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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표현의 자유"vs"낮은 수준의 표현"…'더러운잠' 작가들도 갑론을박

2017.01.25

[뉴스1] 김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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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인 ‘곧, 바이!(soon bye)’전에서 방문객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이 전시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 20여 명이 판화, 조각, 사진, 회화 등을 재능기부 형태로 제공해 마련됐다. 온라인 중심으로 전시가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풍자하는 누드화를 국회에 전시한 자당 표창원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2017.1.24/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을 놓고 국내 작가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soon bye)'전에 참여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예술인 20여명 중 이구영 작가가 내놓은 작품이다. 19세기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 혹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 등의 누드화에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그림은 이날 오후 보수성향 지지자들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그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항변했지만,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소속 여성 의원들은 작품 전시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고,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그림이) 반(反)여성적인 측면이 있다"며 "의원 주최로 국회에 전시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 하에 표 의원을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여성 비대위원들은 25일 표 의원에 대해 대국민 사과와 의원직 사퇴까지 촉구하며 날을 세우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 지지 모임인 박사모를 중심으로 표 의원을 공동고발하기 위한 소송비용 모금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정치권 내 소동과는 별개로 국내 미술가들 사이에서도 이 그림을 두고 SNS 상에서 논쟁이 한창이다. 대체로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의견이 많지만, 그 안에서도 미학적, 예술적으로는 수준 이하라는 지적이 있다. 민중미술가 임옥상 씨는 "표현의 자유란 풍자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고, 김종도 작가는 "예로부터 정치인은 예술인의 풍자 대상"이라고 했다.

디자인평론가 최범 씨는 "박근혜 풍자 누드화는 예술적으로는 쓰레기지만, 그것도 보호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모든 예술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최 씨는 권력을 비판하는 관점에 있어서 "저항예술 역시 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비평적 시선을 견지했다. "(미학적 측면에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지만, 탄압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다.

이태호 작가(경희대 미대 교수)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를 이 정도도 허용할 수 없는 건가"라고 반문하며, "이 전시에서 미학적 가치보다 중요한 건 블랙리스트에 항거하는 표현의 자유"라고 밝혔다.

유지원 작가는 "낮은 수준의 형식적 표현으로 예술성이 없다시피한 작품이며, 문제의식도 진부하고 마네의 '올랭피아'를 차용한 발상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낮은 수준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역시 사실주의적인 예술 표현으로, 아름답지 않고 투박해도 예술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예술로써 엄연히 저작물이기 때문에 타인의 저작물을 파손하면 안 된다"고 평했다.

작품 그 자체보다 작품을 전시한 곳이 국회라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술평론가 임우근준 씨는 "표현의 자유나 작품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국회에서 이러한 작품이 전시됐다는 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뜻을 대표하는 곳이고 권위와 품위를 지켜야 하는 공공성 있는 장소"라며 "그런 종류의 작업이 국회에서 전시되도록 의원이 나섰다는 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그 작품이 대단한 명예훼손이라고 보는 것 역시 과장"이라는 말도 뒤따랐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주최로 열린 '곧, 바이! 展'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나체 상태로 풍자한 그림을 집어 던지고 있다. 이 전시회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 20여 명이 판화, 조각, 사진, 회화 등을 재능기부 형태로 제공해 마련됐다. 2017.1.24/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사정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의 얼굴과 명화들을 합성한 각종 풍자 그림들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다.

예술 관련 웹사이트인 하이퍼알러직(Hyperallergic)은 '#TrumpArtworks Is a Hashtag Art Nerds Will Love to Hate' 제하의 글에서 '트럼프아트워크'이라는 해시태그(#Trumpartworks)와 함께 SNS에 올라온 트럼프 명화 패러디 그림들을 소개했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고전 명화는 물론, 마르셸 뒤샹의 '샘', 흘러내리는 시계를 그린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 포름알데히드가 섞인 수조 속에 상어의 시체를 넣은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누군가의 마음속에서의 불가능한 물리적인 죽음' 등 현대미술가들 작품까지 소재가 다양하다.


am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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