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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하춘근 사진전, 전쟁·테러·폭력에서 휴머니즘의 오류 찾다

2019.08.30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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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희생자 ⓒ하춘근

“우리가 살아온 인류사는 인간의 비이성적 행위로부터 촉발된 다양한 사건들로 점철돼 왔다. 동일한 주체 또는 대립된 집단마다 자기방식의 ‘정의’와 ‘휴머니즘’을 명분 삼아 파괴와 재건의 변증법적 역사의 순환 고리를 이어가고 있다. 젠킨스(K Jenkins, 1943~)는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가 역사가 아닐 수 있다’ 말하며 역사의 복수성을 언급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진실은 왜곡·날조되어 온 것이 아닐까, 역사적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사건을 학습하고 장소를 기록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곳에서 인간의 존엄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회복하고자 하는 아이러니한 ‘휴머니즘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사진예술에 '휴머니즘의 오류'라는 철학적 사유를 담아 연작하고 있는 사진가 하춘근(52)이 서울 역삼동 사진미술대안공간 스페이스22 강남에서 다섯 번째 개인전 ‘휴머니즘의 오류, 그 역사적 장소’를 열었다.

하 작가는 전쟁·테러·폭력 등으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은 국내외 역사적 장소에서 찾은 휴머니즘의 오류를 찾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작업해 온 사진, 영상, 설치 등 20여점을 전시한다. 2015년부터 작업한 DMZ와 함께 2017년부터 작업한 제주 중산간, 미국 9.11테러 때 무너진 세계무역센터의 빈터 ‘그라운드 제로 911’, 원자폭탄이 투하된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 지역에서 추가 작업한 신작을 보여준다. 신작 역시 휴머니즘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역사 속에 절대적인 선(善), 정의, 가치가 존재하는 것일까?’

하 작가는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한 장의 사진에 복수의 사진을 응축하는 방식을 택했다.

히로시마 돔 ⓒ하춘근

그라운드 제로는 1945년 일본에 원폭이 떨어진 지점의 좌표명이다. 지금은 ‘폭탄이 떨어지는 지점’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그라운드 제로 연작은 911테러와 미국의 일본 원자폭탄 투하 시리즈로 나뉜다.

작가가 2016년부터 작업한 미국 911 테러는 ‘희생자(Victim)’, ‘바닥(Ground)’, ‘스트리트(Street)’, ‘추모객(Memorial)’ 네 가지 테마로 나뉜다. 희생자는 대리석에 새겨진 2977명 희생자들의 이름을 각각 찍어 중첩시켰다. 미국의 작업은 쌍둥이 빌딩 바닥면 그대로 정사각형 두 개가 추모공원으로 조성돼 있는데 이 정사각형을 상징하기 위해 작품도 정사각형으로 제작했다. 911 테러는 미국에서 일어났고 미국인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다. 우리나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상도 전시장에서 보여준다.

일본 원자폭탄 투하는 2016년부터 작업했다. 작가는 1년에 한 번씩 작업을 위해 출국하고 있다. 이 작업은 히로시마 원폭투하일인 1945년 8월6일과 나가사키 1945년 8월9일을 상징하기 위해 806장의 사진과 809장의 사진을 중첩했다. 작품은 전폭기 안에서 원폭 투하 지점을 바라보듯 정원형 이미지를 보여준다. 가운데 좌표지점을 십자로 표현했다.

나가사키 #1 ⓒ하춘근

모든 작품의 가운데, 선과 선 사이 존재하는 또 다른 이미지는 사건 이후 벌어지는 허구적 휴머니즘의 표상, 즉 허상이다.

작가는 “우리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지 않느냐, 선하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비이성적인 행위들이 지속되고 있는것은 모순 아닌가, 이것이 휴머니즘의 오류가 아닌가”라고 묻는다.

제주 중산간 ⓒ하춘근

국제미술평론가협회 회원이자 프랑스 사진예술 온라인 잡지 TK-21 주필인 장 루이 프와트방은 “하춘근 작가의 작업은 확실히 우리의 몸에서, 또 뇌에서 이루어지는 지각의 작용을 의식하도록 만든다. 이미지의 중첩으로 구축된 작가의 사진이미지들은 어떤 장소, 주제, 혹은 삶의 순간에 기반하여 형성된 독창적 시리즈다. 각각의 사진은 모두 지각경험의 진실성과 무의식적인 지각 메카니즘에 대해 진지하고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고 평했다.

하 작가는 경성대학교에서 응용미술학 학사, 국립한경대 대학원에서 디자인학과 사진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빅 아이 대한민국'(갤러리나우 2015), '저스티스'(금보성아트센터 2017) 등 개인전과 파리, 일본 등에서 열린 국내외 그룹전에 참여했다. '작가의 생각이 작품이 되기까지'(2017), '사진작가의 사진고민'(2015) 등을 출간했다. 올해 3월 사진포털 '포토마'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9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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