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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나는 굿을 할테니 너는 시를 읊어라'…미술관 나타난 무당과 로봇

2019.08.30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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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기 회고전 '게으른 구름'…9월8일 신작 퍼포먼스 진행
다양한 매체 작품 총출동…전시는 MMCA서울서 내년 1월27일까지

오는 31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김순기: 게으른 구름'전이 열린다. 9월8일 전시마당에서는 신작 사운드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이 진행된다.© 뉴스1 이기림 기자

#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MMCA) 전시마당. 하늘에는 비행선이 떠있고, 그 아래에는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게으르고 심심해하는 로봇 '심심바보 영희'는 그 옆에 서서 시를 읊는다. 김순기 작가(73)는 영희와 대화를 나누고, 무당인 김미화는 소리굿을 펼친다.

다음은 9월8일 진행될 김순기 작가의 신작 사운드 퍼포먼스 '시간과 공간 2019'의 모습이다. 입력된 명령만 수행하는 통제 가능한 '로봇'과 초자연적인 존재로 통제가 불가능한 '무당' 그리고 작가가 함께하는 작업이다.

작가는 1971년 프랑스 정부의 초청으로 도불한 뒤 작업을 진행해왔다. 그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철학, 과학을 예술과 접목한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펼쳤다. 그러면서 기능, 자본, 분주함 등을 추구하고 게으름은 불성실과 나태의 상징으로 보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싶어 했다.

작가는 게으름과 여유의 창조적이고 철학적인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에게 게으름이란 매순간을 결정적이고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여유롭게 사유하고 행동하는 개념이었다.

김순기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오는 31일부터 2020년 1월2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되는 '김순기: 게으른 구름'전은 이런 작가의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는 전시다. 전시명 '게으른 구름'에서부터 작가가 지향하는 예술의 의미, 삶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김순기 작가는 작업실 옆에서 텃밭을 일구며 독서하고 붓글씨를 쓰는 일상의 행위를 작품으로 남겼다. 작업실 주변에서 찾은 돌멩이에 붓글씨로 시를 적기도 하고, 나무 등 일상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을 오브제로 활용했다.

또한 작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형식에 도전하고 실험하려했다. 그러면서 1970년대 당시 아방가르드(전위주의) 미술을 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9일 "아방가르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문을 열어주는 건데 (기존 화가들이) 이상한 짓 하기에 당시에 그들의 작업이 아방가르드가 아니라고 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순기: 게으른 구름'전 전경. 오른쪽에 보이는 흰 머리를 한 물체가 로봇 '심심바보 영희'이다.© 뉴스1 이기림 기자

김순기는 하나의 매체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잘하는 것 하나만 하는 것은 그에게 맞지 않는 일이었다. 작가의 이런 예술관은 영상, 드로잉, 서예, 판화, 멀티미디어, 사운드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탄생하게 했다.

전시장에는 이런 작품들이 총 200점이 망라돼있다. 언어와 이미지의 차이를 이용한 언어유희 작품, 작업실에서 보낸 사계절의 시간을 담은 작품, 국궁을 수련했던 작가가 색에 대해 탐구한 회화와 퍼포먼스 영상, 남프랑스 해변 등에서 현지 예술가, 관객들과 함께한 퍼포먼스 등이 소개된다. 존 케이지, 자크 데리다, 백남준 등과 함께한 영상 등도 전시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과학, 철학 등을 작품에 접목한 작품들로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이면서 표현방식도 매체도 아주 다양해 70대라는 작가의 나이를 잊게 하는 전시"라며 "전시장 곳곳에 숨겨진 보석을 찾아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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