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 이기림
2019.08.05
[뉴스1] 이기림
오는 11월10일까지 전시 중인 뷰엔 칼루바얀 개인전 '어느 청소부의 안내-풍경, 뮤지엄, 가정' 전경.©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 마포구에 있는 홍익대학교 거리를 걷다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독특한 머리 색깔을 한 사람부터 도전하기 쉽지 않은 옷을 입은 사람까지 '패션 피플'들이 줄을 잇는다. 언제나 버스킹 소리가 들려오고,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들이 낮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거리를 가득 채운다.
화구통을 든 학생들도 종종 보인다. 이곳에는 국내 최고의 미술대학이라고 평가되는 홍익대 미대가 있고, 그 주변으로 미술학원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홍대 주변은 '젊고, 실험적이며, 개성 넘치는 빠른 변화의 예술특구'라는 특성을 지닌다. '미술의 메카'라고 불리는 지역이 바로 홍대다.
그러나 정작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찾아보기 어려운 곳이 홍대 주변이기도 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임대료가 폭등함에 따라 그나마 있던 작가 스튜디오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이때였다. 지난해 4월 홍대에 한 갤러리가 들어선 것이다. 구 서교호텔, 현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라이즈 호텔) 지하 1층에 들어선 아시아 대표 갤러리인 아라리오갤러리였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사업가이자 컬렉터이자 작가인 씨 킴(68, CI KIM, 김창일)이 1989년 창립한 갤러리다. 그는 평소 "문화는 다 같이 어우러지는 것, 오감을 일으키는 게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와중에 라이즈호텔측에서 갤러리측에 '홍대 특유의 신 감성'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자고 연락이 왔다. 씨 킴은 흔쾌히 승낙했고, 그렇게 홍대를 대표할 수 있는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권오상 작가의 부조 작품들이 설치된 모습.© 뉴스1 이기림 기자
홍대의 감성을 지닌 갤러리답게 전시작품들도 실험적이고 참신하다. 유명한 작가라고 무작정 전시하는 대신 보다 젊고, 자신만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최근 찾아보기 힘든 대작들도 충분히 전시할 수 있는 약 450㎡(약 130평) 규모의 전시장도 보유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텔 외부에 나있는 갤러리 입구에 들어서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는데, 마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리가 나온다. 약간은 어두운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 몽환적인 기분을 느껴 더 흥미로운 전시관람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또한 호텔 외부 벽에는 권오상 작가의 홍대 정신을 드러낼 수 있는 부조들도 설치돼있다.
개성 넘치는 지역의 갤러리이다 보니 방문하는 사람들도 최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라이즈호텔에 묵다가 내려오는 관람객도 있고, 홍대를 즐기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젊은 사람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홍대를 넘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연남동 등지를 보러왔다가 갤러리도 보고 가는 '여행 코스'로도 자리 잡고 있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도 많은 편인데, 미술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단순히 즐기고,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갤러리에서 추구하는 '어우러지는 문화'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또한 홍대 미대 학생들의 방문을 이끌어 동시대 또래 혹은 선배들의 작품은 어떤지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아라리오갤러리 방문은 '홍대'의 기본 정신을 느끼기에 알맞은 곳이다. 홍대 거리를 걷다가 더우면 들어오고, 호캉스를 즐기다가 심심하면 방문해 미술을 즐기면 된다.
밤에는 루프탑 바에서 마포구 전경을 보며 야경을 즐기거나, 시끌벅적한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자연스레 홍대만의 색깔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라리오갤러리 라이즈호텔 입구.© 뉴스1 이기림 기자
◇ 담당자가 말하는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
"실험적이고 참신한 예술을 펼치는 공간이었던 홍대에 걸맞은 혁신적인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작가들이나 인기 있는 작품의 전시는 추구하지 않습니다. 젊은 작가들이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독려합니다. 젊은 작가들의 현 위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죠. '아시아성'을 중요시해 다른 아시아 작가들의 전시회도 자주 열고 있습니다. 어설프게 해외시류를 따라하는 작가들을 좋아하진 않습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분들, 가족들, 젊은 사람들 모두 방문을 환영합니다.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더불어 미술까지 즐기고 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강소정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
lgirim@