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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비틀어진 국제 정치 무대…전시로 보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2020.05.06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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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완 개인전 '프롬프터'…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에서

장종완 '프롬프터'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이 세상에 정의란 존재할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보편적 정의가 사회의 질서를 만들면 우리는 그것을 따르는 걸까. 이같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많지만, 답을 찾은 사람은 아직 없다.

장종완 작가도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일에 동참한다. 그는 한국 사회를 넘어 국제 질서를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그는 전시장을 한 편의 정치 블랙코미디 무대로 꾸민다.

작가의 개인전 '프롬프터'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 기획전시장은 이 생각을 바탕으로 일종의 정치무대로 꾸며진다.


장종완 작가는 "이해 관계자 등 주체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질서가 생겨나는데, 이들은 겉으로 인도적이고 정의로운 척 한다"며 "이 모습이 연극 같이 느껴졌고, 전시장을 무대로 꾸몄다"고 말한다.

전시장 중앙에는 연설대가 들어섰다. 연단이 설치됐고, 그 옆에는 국기 대신 동물이 그려진 담요가 깃대에 달린 채 세워져 있다.

연설대 앞에는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이자, 실제로 쓰이는 '프롬프터'가 전시된다. 프롬프터는 연기자에게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사람으로, 최근에는 모니터를 통해 보여주는 '텔레프롬프터'의 의미로 사용된다.

이 모니터에서는 초등학교 반장선거 연설표본이 편집돼 나오고, 남북한의 도시 홍보 영상이 교차된다.

장종완 '프롬프터'전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연설대 뒤에는 정치 지도자들이 앉아 대화를 나누는 회담장 배경에 있을 법한 풍경화가 설치됐다. 4m 길이의 파도가 백마로 변하는 그림은 지도자들의 아우라를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처럼 전시장은 모든 것이 다 짜여진 채로 작품들이 배치됐다. 당장 정치 지도자들이 전시장에서 회담을 하고, 선언문을 발표해도 될 정도로 그 분위기가 잘 산다.

그러나 모든 작품은 지도자들의 권위를 은근슬쩍 뭉게버리고, 비꼬며, 정치는 연극무대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주장하는데 뒷받침하는 역할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작가 특유의 우화적이고 블랙 코미디스럽게 재해석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염소의 수염이 폭포처럼 변해 절벽에서 쏟아져내리는 물줄기로 변한 그림, 댐에서 초코·딸기·바나나·흰 우유가 흘러나오는 그림, 정치 지도자의 사적인 공간에 유아용 변기를 배치하는 전시까지 웃음 속에서 차마 웃을 수 없는 세태를 담은 작품들이 관객을 맞이한다.

앞서 작가는 프로파간다적인 요소들을 많이 차용해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맹목적인 믿음이 만들어낸 풍경을 재미있는 풍경으로 재현했다. 이번 전시도 국제 정치무대를 자신의 방식으로 재해석해내는데 성공했다.

장종완 작가는 "제 화법 자체가 우화적이고 블랙코미디적인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며 "다음 전시에서도 뭔가를 재미있게 비틀고, 희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장종완 작가의 회화, 설치, 영상 등 작품 25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오는 8월16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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