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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윤종석·박성수 부부 화가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미술여행-7]

2023.07.17

[뉴시스] 윤종석·박성수 부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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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헬싱키~예술의 나라 노르웨이로

노르웨이 국경 *재판매 및 DB 금지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고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이 연속이다.

6월 21일 오후 4시 30분, 헬싱키행 배를 타기 위해 칠공이와 한 시간 전에 항구에 도착했다.벌써 긴 줄이 늘어서 있었고, 예약은 했지만 티켓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초조했다. 멀리서 보니 톨게이트처럼 길게 늘어선 줄이 티켓을 받는 곳이었다. 예약증의 QR코드를 확인하고, 여권과 칠공이 자동차등록증을 체크하고 표 3장을 손에 쥐었다. 2시간 30분 후면 헬싱키에 도착한다. 에스토니아에서 핀란드로 넘어가는 것이다.

헬싱키의 무료 차박지에서 밤을 보낸 다음 날 아침, 2일 교통권을 끊어 트램을 타고 시내로 향했다. 처음 간 곳은 헬싱키 도심 중앙에 자리 잡은 국립 ‘키아스마현대미술관(Museum of Contemporary art kiasma)’. ‘퀴어(Queer)’에 관한 기획전시를 하고 있었는데 성소수자,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퀴어에 대한 핀란드의 폭넓은 인식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헬싱키 대표미술관 ‘아테네움(Art Museum Ateneum)’ 국립미술관도 고전미술과 현대미술의 유명작가 특별전을 선보였다.

오페라의 도시 사본린나의 올라빈린나성(Olavinlinna)은 요새에 가깝다. 입장권을 구매해도 안내자 없이 혼자 들어갈 수 없다. *재판매 및 DB 금지

시내행 트램에 올랐다. 우아하게 우뚝 솟은 헬싱키 대성당은 이제까지 보았던 성당의 내부와는 달리 단조로움이 매력이었다. 밝은 회색 벽은 마치 헬싱키의 하늘빛을 담은 것처럼 우아했다. 1유로씩 주고 산 초를 성당 한쪽에 꽂아놓고 5월 9일부터 시작된 기약 없는 이번 여행에 대한 안녕과 감사함을 기도했다.

6월 24일 아침, 헬싱키의 해안선을 산책한 후 다시 사본린나(Savonlinna)로 향했다. 사본린나는 호수의 도시이며, 세계적인 오페라의 도시로도 유명하다. 특히 호수 가운데 있는 올라빈린나성(Olavinlinna)의 움직이는 다리가 특별하다. 성이라기보단 요새에 가깝다. 작은 다리로 호수를 건너 성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매하자 관람객 혼자선 들어갈 수 없다. 말 그대로 요새인 이 성은 길 안내자가 없으면 다시 나오기가 힘들다고 한다. 우리는 소그룹의 관광객 무리와 함께 안내자를 따랐다.

안으로 들자, 중세 시대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색다른 풍경이 잘 보존된 요새를 만났다. 겨우 한 사람 정도 통과할 수 있는 좁은 복도와 길을 따라 중간중간 나타나는 옛날 모습의 거실과 방, 화장실, 예배당 등을 볼 수 있었다. 요새의 작은 창으로 들어온 햇살은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전해주는 듯 신비로웠다. 올라빈린나성을 무사히 빠져나와 산책하며 칠공이에게 돌아가니, 대한적십자사 마크를 붙인 칠공이에게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며 사진들을 찍었다. 한국에서 왔노라, 긴 여정이었다, 아직 많이 남았다….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도 받았다.

다음날 사본린나를 나와 핀란드에서 다섯 번째 큰 도시인 오울루(Oulu)로 향했다. 이런 긴 여정에선 가고자 하는 곳에 대해 조급함을 가지면 안 된다. 인생도 여행과 닮았다.

이른 아침 오울루뮤지엄(The Oulu Museum of Art)을 찾았다. 뮤지엄 공간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생각지도 않게 좋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페인팅과 입체전시 두 가지 기획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곳을 오며 만났던 숲과 바다에 대한 이미지를 서로 다른 두 작가에 의해 평면과 입체로 절묘하게 표현된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우리가 불쑥 핀란드에 떨어진 것이 아니라, 어느덧 스며들어 이 모든 느낌을 이해하고 느껴진다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우면서도 신기했다. 오울루뮤지엄 뒤편 큰 공원의 잔디밭은 산책하고 멋스런 점심을 할 명소였다.

오울루에서 가까운 스웨덴 국경을 생각하며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고민하던 차에, 앞서간 한국인 횡단 여행팀 한 분이 노르웨이의 노르카프를 강추했다. 노르카프(Nordkapp)는 노르웨이의 호닝스버그(Honningsvåg)에 있고, 차로 갈 수 있는 유일의 유럽 최북단이다.

출발했다. 무모한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고, 블라디보스토크에서부터 온 거리를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도 편하다. 가다가 어느 길에서 또 자고 가게 되겠지. 마침 백야 시즌이다. 백야는 우리가 자려고 눈을 감아야 밤이다. 별도 안 뜨고, 달도 못 봤으니 걱정될 것이 뭐 있겠어. 배짱으로 노르웨이 국경을 넘었다. 검문하는 군인 아저씨라도 기대했건만, 말이 국경이지 쉬워도 너무 쉬웠다. 같은 땅인데도 오가지도 못하는 반쪽나라에 사는 우리로선 신기할 따름이다.

노르카프로 향하는 길에서 마주친 신비한 자연은 마치 “노르웨이 노르웨이 노르웨이~”를 요들송처럼 연신 부르게 할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물빛과 산빛이 한 몸으로 북유럽 자연의 최고 경지를 보여줬다. 단단한 바위처럼 쏟은 산들에는 옅은 풀색의 잔디와 이끼들이 빼곡히 자라 산의 유연하고 풍만한 바디라인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직 채 녹지 않은 채 하얀 눈들이 풀색과 엉켜진 이곳저곳의 땅들은 이국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더군다나 노르카프로 향하는 그 긴 길에 빼곡한 캠핑카 행렬의 향연도 장관이다.

역시 최북단이다. 노르카프에 가까워질수록 기온은 뚝뚝 떨어졌다. 북극해와 맞닿는 이곳은 매서운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캠퍼와 관광객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들의 표정만큼은 따뜻했다. 날씨 역시 맑지 않았고, 구름은 무겁고 깊게 아래로 깔려 높은 정상의 풍광은 만날 수 없어 아쉬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40분 거리의 작은 항구도시 호닝스버그로 향했다. 항구에 차를 대고 또 하루의 낯선 밤을 보냈다. 6월 30일, 우리는 노르웨이 북쪽에서 바닷길을 따라 내려가다 트롬세(Tromsoe)라는 도시를 가기로 했다. 작은 항구도시 트롬세는 북극평의회 본부가 있는 노르웨이 학술도시로 현재 북극권의 조사 및 천연자원 개발 기지로 명성이 나 있다. 이어 로보텐제도의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헤닝스베르, 세계에서 제일 짧은 지명을 가진 A마을, 그리고 모느켄스 부두에서 보되로 건너가는 페리를 탈 계획이다.

트롬세미술관 전경. 북극평의회 본부가 소재한 트롬세는 노르웨이 학술도시로도 유명하다. *재판매 및 DB 금지

해안선을 한참 달리다 거대한 다리를 건너 트롬쇠 도착한 후엔 북노르웨이미술관(Nordnorsk kunstmuseum, The Art of Norther Norway)로 갔다. 그곳에선 ‘28%’, ‘Garbar’라는 두 가지 타이틀의 전시를 하고 있었다. 먼저 ‘28%’는 여성작가 작품들로 이루어진 이색적인 소장품 전시였다. 미술관 공간 28%의 벽에 ‘Red’ 벽을 만들고, 전체 소장품 중 28%를 차지하는 여성작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는 섬세함이 매우 돋보였다.

7월 3일 새벽 3시 30분, 우여곡절 끝에서야 보되(Bodø)에 도착한 후, 잠시 쉰 후에 곧바로 파우스트로 향했다. 그곳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Wall painting’을 안내하는 지도를 구해 색다른 벽화 따라 도시 산책은 아주 이색적이었다. 길목을 따라 거리의 미술을 감상하다 보니, 이 작은 도시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간다.

파우스트의 ‘wall painting’은 도시의 생동감을 자아낸다. *재판매 및 DB 금지

노르웨이에 들어서 노르카프를 거쳐 트롬쇠에 이어, 로보텐제도의 끝에서 페리를 타고 건너오니 온통 바다였던 길들이 산이 되었다. 산을 오르락내리락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는 길에 ‘Nordland National Park Center’로 차를 돌렸는데, 도로 옆 큰 휴게소 같은 곳에 미술관이 있었다. 마침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관람료도 무료이고, 미술관 뒤편엔 매력적인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넓은 들판에선 마치 트롤(Troll)이 살았을 법한 집도 발견된다. 트롤은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요정이다. 특기는 ‘아기 바꾸기’로 보통은 나쁜 요정으로 알려진다. 약점은 ‘이름 불러주기’인데, 트롤의 이름을 알아내 부르기만 하면 금새 모든 힘을 잃는다고 했다. 그렇게 트롤의 전설은 노르웨이의 이곳저곳에서 볼 수 있다.

7월 4일, 바이킹의 도시 트론헤임(Trondheim)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먼 길이었다. 오랜 운전이 이젠 익숙할 때도 됐지만, 목적지로 선택한 도시들은 하루 만에 갈 수 없는 거리들이다. 가다가 우연히 만난 도시들의 재미를 놓칠 수 없어 트론헤임으로 가던 길에 또다시 스트라우만(straumen)으로 들어와 ‘Nils Aas kustverksted gallery’로 갔다. 그곳에서는 목공 예술품 전시가 진행 중이었다. 노르웨이 특유 아름다운 유선형이 돋보이는 배 형상의 작품들이 많았다. 배의 뼈대로 보여지는 몇 개의 작품들은 마치 그것들의 드로잉 선으로 보였다.

트론헤임의 ‘Trondheim Kustmuseum’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 날은 아침 일찍부터 다시 트론헤임 중심으로 향했다. 트론헤임은 997년 ‘바이킹 왕’ 올라프 트뤽바손(Olav Tryggvason)에 의해 무역거점으로 설립된 도시이다. 1217년까진 바이킹시대 노르웨이의 첫 수도 역할을 했다. 풍부한 전통의 도시여서인지, 갤러리와 미술관 그리고 흥미로운 볼거리로 넘쳐난다. 큰 강을 사이에 두고 다리로 오가는 도시는 강 옆으로 노르웨이 특유의 예쁜 건축물이 늘어섰다. 색색의 건물들은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빛이 났다.

길을 따라 그곳을 한 바퀴 돌고 ‘K.U.K Kustmuseum’으로 향했다. 관람은 무료였고, 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는 전시 공간이었다. 그 주변에도 작은 갤러리들이 여럿 모여있다. 그중에 Gallery SG AS에선 일본 작가의 고운 색이 매력적인 추상 작품을 전시 중이었다. 가만히 보고 있는 우리에게 ‘한국에서 왔냐’고 묻는다. 자기도 한국인 친구가 있다며, 우리의 여행 이야기에 놀라워했다.

갤러리에서 나와 어제 트론헤임미술관에서 산 티켓으로 갈 수 있는 또 다른 트론헤임미술관으로 향했다. 어제의 쿤스트는 설치와 영상, 오늘의 쿤스트는 입체와 평면이었다. 서로 다른 성격으로 분리하되 트론헤임의 현대미술을 풍성하게 볼 수 있도록 안배한 점이 사려 깊은 전시로 보였다. 다음 목적지는 멋진 풍광으로 이름난 온달스네스(Andalsne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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