일도상임에도 불구하고 필치가 미세하게 다른 것이 확인된다. (출처=황정수 페이스북) © News1

국내 온라인 경매서 청전 이상범 위작 출품
경매사 측 "검증 제대로 못했다"…거래 취소

3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 온라인 미술품 경매시장에 '위작' 주의보가 내려졌다.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면서 매주 경매를 여는 곳이 생겨날 정도로 횟수가 급증했지만, 오프라인 경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미술품들이 한꺼번에 수시로 쏟아져 나오는 탓에 부실 감정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작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거래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전시 도록과 다른 작품 버젓이 출품…'부실감정'

이달 초 국내 한 경매회사의 온라인 경매에 한국 근대 동양화가 청전 이상범(1897-1972)의 삽화 6점이 20만원에 출품돼 낙찰이 성사됐다. 그러나 경매 종료 후 한 미술 전문가에 의해 의작 의혹이 제기됐고, 이 경매회사는 뒤늦게 거래 취소에 나섰다.

한국 근대미술 전문가이자 미술 칼럼니스트인 황정수씨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작품에 대한 위작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황 씨는 지난해 6월 케이블 채널 'O tvN'의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강연자가 생존한 화가의 그림을 조선시대 화가 장승업(1843-1897)의 그림으로 잘못 소개한 사실을 처음 지적한 인물이다.

황 씨에 따르면 이 작품은 1986년 롯데미술관에 전시된 '청전 이상범 삽화전'에 나온 것으로 소개됐으며, 전시장에는 작품의 출처로 알려진 전시 도록이 작품과 함께 공개됐다.

그러나 황 씨는 경매에 출품된 작품의 인장과 도록에 실린 동일 도상의 작품 인장이 서로 정반대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도록에는 좌측 하단에 '청전'(靑田)이라는 인장이 새겨진 반면, 전시장에 걸린 작품은 오른쪽 하단에 인장이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도록 수록작과 경매 출품작 모두 도상은 동일하지만 필치도 미세하게 다르다.

황 씨는 11일 뉴스1과의 전화 통화에서 "국내 유력 경매회사라면 미술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작품을 선별해서 시장에 내놓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는데, 상행위에 치우쳐 진위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 활성화에 앞서 감정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온라인 경매가 너무 빠른 주기로 열리는 탓에 부실 감정 가능성도 높아지면서 매회 일정량의 위작이 끊임없이 섞여 나오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작품 감정을 실수할 수는 있지만, 이번 같은 경우는 작품 앞에 버젓이 도록을 펼쳐놓고도 확인을 안 한 사례"라며 "한심한 수준"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안 경매회사 측은 뒤늦게 거래 취소에 나섰다. 이 경매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출품작과 도록을 제대로 비교·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명백한 실수다. 낙찰자에게 사죄하고 거래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호도(松虎圖), 근현대 민화, 비단에 수묵채색, 114×58cm (출처=케이옥션 홈페이지) © News1

◇"좋은 작품 수급 어려운데 경매 횟수만 늘어나"

문제는 위작만이 아니다. 이 경매회사의 최근 온라인 경매에는 근현대 민화 '송호도'(비단에 수묵채색, 114 58)가 시작가 20만원에 출품됐다. 경매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1960년대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제작연도와 작가 이름은 표기하지 않았다. 경매회사 관계자는 "20만원에 이러한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오래된 조선시대 민화는 아니라는 의미이며, 왠만한 소장가들은 이같은 사실을 다 알고 구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유력 경매회사를 통해 '공인'을 받은 1960년대 민화가 몇년 뒤 조선시대 민화로 둔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위작 혹은 '질 낮은' 작품들이 온라인 경매를 통해 대거 섞여 나오게 된 데에는 작품 수급이 어려운 국내 미술시장의 현실적 여건 속에서 경매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청전의 위작이 출품된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이 경매회사 관계자는 "대개 한 명(혹은 기업)의 컬렉터가 갖고 있는 소장품들이 한꺼번에 경매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 컬렉터의 소장품 100점 중 좋은 작품이 1점이라면 99점은 질이 떨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은 작품을 경매에 내놓고 싶은 건 어느 경매회사나 마찬가지지만, 소장자로부터 1점의 좋은 작품을 받기 위해 99점도 함께 팔아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분야별 다양한 전문가들이 감정에 참여하지만 한꺼번에 감정을 하다보니 주요 작품은 주도면밀하게 보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의 경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정수 씨는 "비싼 작품은 면밀히 감정하고 싼 작품은 대충 본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하며,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온라인 경매 횟수 급증에 따른 부실 감정 우려는 동종업계에서도 나온다. 국내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좋은 작품을 수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도 힘든 일인데, 온라인 경매가 지나치게 잦아지면서 미술시장 활성화의 순기능보다 경매업체 간 과열경쟁과 같은 역기능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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