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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소마드로잉센터] Into Drawing 38_미안한데 너무 슬퍼서 말해 줄 수 없어요

2018.07.30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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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o Drawing 38_미안한데 너무 슬퍼서 말해 줄 수 없어요

I'm sorry but it's too sad to tell you

 

이준용展 / YIJOONYONG / 李準庸 / drawing.painting

2018_0803 ▶ 2018_0819 / 월요일 휴관

 

 

소마드로잉센터

SOMA DRAWING CENTER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424(방이동 88-2번지) 제6전시실

Tel. +82.(0)2.425.1077

soma.kspo.or.kr

 

 

 

무엇이 되는 것과 무엇이 되지 않는 것 사이에 이 그림들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그림으로 온전한 무언가를 세우진 못할 것이다. 대신 무엇이 무너졌으며 무엇이 재건될 것인지를 암시하는 임시적 가림막 같은 용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이 식어서, 애인의 마음이 멀리 있어서, 네가 나보다 가진 돈이 많아서, 언제인지 모를 죽음이 두려워서, 정치를 통한 진리의 실현이 도무지 불가능해 보여서, 그 자리에 증오가 자기 나라의 깃발을 대신 휘날릴 때, 그 모든 것의 형편없는 모사물이자 시답잖은 농담으로써 종이 위에 드로잉을 가져다 놓았다. 곧 철거될 것이므로 이것들은 대부분 엉성하고 조잡하여도 무방하다. 드로잉이 효율적으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하여 어떻게 그리느냐는 별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책을 만들려고 여기 저기 방치해두었던 오래 된 그림들에 저마다 제목을 붙여 보았다. 그림 뒤로 억장이 무너진 풍경들, 속지 않을 거짓말, 형편없던 연애, 가난하고 예쁜 사물들을 생각했다. 아무도 바다에 살진 않지만, 누구도 바다를 폐허라 부르지 않듯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곳에 이름을 주면, 그곳에 이름이 머물 자리가 생겼다. 오는 길을 찾는 너의 눈과 한때 내 눈이 걸었던 발자국이 겹친다면, 가려진 풍경의 얼굴들이 내장처럼 쏟아질지도 모른다. 내가 보았던 것들은 늘 그림 밖에 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이 내년 봄을 위해 기꺼이 바스러지길 바란다. 무책임한 슬픔이 되어 낙엽처럼 굴러가길 바란다. 이토록 은 세상의 비루한 우리 삶을 사랑하고, 이 속되고 속된 작업을 지속할 힘은 보시다시피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틈틈이 쓰고 그려온 글과 그림들을 엮었다. ■ 이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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