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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네가 기억하는 산, 내가 그린 산

2016.06.27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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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영의 '플러스(+) 4038m'. 벽면에 목탄 드로잉. /사진제공=이은영

<6> '오유경'이 말하는 '이은영'…이질적인 것들을 결합해 화두에 접근하는 작가.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해 화두에 접근하는 작가다. 평면과 입체라는 서로 다른 요소를 섞어 공간을 구성하지만, 그 결과물은 이질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현대미술가 오유경(여·37)은 자신이 인정하는 동시대 작가인 이은영(여·34)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이 작가는 평면인 드로잉, 입체인 조각 등 서로 다른 형식의 조형 언어를 섞어 한 전시공간에서 은유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최근 서울 OCI미술관에서 개최한 개인전도 그 같은 작업물을 선보인 자리다. 드로잉 설치와 세라믹(도자) 설치에 이어 대형 벽화로 평면과 입체를 한 번에 아우른 전시다.

이은영의 '하...그림자가 없다', 도자 조명 벽면에 드로잉 가변설치. /사진제공=이은영

이 작가 전시에서 드로잉과 도자 작품은 개별적인 공간에 위치하지만, 때론 이것들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형성한다. OCI미술관에서 선보인 그의 설치 작품, '하...그림자가 없다'가 바로 그런 예다. 도자 조형물과 조명, 벽면에 그려진 드로잉 작품이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하...그림자가 없다'에서 가운데에 위치한 조형물은 주변의 다른 조형물에서 흘러나오는 조명을 받아 벽면에 그림자를 남기지요. 저는 벽면 위에 드로잉을 해 이 그림자를 가렸습니다. '그림자가 없으면 실체도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작품이죠. 우리가 무엇을 가리키거나 비난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쩌면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 같은 작품을 만들었어요."

이 작가는 본인이 접하거나 목격한 사건과 그 생각을 이질적인 것들의 조합으로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사유를 이끌어 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처럼 만들어진 작업물은 우리의 협소한 인식을 꼬집고 사회로 시선을 돌린다.

이 작가는 서로 다른 매체를 섞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그림을 그림으로써 관객을 사유로 이끈다. 지난해 스위스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플러스(+) 4038m'는 종이가 아닌 벽면에 목탄으로 드로잉을 한 작품이다. 스위스 몽블랑을 연상시키는 구도로 그보다 높은 에베레스트 산을 그려 놓고, 두 산의 해발 고도 차이인 4038m를 제목으로 지었다.

“스위스 유학 시절 접한 제네바의 지역 신문을 보면 유럽을 향하던 난민들이 난파하는 내용이나 네팔 지진과 같은 사건들이 아주 작은 사진으로만 나왔어요.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죠.”

벽면의 목탄 드로잉이 시간이 지나면 사라져 버리듯, 우리의 관념과 인식도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아니란 관점도 풀어냈다.

이 작가는 스위스 제네바 고등미술원(HEAD) 현대도자창작실험센터(CERCCO) 석사 연구 과정을 졸업한 이후 OCI 미술관의 신진 작가 지원프로그램인 '2016 OCI 영 크리에이티브스'에 선정됐다.

이 작가를 추천한 오유경은 이탈리아의 '아르테 포베라'(가난한 미술)의 영향을 받아 사물에 대한 연민과 애정 어린 시선을 보여주는 작품을 선보인 설치 작가다.

편집자주: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갖고 있는 예술가들은 다른 예술가들의 세계를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름은 배움이다. 한 작가는 자신과 다른 예술 세계를 추구하는 또 다른 작가를 보면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얻는다. 작가&작가는 한 작가가 자신에게 진정한 '배움의 기회'를 준 다른 작가를 소개하는 코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를 통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남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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