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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빤히 쳐다보니 기분이 이상해진다...'게리 힐: 찰나의 흔적'

2019.11.26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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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2019 국제전' 26일 개막
비디오아티스트 게리 힐, 아시아 최대 규모 개인전

[서울=뉴시스]수원시립미술관 2019 국제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 Gary Hill: Momentombs,(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2019.11.26. [email protected]

2층 전시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영상 작품 '관람자(Viewer-1996)'는 묘한 긴장감을 전한다.

약 14m 길이,노동자 17명의 이미지가 거의 실물 크기에 가깝게 벽에 비춰졌다. 천장에 설치된 다섯 대의 프로젝터를 통해 나나탄 약 17명은 한 명씩 따로 따로 촬영하여 제작된 별개의 영상. 세 명씩 세 그룹, 네 명씩 두 그룹으로 합성하여 동기화됐다. 그래서 남자들은 어느 정도 연속적인 선상에 나란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발을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손을 약간 움직인다. 미세한 표정 변화 같은 무의식적인 움직임을 제외하고는 거의 미동도 없이 서있다. 각자 홀로 서서 관람객들을 응시한다.

그래서일까. 이를 바라보는 관객과 작품 속 주인공인 노동자들 서로 서로를 응시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멈칫 선 관객은 그 사이에서 적정 거리를 유지하게 되고, 또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피할수 없이 마주하게 된다.

'잘린 파이프(Cut Pipe>(1992)'도 마찬가지. 두 개의 알루미늄 파이프가 약 25㎝ 간격으로 바닥에 일렬로 놓여있다. 한 개의 파이프에는 흑백 모니터가 설치되었고 다른 파이프 반대쪽 양 끝에는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 이를 통해 영상과 함께 들려오는 말소리는 마치 파이프를 통과해 보이는 스피커로 나오는 느낌을 주고 스피커를 만지고 조작하기 위해 표면을 누르는 손의 영상이 두 파이프 사이의 틈을 건너 스피커 표면에 투사된다. 잘린 파이가 살아있는 듯한 모습이다.

[서울=뉴시스]비디오 아티스트 게리 힐.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2010.11.26. [email protected]

미국에서 활동하는 비디오아티스트 게리 힐(68)의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이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에서 26일 개막했다.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찬동)은 2019 국제전 '게리 힐: 찰나의 흔적 Gary Hill: Momentombs' 타이틀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2, 4, 5전시실에서 선보인다.

게리 힐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인간을 규정하는 핵심요소인 언어와 신체 그리고 인간이 바라보는 이미지와 인간이 속해있는 공간의 형태 등을 주제로 다양한 매체 실험을 지속해왔다.

초기에는 조각가로 활동하다 1970년대 초 소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바탕으로 영상과 텍스트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며 예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2년 제9회, 2017년 제14회 카셀 도큐멘타 등의 국제전에 참가하였으며, 영상과 설치미술로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받았다.2000년대 이후에는 비디오 뿐 아니라 다양한 범주의 최신기술로 작업하며 까르띠에 재단의 작품 의뢰를 받았다. 2011년 아티스트 트루스트의 예술 혁신가 상(Art Innovator Award)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작가를 규정하던‘비디오 아티스트(Video Artist)’가 아닌 열린 해석이 가능한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로서의 측면을 소개한다.1980년대부터 2019년 최신작까지 게리 힐의 작품세계 총망라했다.

전시 타이틀인 영문 제목 ‘모멘툼스 Momentombs’는 Moment(찰나), Momentum(가속도), Tomb(무덤)의 합성어로 작가의 작품에서 이미지와 언어 그리고 소리는 시간에 따라 결합, 분리,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는 양상에 착안하여 만들어졌다.

그의 작품 안에 이미지와 언어가 미끄러지는 찰나에 다른 이미지와 언어가 짝을 이루며 그 뒤를 잇는다. 그 ‘찰나’에 소멸된 이미지와 언어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닌, 어떤 ‘장소’, 이를테면 무덤으로 표현되는 가상의 공간을 점유하며 새로운 의미와 결합하고 확장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준다.

특정 매체나 틀에 갇힌 예술가가 아닌 동시대 현대미술의 정신을 대변하는 ‘언어 예술가(Language Artist)’로서의 게리 힐을 조망하는 전시다.

[서울=뉴시스]수원시립미술관 2019 국제전'게리 힐: 찰나의 흔적', 손으로 듣는 HanD HearD_1995-96. (사진=수원시립미술관 제공)2019.11.26. [email protected]

'원초적인 말하기'(1981-83), '벽면 작품'(2000)과 4인치 흑백 모니터와 렌즈가 설치된 일곱 개 원통형의 튜브들로 구성된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1991-1992)등 언어와 이미지, 신체와 테크놀로지, 가상과 실재공간에 대해 고찰하는 대표 작품 24점을 소개한다.

전시 이외에도 아카이브 & 미디어 룸을 조성하여 설치되는 작품 이외에 70년대부터의 작가 작품 36점을 볼 수 있는 미디어 아카이브와 작가 인터뷰 영상 및 작가 소개가 담긴 국내외 도서를 비치해 전시 이해도를 높혔다.

김찬동 수원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언어에 대한 깊은 사유를 다양한 매체로 풀어내며 작품과 관객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탐구한 작가 게리 힐의 40년간의 작품 세계와 현재를 만나보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2020년 3월 8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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