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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생선비린내가 진화랑을 덮었다···김도희 '혀뿌리'

2017.07.19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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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도희 작가가 유년시절 기억을 전시장에 풀었다. '혀뿌리'를 타이틀로 진화랑에서 5회 개인전을 연다.

고상한 갤러리 입구에서부터 생선 비린내가 진동한다.

전시장에는 검은 상자들이 잿더미처럼 쌓여있다. 생선이 담겼던 상자들이다. 전시장 벽은 푸른색으로 칠해져 마치 푸른바다속 같다. 생선 상자 나무판이 마치 심전도 그래프처럼 오르락 내리락한다.

설치미술가 김도희가 어릴적 추억을 전시장에 소환했다.

【서울=뉴시스】김도희_피 속의 파도_유광페인트, 생선상자, 경매시장 종소리_가변설치_2017

비린내는 선원이었던 할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술고래였던 할아버지는 술과 생선냄새에 절어 집 한가운데에 고래처럼 푹 퍼져 있었다. 그 사이 팔고 남은 생선 배를 갈라 내장을 정리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있다. 집사이 사이 외벽마다 노상방뇨로 얼룩져 지린내와 생선비린내가 겹쳐져 냄새가 진동하는 골목길.

그 사이를 어린 김도희가 뛰놀았다. 그 환경은 어린이였던 그녀에게 조금도 이상한 세계가 아니었다. 심장이 뛰는 몸처럼 자연스럽던 삶의 일상이었다. (생선 상자의 나무 더미와 심전도 그래프가 유기체처럼 표현되어 있는 이유다. )

【서울=뉴시스】김도희_피 속의 파도_유광페인트, 생선상자, 경매시장 종소리_가변설치_부분.

환경과 배경은 작가를 지배한다. 결국은 표출되어 전이된다.

비린내가 진동하고 벽면의 살갗을 벗겨낸 전시가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김도희의 5번째 개인전 '혀뿌리'다.

냄새를 시각화하는 작가는 이전부터 지린내로 주목받았다. 2014년, 한 겨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연 '젊은 모색전'에서 장지(壯紙)에 애기 오줌으로 만든 '드로잉'을 선보여 지린내를 풍겨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정서적 원형' 을 추적하는 프로젝트다. 작가는 자신의 원형질, 속살을 드러내기 위해 진화랑 전시공간을 자신의 몸체처럼 사용했다.

작가가 기억하는 최초의 정서적 뿌리는, 해방 후 귀향민과 6.25후 피난민의 마지노선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조선소가 들어선 부산 영도에서 조부모의 손에 자란 유년기에 형성됐다. 조부모, 조선소, 어시장은 이번 전시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선박의 녹을 제거하는 노동을 재현한 1층의 '살갗 아래의 해변', 경매 수신호와 다량의 낡은 생선상자를 이용한 2층의 '피 속의 파도' 등은 작가의 몸에 각인된 기억과 이미지를 구체적이고 감각적으로 끄집어냈다.

자신을 벗긴 듯 살풀이 같기도 한 이번 전시는 화랑의 실험적이고 과감한 기획전의 면모도 보여준다. 거대한 나무 뿌리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설치작업도 선보인다.

진화랑 신민 큐레이터는 "김도희의 작업은 코끝이 찡해지는 비린내건, 험난한 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잔해건 모두 우리의 몸과 정신을 압도하는 기운을 전한다"며 "작가를 통해 숭고미를 부여할 수 있는 영역이 광활함뿐만이 아니라 먼지 같은 삶의 일부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 후원으로 전시는 8월 20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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