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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류민자 화백 "하인두 작품 꼭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하고파"

2019.10.0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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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두 작고 30주 기념:류민자 개인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서 4일 개막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2일 오전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하인두 작고 30주기 기념:류민자' 개인전을 연 류민자 화백이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故 하인두 화백의 산소가 있는 곳에 벗꽃이 활짝 핀 풍경을 담았다는 신작이다.

"그림에 동양화 서양화가 어디있냐. 네 마음대로 그려라"

70년대 초 명동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할때였다. 학교 대 선배가 와서 '이게 웬 동양화냐'며 지적했다. 재료 고민을 하던 차여서 그 말을 듣고 주눅든 그에게 남편이 힘이 됐다.

그날 남편 하인두(1930~1989)의 한 마디는 이후 류민자(77)화백의 화업 철학이 됐다.

"그저, 민자, 너의 그림을 그리는 거야. 너만의 그림. 예술보다 인생이 더 소중한거지, 영글고 참된 인생이 가득하면 그림도 그 속에서 스스로 익어가는 것이다."

류민자 화백이 이 말을 새기듯 전시장에 붙이고 개인전을 연다. 故 천경자 화백 제자로 홍익대 동양화과 출신인 류 화백의 작품은 한국화 같지 않다. 오방색의 화려한 단청색 분위기가 한국화의 흔적을 보여줄 뿐이다.

오는 4일부터 여는 전시는 남편인 하인두 화백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이를 회고하는 전시와 함께 마련됐다.

주변에서 "하인두 그늘에서 벗어나야지"라고 하지만 류 화백은 "30주기가 됐는데 그걸 어떻게...같이 해야지"라며 30년전 떠난 남편의 그림과 함께 선보였다.

2일 오전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만난 류 화백은 "굳이 벗어 난다고 벗어나겠어요?"라며 여전히 하인두 화백을 앞세웠다.

하인두는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 1세대 추상화가다. 한국의 전통과 불교 사상을 기조로 한 비정형의 추상을 선보이며 한국적인 추상화를 실현했다. 당시 유럽에서 유입된 앵포르멜의 영향을 받았으나 작업에 내포된 근본적인 정신은 ‘전통’에서 찾고자 했던 하인두는 추상 회화 속에 불교의 원리를 담아내고자 했다. 불교의 탱화 중 하나인 ‘만다라’의 기하학적인 형태와 우주의 흐름과 그 안에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불교 사상은 하인두 작업의 주요한 기반을 이룬다. 그는 오방색 뿐 아니라 단청에서 나타나는 조형 효과나 색채 등, 전통적인 기법을 작업에 적용하여 한국적인 앵포르멜 화풍을 완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료들이 해외로 미술세계를 넓혀나갈때 그는 좌절했다. 60년대 이북에서 내려온 친구를 신고하지 않고 재웠다는 이유로 걸린 보안법때문이었다.

류 화백은 "그것 때문에 취직도 못하고, 외국도 못나가서 걸어가다가도 울분에 쓰러지곤 했었다"고 회상했다.

촉망받는 류 화백은 졸업후 학교 미술선생이 됐고 '결혼 안하고 그림만 그리고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스물여섯살 늦은 나이에 홍대 스승이었던 하인두와 결혼했다.

1970년 예총화랑에서 부부전을 열며 '부부 화가'로 유명세를 탔다.

류 화백은 당시 부부전을 연 사연이 있다고 했다. 그때는 막내인 태임(화가)을 낳고 병원에서 죽을 고비를 겪고 있었다. 급성간염이 와서 얼굴이 흑달로 변했다. 그때 "그림 못그리고 가는게 가장 억울하다"는 생각에 빠졌다.

남편 하인두에 "나, 그림도 못그리고 죽게 됐는데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그런데 다음날 남편이 "전시장 잡았으니까 그림 그리라"고 해서 시작됐다.

"남편은 친구이면서 선생님이었다"라며 "스승이자 벗이었던 그 양반이 없으니까 아쉽다'고 했다. "작품에 대해 가차없이 이야기해줬는데, 지금은 아무도 이야기를 안해줘여. 다 좋다고만 하지.."

류민자 화백은 영원히 '하인두류민자'다.

자신의 전시가 열리는 개인전에서도"그 양반이 너무 일찍 갔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옛날에 선생심 조교였던 박서보 화백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을 보니 부럽더라고요" 또 하인두 이야기를 꺼냈다.

"그 양반은 늘 '가장 한국적인게 세계적이다'라고 했는데 지금 그런 세상이잖아요.하인두 화백의 작품을 모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내 생전에 꼭 전시를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당부하듯 말했다.

【서울=뉴시스】류민자, 피안, Nirvana, 2002, Acrylic on canvas, 193.9x582cm(6ps). 사진은 가나아트센터 제공. 2019.10.02

하인두화백의 작고 30주기를 맞아, 그를 회고하는 전시와 함께 연 류민자 개인전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작업을 지속하며 화려한 대작과 신작을 선보였다. 하인두가 강렬한 색채로 추상화를 구현했다면 류민자는 전통성과 불교적 도상을 작업의 구상과 추상의 조형 양식을 모두 실험했다는 특징을 보인다.

비슷한 듯 닮아있는 부부 화가의 작품은 전시장에서 나누어 선보인다. 하인두 화백의 작품은 제 1전시장, 제 2, 3전시장에서는 류민자 화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하인두 색띠 같다고요? 원래는 제가 먼저했어요. 선생님이 살아계셨을때도 내가 먼저 했네, 아니네 투닥거리고 했었지요. 호호호" 전시는 2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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